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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랑해 마지않는 당신의 약혼자, 하퍼 린튼과 맺게 될 결혼식 말입니다.
상대의 얼굴도 모른 채 마음 없는 정략 결혼을 하고,
가문의 명성에 감정을 팔아넘기는 이 지진한 시대의 사랑에 비해,
당신의 결혼은 모두의 축복과 환영을 받은 채 이루어지겠죠.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저녁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문간에서부터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결혼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부터 늘 어두운 낯이던 당신의 사용인, 찰리 자일스입니다.
아주 조금도 기쁘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찰리 자일스:(드레스 끈을 묶는 사용인들을 돌려보내고 너와 이 방에 남았다. 피로연을 맞이하는 각자의 분주한 움직임이 바깥에서부터 들려온다. 결혼식은 내일이지만 모두의 축복 속에서 부케를 던지기 전까지 신부의 존재는 언제 어디서나 각별해야 한다. 흐트러지지 않은 너의 옷매무새를 다시금 정돈하고, 내려온 머리칼을 깔끔히 빗어주고. 면밀한 손짓으로 그 어깨에 목걸이를 채웠다. 익숙한 듯한 동작. 그러나 표정만큼은 너에게 보였던 사람들 중 누구보다도 건조하고 척박하다.) 기분이 어때요, 아가씨?
엘리시아 사라:(그들의 손길은 익숙하다는 듯 받아들인다.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이 방에 앉아 앞날의 행복을 기원하며 만들어진 이 드레스를 입고 나른하다는 표정으로 네게 눈길을 한 번 주고는 눈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리고 손에 들려있던 작은 책으로 시야를 돌리고 오랫동안 자신을 돌보며 같이 자라온 너에게 속마음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솔직히 기분이 이상해. 난 엄청나게 좋을 줄 알았는데, 막상 이런 날이 현실로 다가오니까 꼭 꿈 같더라. 마치 무언가에 취한 것 같아-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책을 덮어두려는 듯 그가 자신에게 선물했던 꽃을 말린 책갈피를 하나 꺼내서 끼워둔다. 이곳은 나만의 방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가 준 선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의 흔적이 짙어지면 나 역시 그에게 넘어가겠지.) 그래도 그 취함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야. 난 많이 기쁘거든- 꿈만 같아. 그와 함께하다니.
찰리 자일스:하퍼 린튼님 말인가요. (무던하게 네 말을 맞장구치며 자연스레 제 손길을 받아들이는 너를 거울 너머로 바라보았다. 꿈결같은 기분이라, 속으로 곱씹어 보는 듯 잠시 행동이 없더니, 곧이어 화려한 목걸이로 장식된 그 어깨를 느른히 쓸어 내린다.) 명예롭고 역사 깊은 집안이라고 하셨죠. 기쁘다니, 잘 되었네요. (보기 좋다. 행복해 보인다. 더는 힘들 일 없을 것이다. 여느 누구와 다를 것 없는 친절하고 여상한 대답. 그러나 그 상냥함은 입밖으로 꺼낸 말 뿐이고, 좀체 총기가 드러나지 않는 눈동자와 축 쳐진 몸은 어느 때보다 굼뜨고 느리다.) 전에... (뒤이어 무어라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인다. 그러나 말끝은 이어지지 못하고 침묵에 쉽게 묻혀들어간다.)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한두 달 저택을 비우고, 멀리 떠나고 싶으시다고. 언젠가 네가 잠들기 전 저에게 말했던 이야기를 떠올린다.) 남쪽 나라에는 구경해볼 것이 많을 것 같았다면서요.
엘리시아 사라:맞아, 전에 내가 그랬었지? 가고는 싶은데 곧 결혼식이고, 그가 허락해야 같이 가지 않을까? 멋대로 혼자 가면 아버지도 그렇고 모두가 싫어할 거야. (차가운 보석들이 얇은 살결에 닿자 살짝 움찔하고는 다시 가만히 앉아있는다. 곧 목에 채워진 화려한 장신구를 손가락으로 매만져보면서, 이건 얼마짜리 목줄일까. 라며 속으로 되뇐다. 이렇게 꾸밀수록 꼭 인형을 꾸미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유리관에 가두는 착각이 들자 눈을 질끈 감고서 다시 뜬다. 시야가 점차 밝아지면 거울 속에 한층 더 어두운 네 표정을 가장 먼저 볼 수 있었다. 오늘따라 좋아 보이지 않는 네가 걱정되는지 입꼬리를 올렸어.) 찰리,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아.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니?
찰리 자일스:(너에게서 한두 걸음 멀어져 이야기를 듣는다. 두 손은 단정하게 모아 잡은 채다. 허락, 이라고 했는가. 네가 원해 떠나는 여행인데도. 너의 선택으로 결정할 수도 있는 일임에도.) 그렇군요. 아가씨 말씀처럼 앞으로는 허락이 필요하겠어요. (그렇다면 결혼을 사후로 미루면 될 일인데.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경험하고 싶은 것들을 전부 이루고, 결혼은 그 다음 순서로 두어도 괜찮을 텐데. 그러한 질문은 이어지지 못하고 네 물음에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야윈 뺨의 중앙이 푹 꺼졌다.) 아닙니다. 잊어 버리세요.
엘리시아 사라:
심리학
기준치: |
75/37/15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찰리 자일스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익숙해 보입니다.
엘리시아 사라:(네 말과 표정을 바라보고는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정할 수 있는 권한에서 멀어질 것이다. 정말 잊어버리려는 듯 싱긋 웃어주기만 하였다. 곧이어 다른 사용인이 자신을 부르자 자리에서 일어난다. 특유의 품위있는 풍채를 품고서 손님을 맞이하러 간다.) 찰리, 가자.
당신은 찰리 자일스와 함께 계단을 내려갑니다.
저택의 홀과 거대한 앞 정원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 웃으며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곁을 당연하게 지키고 선 찰리 자일스가 유지하는 침묵만이
당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큰 소리로 말합니다.
?:“오랜만일세, 엘리시아 사라! 자네가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린튼 가와 결혼을 하다니, 이건 정말 경사로군!”
“그 집안은 예로부터 아주 유명하지 않았나.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고 말이야. 남은 건 만사형통이겠어!”
있는대로 아는 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양반들, 본 기억이 없습니다.
잘 나가는 것 같으니 일부러 친하게 구는 거겠죠.
주위를 둘러보면 초대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어라 대화하고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듣기
기준치: |
80/40/16 |
굴림: |
6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러고보니 린튼 가에서 근래에 실종자들이 늘어났다며?”
“결혼식 날짜가 발표된 이후에 계속 그렇다더라고. 무슨 마가 껴서, 이 경사스러울 때에…”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지. 그도 그럴게 결혼이잖나.”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당신을 알아본 몇 사람이 웃으며 다가옵니다.
결혼식의 주인공인 당신을 놔줄 생각인 이가 단 한 명도 없나봅니다.
엘리시아 사라:(웃음이 가득한 모습으로 다른 손님들을 맞이해준다. 어릴 적부터 익숙하게 받아왔던 교육이자, 이제는 습관이었기에 쉽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그들의 소문은 넘어가기 힘들었다. 실종자라고?.. 그의 가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나에게 해준 말도 없었는데, 내가 못 미더운 거였나. 잠시 표정이 어두워지다가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는 다시 미소를 되찾고 그를 바라본다.)
저 먼 발치에 있는 결혼 대상 집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문득 당신은 린튼 가에 관한 소문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저들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개방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가문 구성원조차 전부 공개하지 않으니 말 다했죠.
그는 애인인 당신에게조차 집안 사람들을 입에 꺼낸 적도 없었습니다.
린튼 가의 사람들에게 다가가던 중,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살며시 잡습니다.
엘리시아 사라:(누구지? 고개를 조심스럽게 돌려서 자신의 어깨를 잡은 자를 바라본다.)
찰리 자일스:아가씨. (그자는 네 옆을 늘 지키고 있던 사용인이다. 장내의 혼잡한 소음과 즐거운 분위기와는 퍽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짓고서 너에게 말했다. 마치 다가올 이 결혼식이 기껍지 않다는 듯한, 그런 쌀쌀맞은 말투로.) ....잠시 저와 걷지 않으시겠어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린튼 가의 사람들을 보고는 인사를 나누고 싶긴 한데, 오랫동안 자신을 보필해온 네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것을 제치면서 그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싶지는 않았다. 항상 가까이 있는 자들을 챙기는 여자의 행동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 하였고 너에게 돌아선다.) 그래- 네가 원하면 잠시 걷도록 하자.
시끌벅적하던 파티홀 내부와는 상반되는 분위기입니다.
찰리 자일스의 분위기는 아까보다 더 온화해진 것 같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이 적막 속을 내내 그리고 있었던 것처럼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습니다.
마침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바뀌는 것 같네요.
찰리 자일스:(어두운 정원의 한가운데서 달빛을 등진 채로 너에게 손을 내밀었다. 홀 내부의 호화로운 불빛이 멀어져 빛을 받지 못한 머리칼과 눈동자가 내려앉은 어둠과 분간하기 어려웠다.) 기억하고 계신가요? 꽤 옛날엔 이곳에서 아가씨와 함께 춤을 췄던 것 같은데.
엘리시아 사라:(새하얀 이를 살짝 드러내며 환히 웃었다. 너와 정반대되게 이 어두운 정원에서 빛을 내리는 달빛과 같은 웃음을 네게 보여주며 손을 잡았다.) 언제 이야기야- 난 춤추기를 싫어했는데, 너와 추면서 많이 늘었던 것 같아. 왜 같이 춤이라도 추려고? (망설임 없이 네게 한 걸음 다가가면 어느새 훌쩍 커버린 너를 올려다본다. 분명 우리는 키가 비슷했던 것 같았는데.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이 바뀐 것처럼 우리도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린 정말 많이 변했어. 그리고 또 변하겠지. 이 시간이 지나면, 난 이곳에 없을거야.
찰리 자일스:변하지 않을 겁니다, 아가씨. (저는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언제까지나. 너의 망설임 없는 상냥한 손길이 제 살에 닿자 한결 편안한 웃음이 만면에 퍼진다.) 아가씨는 늘 노력하시죠.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 집 식구와 사용인들, 하다못해 이 발밑의 잔디와 풀꽃들도요. (그리고 저 역시. 괜한 염려를 할 생각은 아니지만, 네가 적어도 네 인생의 동반자가 될 자의 발은 밟지 말아야 할 테니까. 잡은 손을 살며시 그러쥐며 자연스럽게 스텝을 밟고, 홀 너머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너와 춤을 춘다. 발목까지 내려온 메이드복이 둥글게 퍼지며 바닥에 닿을 듯 말듯한 궤적을 그린다.)
엘리시아 사라:(확신한다는 그 대답은 위로가 되었지만, 어쩐지 너를 마주 보지는 못했다. 무슨 표정을 감추려는지, 오랫동안 함께한 너라면 알고 있을 익숙한 표정이다. 그녀는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은 늘 보여주지 않기 위해 고개를 피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곧 미소를 잃지 않고 너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맞아. 넌 변하지 않을 거야. 자신의 손을 쥐고 이곳까지 흘러나오는 음악에 기분을 맡기고, 너에게 몸을 기대며 이 달빛 아래에 둘만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에는 자주 네 발을 밟고, 다음 동작을 까먹어 곤란하다는 눈으로 너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으로 많이 봤지만, 이제는 그런 표정 하나 없이 물이 흐르듯 이어나간다. 높은 구두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뿐하게 잔디를 밟으며 가볍게 몸짓을 살랑인다. 곧 내 남편이 될 사람하고 출 때보다 너와 춤을 추는 것이 더 편안하고 즐거웠다.)
엘리시아 사라: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옷으로 감춰진 목 부분에 희미한 반창고가 붙여져 있음을 발견합니다.
찰리 자일스:(사뿐한 스텝을 이어가다 잡은 네 손을 하늘을 향해 올리고, 한 바퀴 천천히 원을 그리는 네 동작을 웃으며 지켜보았다.) 이 정도면 걱정 없겠습니다. 예전에는 제 발을 자주 밟으시더니. (그리고는 개구진 목소리로 제 발밑을 슬쩍 내려보는 것이다.) 장족의 발전입니다, 아가씨.
엘리시아 사라:너 자꾸 놀린다? (살짝 미간을 좁히며 놀리지 말라는 듯 쳐다봤다. 한 바퀴 돌고 동작을 마무리하고서 네게 기대고서 숨을 고르다, 반창고가 붙여진 팔목을 발견하고는 손을 뻗어서 만져본다. 고개를 들어서 널 본다면 네 뒷목에도 똑같은 반창고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눈을 크게 뜨고서 네게 물어본다.) 어머... 찰리, 이 반창고는 뭐야. 어디서 다친 거야?
찰리 자일스:아..... (대답 대신에 제 팔을 느리게 뒤편으로 빼 버린다. 네가 걱정 어린 눈짓으로 저를 바라보면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시선을 맞춘다.) 요 며칠 바삐 움직인 탓인가봐요. 피로연 때문에 집사님도 그렇고 다른 하인들도 많이 바빴거든요. (실수하면 안 되잖습니까. 덧붙이며 춤을 추느라 흐트러진 네 옷매무새를 다시금 정리해준다.) 전부 아가씨를 위한 일입니다. 오늘 개최한 피로연도, 내일 있을 결혼식도... (그러니 저는 신경쓰지 마십시오. 이마를 쓸어주며 속삭이는 낮은 음성이 네 귓가에 닿는다.)
엘리시아 사라:... 나 때문에 네가 다친 거야? (신경을 어떻게 안 쓰겠어. 나랑 같이 자라고, 항상 내 곁에 지켜주던 사람이 다친 건데. 괜히 울상이 된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며 빼버린 네 팔 잡지 못하고 놓친다. 어떻게 다쳤는지 몰라도 얼마나 아팠을까. 다들 자신 때문에 실수하지 않기 위해 이리 고생하는 것을 모르고, 나는 멍청히 소파에 앉아 그를 생각했다는 것이 창피했다. 정돈을 해주던 네 손길이 끝나면 그 손목을 끌어와 자신의 볼에 가까이 대고는 눈을 감았다.) 나를 위한다고 다쳐도 되는 게 아니야. 찰리.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아. 그러니 아프지나.
춤을 추고 나면 다시 홀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이 밤이 지나면 당신은 정말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심지어 찰리 자일스마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찰나에 찰리 자일스가 당신을 붙잡는 건.
찰리 자일스:(네 손길에 의해 뺨에 얹힌 손은 미지근한 온도를 띄다 이내 힘없이 떨어진다. 이 손길이 멎으면 너는 정원을 벗어나게 될 것이고, 한평생 나고 자란 이 저택을 떠나게 될 것이고, 마지막에는 나조차도........ 살갗에 닿았던 감촉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다시금 손목을 잡은 것은 제 쪽이다. 제법 간절한 몸짓에 주위 공기가 유독 차갑게 식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내뱉는 한숨이 잘게 흔들리고, 잡은 손목에 시선을 둔 채 말했다.) ...결혼하지 않을 수는 없나요, 아가씨?
엘리시아 사라:... ... (잠시 짧은 침묵이 대답하는 시간을 미룬다. 하지만 대답은 정해진 것처럼 어두운 목소리로 입을 뗀다.) 그 말... 못들은 걸로 할게. 그렇게 할 수는 없어. (안되는 것을 너도 잘 알잖아. 이제 취소할 수 없는 일이야. 안타까운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고는 그 손을 뿌리친다. 음악이 멈추고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니 나는 먼저 너를 두고 걸음을 옮겨버린다. 슬픔을 뒤로 남기고 현실을 외면한다. 이제 곧 다가올 또 다른 행복을 위해서 너를 두고 가야 하는 것은 아픈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 걸까. 어쩐지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네게 보여주기 싫어서 말없이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반복되는 매달림 끝에서야 찰리 자일스는 조용히 당신을 놔줍니다.
이성을 차린 듯한 태도와 함께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어째서일까 그 뒷모습이 묘한 기분을 안깁니다.
파티의 주인공인 당신이 자리를 오래 비울 수는 없습니다.
린튼 가 사람들이 모인 곳에 다가가면 그들은 반갑게 당신을 맞이합니다.
?:이게 누구야, 우리 새가족 될 사람 아니야!
만나서 정말 반갑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총명하고 영특하게 생겼군.
당신을 맞이하는 식솔들을 하나하나 바라봅니다.
하지만 어쩐지 대부분 눈동자가 흐릿하고 낯빛이 창백한 자들 뿐입니다.
얼추 인사를 하고 나면 그들은 당신의 배우자 될 사람을 부릅니다.
곧 부부 될 사람끼리 춤 한 번 춰야지 않겠어.
그렇게 나타난 당신의 애인은 검은 정장을 입은 채 품위있게 당신을 맞이합니다.
정중하게 당신을 에스코트 하는 모습마저도 귀족답네요.
엘리시아 사라:... (창백하네. 유전 때문인가... 자신의 입가를 쓸어만 지며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떠올린다. 우리도 만만치 않게 특이 체질이라지만 저들은 마치... 시체? 혼자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에게 손을 내밀고 웃는 그가 나타나자 환하게 웃는다.) 기다렸어요. 하퍼. (그의 손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을 올리고는 화려한 그 파티장 속에 섞여들어 간다.)
모든 이들의 주목 속에서 당신은 당신의 애인과 춤을 춥니다.
미끄러지듯, 물 흐르듯 부드러운 몸짓은 그가 오랫동안 교양을 배워온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모두가 이 순간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하퍼 린튼의 어깨 너머 정원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고요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찰리 자일스의 얼굴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입매가 굳은 상태임은 확실합니다.
이 순간을 바란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극렬히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하퍼 린튼을 빤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하퍼 린튼:엘리시아, 당신의 사용인이 당신을 굉장히 아끼나봐요.
엘리시아 사라:아. (한눈을 판 것을 알아차린 것일까.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고는 싱긋 웃었다.) 어릴 적부터 저와 같이 자란 아이거든요. 저를 많이 아껴주고, 저 또한 그를 많이 아껴요.
하퍼 린튼:그렇군요. (네 고운 미소를 바라보며 저 역시 부드러운 웃음으로 화답한다.) 하지만 왜인지 나를 보는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요. 이런 저를 미워하는 건 아니겠지요?
엘리시아 사라:그럴 리가요. 제가 당신 발을 밟을까 걱정이 되어서 보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몸을 뻗어 네 귓가에 장난스러운 말투로 속삭인다.) 제가 어릴 적에 춤을 못 춰서 저 아이의 발을 많이 밟았거든요. (큰 비밀처럼 이야기해놓고 다시 너와 간격을 두었다. 이어서 너에게 부드러운 춤 선을 보여주며, 그 말이 거짓 같은 과거라는 것을 보여주듯 곱게 춤을 추었다.)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그녀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으니까.
하퍼 린튼:(귓가에 속삭이는 네 목소리를 보다 자세히 듣기 위해 고개를 낮추었다. 이어지는 말을 듣고서는 너와 다름없는 개구진 표정이 된다.)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하지만 엘리시아, 당신도 의외의 비밀을 가지고 계셨군요. 이리도 아름답게 춤을 추면서 말입니다.
그렇게 드러내는 웃음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정중히 인사한 미래의 배우자는 곧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곡조가 새로이 흐르고, 사람들의 흥겨운 움직임이 이어지고,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 사이 이상하게도 찰리 자일스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여전히 찰리 자일스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전날 밤 그런 말을 했대도 인사는 하는 게 당신에 대한 예의일 텐데요.
그러니까 린튼 가의 대저택의 분위기가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어디선가 나는 미미한 시큼한 냄새에 기시감이 듭니다.
결혼식을 할 곳인데 이렇게 장례식 같을 일일까요?
조용히 발을 들여 내부를 살펴보면 홀 쪽이 소란스러움을 깨닫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듣기
기준치: |
80/40/16 |
굴림: |
1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당신은 지나가는 사용인들이 연신 속삭이는 걸 듣습니다.
소란스러운 장소로 다가가면 린튼 가의 부인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엘리시아 사라:
SAN Roll
기준치: |
65/32/13 |
굴림: |
11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경찰들이 분주하게 현장을 검거하는 가운데 한 경찰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경찰은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동정의 시선을 건넵니다.
그리고 경찰모를 살짝 들어올리며 힘이 들어간 문장을 내뱉습니다.
경찰:사인은 총살입니다. 두 시간 전, 부엌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이 총 소리를 듣고 뛰어왔을 때 이미 목숨이 끊어진 상태였다더군요.
안타깝지만, 이건 살인 사건입니다.
경사로운 결혼식 날 이런 일을 겪게 되심에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카펫 위에는 쓰러진 하퍼 린튼의 시체가 있습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린튼의 시체, 카펫, 열려있는 창문과 장식장 정도입니다.
엘리시아 사라:(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약혼자의 시체를 바라본다. 그는 이미 서늘하게 죽어있었고, 어제 춤을 추며 원화롭게 바라봐 주던 자신의 애인이 죽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정말 죽은 것인지 그 시체를 살펴본다.)
총살 당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입니다.
확실히 죽이려는 셈이었던 듯 머리 쪽에 피가 흐르는 것이 정확히 머리를 쏜 모양입니다.
린튼의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빼보면 찢어진 쪽지입니다.
쪽지를 펼치자 거미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을 마주합니다.
엘리시아 사라:... 거미?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 자신의 약혼자를 죽인 사람을 찾겠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슬픔은 가라앉고 분노만이 먼저 앞서나간다. 쪽지를 그의 손에 다시 쥐여주고는 일어난다. 이곳에서 울고만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드레스를 한 손으로 움켜잡고 카펫에 찢어진 쪽지나 더 남긴 흔적은 없는지 살펴본다.)
그 위에는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관리도 어려울 것이 피로 적셔지다니 이 방면에서도 난감한 일이군요.
엘리시아 사라: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엘리시아 사라:(넘치는 것은 재산이니까 상관하지 않았다. 다만, 이 탄피가 그를 죽인 흔적이 된다는 것이 더 짜증이 몰려왔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다. 그런 자신을 위로해 주는듯한 선선하게 바람이 불어오는 창문을 향해서 시선을 돌렸다. 혹시 이곳으로 범인은 이곳으로 나간 걸까?)
창가에 신발 자국이 남아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크기는 성인 여성 평균치를 웃도는 정도인 것 같네요.
엘리시아 사라:... (어제 자신을 붙잡았던 찰리 생각이 들었다. 불길한 예감이 휩싸이기 시작하자 범인에 대한 분노는 가라앉고 그녀를 먼저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개를 돌려서 장식장을 뒤져본다. 혹시 나에게 남기고자 한 메시지가 있었을까?)
문득 바라본 장식장은 한쪽 문이 미미하게 열린 채입니다.
열린 틈 바로 앞에 존재하는 것은 린튼 가의 가족 사진들이 모인 액자, 입니다만…
엘리시아 사라:... 뭐야. 급하게 뺀 것일까? (누군가 가져갔다는 것은 감추고자 하는 비밀이 있었겠지. 확실한 건 이 사진은 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주변에 있는 린튼가의 하인에게 다가가서 이 액자 안에 사진이 무엇이 있었는지 물어본다.) 얘, 이곳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하니?
사용인:(네가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자 급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 아. 안녕하세요! 마님, 아니... 그러니까... (마님. 린튼 부인. 아가씨. 어느 호칭으로 불러야 하는 상황인지 그 무엇도 정립되지 않았다. 잠시 우물쭈물하다 액자를 보고는 황급히 대답한다.) 그..그건 린튼 가문 가족사진입니다. 이곳에 없는 사촌분들까지 모두 모여 한 자리서 찍은 사진이랍니다.
엘리시아 사라:인사는 필요 없으니 고개 들어요. (약혼자의 시체를 한 번 보고는 다시 그의 사용인들을 바라본다.) 무산이 되어버렸으니 엘리시아라고 불러줘요. (사촌까지? 잠시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고는) 그가 어렸을 때 찍었던 사진인가요? 아니면 성인이 되고서 다 같이 찍었던 사진인가요.
사용인:아마 아주 오래 전 사진일 겁니다. 린튼 가의 가족들 전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념적인 사진이라고 할 수 있죠. 누가 빼간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가씨. 어떻게 결혼식 날에 이런 일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인다.)
살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으면 경찰이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이 망한 결혼식날 당신을 집에 귀가시키기 위해 하인들이 분주해지는 가운데 코앞에 도달한 경찰이 신중하게 묻습니다.
그 집의 고용인이라 들었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사용인들이 말하는군요.
엘리시아 사라:제 시종을 찾나요? (경찰이 신중하게 묻자 조금은 날카롭고 고고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본다. 아무리 제 고용인이라 하여도 예의를 갖추라는 무언의 압박과 눈빛으로 그를 보면서 말을 이어하였다.) 오래전부터 저와 같이 자란 아이죠. 그 아이는 왜 찾죠?
경찰:(네 표정을 보고는 굳은 얼굴로 시선을 잠깐 외딴 곳에 둔다.) 이곳 정원사도 그렇고, 목격자들 말로는 응접실을 빠져나간 사람의 인상착의가 모두 그녀와 비슷하다 증언하더군요. (짧게 헛기침을 한 뒤에 말을 이어간다.) 그런데 오늘 하루종일 보이지 않았다면서요? 결혼식을 대놓고 못마땅하게 여겼고.
엘리시아 사라:(싱긋 웃으며 경찰을 내려다보았다. 당연한 것을 말하지 말라는 듯, 혹여나 찰리가 그를 죽였다 하여도 나는 살아있는 사람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나 또한 그녀가 의심되지만, 모르는 이에게 그 심정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글쎄요. 오랫동안 지낸 가족이 떠난다면 누구나 슬퍼하지 않을까요? 설마 그녀를 의심하는 것이면 정식으로 서류를 떼고 와서 이야기 부탁드려도 될까요? 오늘은 무척이나 피곤하네요. (말은 순화했지만, 자신이 찾는 것이 아니면 귀찮게 하지 말고 가라는 뜻이었다.)
경찰:(고개를 천천히 끄덕인 후) 알겠습니다. 충격이 크실 텐데도 협조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경찰은 심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일단 수긍하고 돌아섭니다.
아무래도 당신의 집까지 함께할 예정인 모양이네요.
어찌 됐든 확실한 사실은 이 결혼은 이제 물거품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살인 현장에 오늘의 주인공이 더 머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이 바닥으로 추락함에 모든 이들이 슬퍼합니다.
하퍼 린튼의 부모님 되는 사람들이 망연히 앉아있다 당신을 응시하는 게 느껴집니다.
엘리시아 사라:... (항상 뒤에 서있던 찰리는 이제 없다. 잠시 다녀오겠다고 말을 하자 다른 사용인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얀 드레스를 손에 쥐고 조심스레 그의 부모님 앞에 자세를 죽여 올려다본다.) ... ... 제가 대신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저희가 꼭 범인을 찾을게요. (나는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가문의 딸이었다. 가문의 명색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각오와 꼭 범인을 찾겠다는 슬프지만 강인한 눈으로 그들을 마주했다.)
그들은 당신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습니다.
어쩐지 그 태도가 다소 기형적이라 느껴질 지경입니다.
시선이 느껴지는 장소는 린튼 가 저택 한구석에 있는 풀숲 속.
엘리시아 사라: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하얀 무언가가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포착합니다.
엘리시아 사라:... 가자. (헛것인가. 생각을 하면서 마차에 올라탄다. 오늘의 하루는 빨리 끝내고 싶었다. 너무 피곤한 하루야.)
시선을 거두고 마차에 올라타자 말들은 길을 따라 저택으로 돌아갑니다.
너나할 것 없이 동석한 모든 이들은 침묵을 지킬 뿐입니다.
차갑게 가라앉은 이 기류는 저택에 도착한 이후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엘리시아 사라:(약혼자도 그렇고 찰리도 사라진 것이 너무 마음에 걸린다. 마치 태풍의 눈에 있는 것처럼 나는 고요하지만, 이 주변은 무언가에 휩쓸리고 있었다. 슬프고, 화가나고, 답답하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부정적인 감각들이 발목을 적신다.)
지금 이 상황에서 찰리 자일스가 미심쩍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당신이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그녀가, 정말로?
창밖으로부터 찰리 자일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인과 가족들이 뛰어나가 도대체 여태까지 어디 있었냐며 소란을 떨고 있습니다.
찰리 자일스:왜들 그러시죠? (소란스러운 이들 한가운데서 그들의 시선을 일일이 맞추며 대답했다. 두 손에는 커다란 짐가방이 들려 있다.) 아니요, 예식장에는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고 집사님께 전날 말씀드렸지 않았나요. 주문한 물건을 받으러 시내에 다녀온 참입니다. 네. …..아가씨가요? (차분히 말을 이어가다 마지막으로 눈길이 향하는 곳은 당신의 방 창문. 그 너머에서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친다.)
엘리시아 사라: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침착한 낯빛을 하고 있지만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그녀에게 권태로운 기류가 선연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당신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띠었던가요.
엘리시아 사라:(내가 왜 내려가야하지. 창 밖으로 찰리를 내려다보고는 올라오라는 눈짓을 준다.)
눈짓을 본 찰리는 이내 사람들에게로 다시 시선을 맞춥니다.
그는 물건을 산 영수증과 구매한 상인까지 증인으로 내세우자 의심스러운 낯을 하고 입구를 지키던 경찰 몇이 결국 수긍하곤 철수합니다.
그것도 단지 당신이 결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찰리 자일스:아가씨, 안에 계신가요. (문 틈 사이가 천천히 벌어지며 너머로부터 살가운 음성이 흘러나온다. 뒤이어 손이 비지 않아 한쪽 어깨로 문을 밀고서 짐가방을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가볍지만은 않은 무게인 듯 묵직한 소리가 바닥에 울린다.)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저물어가는 노을을 등진 채 그림자 진 얼굴로 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고요한 눈짓에는 장시간 짐을 옮긴 탓인지 피로감이 섞여 있다.)
찰리 자일스는 가진 짐을 잠시 두고 보다 확실히 자신에 대해 변호하기 위해 자리를 뜹니다.
짐가방 안에는 주문했던 옷가지들과 신문이 한 장 들어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먼저 신문부터 한 장 꺼내서 읽는다.)
1면부터 린튼 가와 당신의 집안의 결혼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이제 내일 신문에는 하퍼 린튼의 부고 사실이 실리겠죠.
일정 페이지에는 사망, 실종자 명단이 더불어 적혀져 있습니다.
당신이 가방 속을 살펴보는 사이, 가까운 곳에서부터 발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엘리시아 사라:... (두 가문 모두 이름이 높은 집안이다. 벌써부터 먹칠이 된 것만 같아 아버지의 표정이나 신문 기사가 어떻게 나올지 알 것만 같아서 머리가 아프다. 그 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살펴본다.)
찰리 자일스:(문 앞에서 점차 가까워진 발걸음 소리가 멎는다. 느린 속도로 방문이 열리면, 네 사용인이 언제나와 같은 모습으로 문간에 서 있다.) 괜찮으신가요, 아가씨. (거두절미하고 그 사용인은 네 상태부터 살핀다. 가족과 하인들에게 모두 전해들은 눈짓으로 망연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엘리시아 사라:찰리. 솔직하게 말해줘. 너는 늘 일이 있으면 나에게 말하고 집사에게 말을 하였잖아. 근데 이번에는 왜 말이 없었어? (조금은 서운한 감정을 말에 담고서 내뱉는다. 신문을 접고서 테이블 위로 올려두고는 고개를 들어서 널 본다. 얼마나 내가 놀랬는지, 모두가 널 의심하고 있고, 나 역시 너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얼마나 화가 나는지 너는 알까?)
찰리 자일스:(느리게 걸음을 옮겨 방 안쪽으로 들어가 열려진 짐가방을 바라본다. 너는 그 사이 제 가방 속의 신문을 읽었던 걸까. 그 안의 명단들도, 전부....) 무슨 말을 해야 하죠? (굳은 낯빛으로 테이블 위의 신문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낮은 숨결이 섞인 묵직한 목소리. 모두가 저를 의심하고 있다. 심지어는 너조차도.) 저를 믿으시나요? (느리게 말을 잇고서 다시 너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그 일련의 과정이 뻔뻔스러울 정도로 느직하다.)
엘리시아 사라:모두가 널 의심하고 있어. 나는 널 믿기에 경찰에게도 제대로 조사할 거면 서류를 떼오라고 말하고 왔어. (이 저택 안에 네 편은 오직 나라는 것을 인식시켜준다. 테이블 옆 소파에 앉고서 미간을 꾹 누른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려는 듯 잠시 말이 없다가 입을 뗀다.) 찰리. 난 네 편이야. 설령 네가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갈 채비를 하여도 나는 그것을 도와줄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는 거짓말을 하지 말아 줘.
찰리 자일스:(거짓말을 하지 말아 달라. 우려했던 상황을 선연히 일깨우듯 너의 그 말은 내 가슴 속에 나직히 가라앉는다.) 그 요구는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엘리시아 아가씨. (양 손을 정중하게 모으고 외려 쌀쌀맞은 태도로 소파에 앉은 너를 마주한다. 솟구치는 감정들을 아주 도려낸 듯이. 마주 모은 손이 꿈틀대고 있다.) 저를 믿는다면서요. 확실한 것은, 저는 도망치지 않을 겁니다. 상황이 해결되기 전까지 무엇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부디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짧게 일관하고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밤을 향하는 짙은 그림자는 너와 나의 발 밑에서 더욱 길어진다.)
엘리시아 사라:... 그러니? (눈동자를 들어서 너를 바라보고는 말없이 쳐다본다. 생각이 많은듯한 그런 표정과 도망가지 않겠다는 굳건한 그 의지. 마당에 심어둔 큰 거목과 같았다. 항상 너는 그런 식이었지. 너를 믿기에 자신에게 기대 달라는 그 말도 거절당하고, 난 오늘 내 약혼자도 잃었다. 너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부정적인 표정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나가봐. 오늘 내 방에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고 해.
찰리 자일스:....알겠습니다. (천천히 대답하고는 짧은 침묵 후, 넌지시 이야기를 꺼낸다.) …내일 린튼 가 분들께서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취소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시겠답니다. 식사는 따로 대접받지 않겠다고 하니, 내일 아침 식사 후에 가족분들과 함께 맞이하시면 될 거예요. (그러니… 숨결 섞인 목소리로 문고리를 잡는다.) 이만 주무세요, 아가씨.
문득 방문을 닫으려다 말고 그녀가 중얼거립니다.
혼잣말 끝에 당신이 무어라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인사를 한 뒤 나갑니다.
닫힌 문 너머 찰리 자일스가 무슨 표정이었는지 당신은 알 수 없습니다.
새벽이 가까워지고, 잠을 잘 수 없는 밤입니다.
문득 문틈으로 빛이 비춰졌다 사라지는 것을 밤잠 설치던 당신은 발견합니다.
엘리시아 사라:... 뭐였지. (눈을 살살 비비고는 문틈을 자세히 쳐다본다.)
복도로 나가면 끝에 위치한 찰리 자일스의 방이 불이 켜진 채 열려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뭐하는거지. (그 방이 불이 켜져 있는것이 신경이 쓰여 잠옷차림으로 네 방까지 걸어간다.)
찰리 자일스의 방으로 다가가면 내부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흐트러진 물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내부로 들어갈 경우 잡동사니들이 널부러진 장면을 마주합니다.
이 늦은 밤까지 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리는 하고 살라 잔소리를 해야 할 대목인가 싶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찰리 자일스의 자필로 무어라 적힌 수첩입니다.
엘리시아 사라:얘가... 이렇게 지저분하게 방을 쓰는 사람이 아닌데. (수첩을 발견하고는 글을 읽는다.)
전부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합니다.
엘리시아 사라: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것이 신문에 적힌 실종, 사망자들의 이름과 일치함을 깨닫습니다.
수첩을 넘기면 가장 마지막 부분에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익숙한 이름을 발견합니다.
수첩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찰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리볼버의 탄피, 쓰지 않은 탄피가 굴러왔습니다.
찰리 자일스가 없는데 멋대로 살펴도 되는 걸까요?
엘리시아 사라: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침대 밑을 향해 뻗은 손끝에서 노트 한 권이 닿습니다.
엘리시아 사라:(어차피 내가 이 집 주인의 딸인데.. 멋대로 생각을 하면서 합리화를 해버린다. 이 노트에 무엇이 적혀있는지 확인한다.)
내부를 펼쳐보면 6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이건 분명 하퍼 린튼의 시체가 쥐고 있는 쪽지 속 그림과 동일한 것입니다.
노트를 확인하던 중 문득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숨을 곳을 찾는다.)
당신은 급한 대로 열린 방문 뒤편에 숨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은밀행동
기준치: |
20/10/4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자연스럽게 그냥 방 밖으로 나가버린다.
찰리 자일스:(제 방에서 나오는 너를 복도에서 마주하고는 향하던 걸음을 멈춘다. 어둠 깔린 복도 멀리서부터 너의 형상을 한 그림자가 보인 탓이다. 밋밋하게 놀란 듯 눈동자가 조금 커진 채다.) .....아가씨? (이내 천천히 다가와 제 방과 복도 사이의 문간에서 너와 완전히 마주했다.)
엘리시아 사라:(태연하게 너를 마주하고는 안심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놀랬잖아. 이 밤중에 네 방 불은 켜져 있고, 너는 방에 없고... (오히려 자신도 놀라면 의심할 수도 있으니까 너를 찾은 것처럼 말을 하였다.) 이 새벽까지 안 자고 뭐하고 있던 거야? (되려 꾸짖는 것처럼 너를 쳐다본다.)
찰리 자일스:잠깐 외출을 하고 돌아온 참이에요, 아직 주무시지 않고... (그러나 그 행색은 너와 마찬가지로 잠옷 차림이다. 자연스럽게 너를 지나쳐 불이 켜진 방 안으로 들어간다. 짧은 소매 사이로 온갖 상처가 가득한 팔이 스치는 것은 착각이 아니다. 어떻게 된 건가 싶을 정도로 수많은 상흔들이 저마다의 깊이로 새겨져 있었다. 속히 옷걸이에 걸린 겉옷을 챙겨입고서 다시 등 돌려 너를 마주했다.) 아무리 아가씨라 한들 제 방을 멋대로 들어오시면 곤란합니다.
엘리시아 사라:... (상처들이 달라. 최근에 생긴 건가? 시내에 나갔다 온 사람이 저렇게 다치는 일이 많을까. 눈을 깜빡이고는 미안해.라고 말을 하며 넘어가고 싶지만 이젠 넘어가기 힘들 것 같았다.)... 찰리. (네게 천천히 걸어가 팔을 낚아채 상처가 가득한 그 팔을 직접 목도한다.) 이건 왜 다친 거야. 네가 걱정하게 만드니까 내가 멋대로 이렇게 오는 거 아니야.
찰리 자일스:(팔을 낚아채는 네 손길에 짧게 상체가 휘청인다. 세게 당긴 것이 아니었음에도, 당겨지는 쪽에서 어떠한 힘도 없어 그런 것이었다. 상처가 새겨진 순간의 아픔을 이제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듯 초연한 눈짓이 너를 향한다.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나를 향한 걱정에 네 에너지를 쏟지 않기를 원한다. 당신의 삶에 놓여질 수많은 고민거리에 나를 끼워넣는 것만큼 미욱한 짓은 없다. 그러니...) 괘념 마시고 어서 가주세요. 아가씨께서 이럴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다시 한번 너와 나 사이의 관계를 확실히 정립해놓는다. 고용주와 고용인. 부르는 자와 따르는 자. 주는 자와 받는 자. 그 굳은 심지가 무너지지 않았기에 우리는 우리로서 지속될 수 있었다.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보다 명확하게 우리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 내게는 언제나 당신을 걱정 어린 눈짓으로 바라보고, 그리워하고, 사모하고, 곁에 두어 받들고, 흠 없이 정돈하는 것이 주어진 역할. 이 변치 않을 지극한 애정을 당신이 담기에는 수고스러운 일에 불과할 것이다.)
엘리시아 사라:... (그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모두들 내가 유리관에 갇혀서 세상을 바라보길 바라는구나. 애꿎은 감정이 올라오며 표정을 구기게 만들었다. 나는 너처럼 이성적이지 못하기에 한순간 화를 내고, 한순간 기뻐한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네가 미웠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움직이는 게 그렇게 싫은 거야? 아니면 내가 인형처럼, 정원에 있는 저 꽃들처럼 가만히 있고 영원토록 시들지 않게 피어있기를 바라는 거니? (나보고 돌아가라는 그 말이 서운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주먹을 움켜쥐고는 네 어깨를 한 번 세차게 때리고는 손을 놓아버린다.) 그래. 알았어. 난 신경 쓰지 않을 테니까 알아서 잘해봐. 밤이 늦었으니까 어서 정리하고 자. 내일 그 자리에 너도 와야 하니까. (속상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문밖으로 나서버린다. 나한테 그리 말할 거면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본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너는 내 하인이기 전에 내 사람인데.)
찰리 자일스:(네 주먹에 어깨가 밀려져 한 걸음 물러난다. 나에 대한, 망가진 결혼식에 대한 원망스러운 네 마음이 마구 할퀴어진 것이 보였다. 애초 결혼식을 온전히 마쳤더라면. 이 새벽밤은 네가 바라던 모습처럼, 배우자와 함께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했을 텐데. 이렇게 밤잠 설치고 아파하지 않았을 텐데. 속이 상할 일이 없었을 텐데. 무엇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못내 등을 돌려 버리면 네가 내려친 어깨를 매만지다 손을 내린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가씨. 푹 쉬세요.
당신이 방으로 돌아가려 하기 직전, 문득 자리에서 멈춰서 조용히 말합니다.
찰리 자일스:...서두르지 마세요.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알 수 있을 테니.
그녀는 애틋한 미소를 지으며 당신이 반문할 틈도 없이 방문을 닫습니다.
아침부터 집안이 분주하면서도 침잠한 이유는 어제의 살인 사건 때문일 겁니다.
침대 맡에는 사과 잼을 바른 스콘과 따뜻한 스프가 놓여져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꿈도 뒤숭숭하다. 좋은 꿈이 아니었지만 확실하게 기억나지도 않는다. 이 아침이면 내 옆에서 나를 깨워주고 머리를 정리해 주는 사용인 찰리가 없었다. 그냥 말없이 아침만 놓아두고 간 것을 확인하고는 섭섭함이 밀려온다. 수프만 한 숟갈 떠서 맛을 보고는 제대로 먹지도 않은 채 남겨버린다.) 오늘.. 린튼 가 사람들이 온다고 하였지. (다른 사용인이 들어와 옷을 입는 것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을 거절하고 혼자 드레스 룸에 들어가 옷을 고른다. 새하얀 드레스에 금색 레이스 무늬가 촘촘히 박힌 것을 골라 혼자서 입는다. 각 가문의 장식이 박힌 옷을 입고 올 테니 자신 또한 그리 갈아입고 머리를 정돈하고서 거울을 바라본다. 뒤에 있는 사람도 없이 혼자 입는 것은 오랜만이다. 준비가 되었는지 물어보는 노크 소리에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는 손님을 맞이하러 나간다.)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가족들을 만나러 나오면 역시나,
자식의 혼사가 망쳐졌다는 사실이 더해 더더욱 초상 난 분위기일 겁니다.
린튼 가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엘리시아 사라는 뒷마당, 휴게실, 부엌에 갈 수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표정 봐라. 자기 자식에게는 좋게 대해줄 수 있지 않은가. 똑같이 어두운 표정으로 자신의 가족들을 훑어보고는 먼저 부엌으로 간다. 혹여나 찰리가 이곳에 있을까 하는 마음을 품고서 두리번 거린다.)
엘리시아 사라:(가족이 있는 곳은 지친다. 바깥 공기라도 마실 겸 뒷마당으로 나간다.)
뒷마당에는 마당 정원을 가꾸는 찰리 자일스가 있습니다.
찰리 자일스:일어나셨나요, 아가씨. (정원 가위를 앞치마 주머니에 넣고서 너를 보며 고요한 미소를 짓는다. 한 손에는 잘 다듬어진 에리카 꽃다발이 들려 있다.) 좋은 아침입니다. 꽃이 참 예쁘지 않나요.
엘리시아 사라:... 잘 잤니? (꽃에게 시선을 주고는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어제 일은 없었던 것처럼 잠잠한 게 시간이 흘러간다. 잠시 눈을 감고서 피곤함을 눌러두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꽃 예쁘다. 그 꽃 이름이 뭐라고 했었더라. 에리카? 누구 주려고 꽃다발을 만든 거야?
찰리 자일스:알고 계셨군요. (다정한 웃음을 지으며 한 송이를 너에게 건네주었다. 그 너머로 싱그러운 꽃향이 퍼진다.) 히스라고도 한답니다. 꽃말은 고독, 이라고 해요. (이내 정원 도구를 넣어둔 주머니에서 얇은 끈을 꺼내어 꽃다발을 깔끔하게 묶는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업무상의 영역을 제하고 취미로 하는 일이기도 했다. 군더더기 없는 손짓으로 리본을 만들어 끝을 일정하게 잘라낸 뒤 다시금 너에게 시선을 맞춘다.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린튼 부부에게 드릴 겁니다. 자식분을 잃으셨으니까요.
엘리시아 사라:... 그래. 좋은 생각이야. (웃음을 머금던 표정이 사라진다. 깔끔하게 정리를 하는 화단 아래에 떨어진 꽃송이들을 바라보며 마치 자신 같다고 생각을 하였다. 쓸쓸한 일이다. 나의 사랑, 내 사람은 그렇게 허무하게 죽었구나. 네 말에 다시금 그의 죽음을 떠올리고는 침울한 눈으로 그 꽃다발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어쩐지 그 꽃말이 나와 어울리는 것 같아. 모두가 나를 두고 무슨 일을 벌이는 것 같지만 난 아무것도 알지 못하니까. 심지어 너조차 나한테 말하지 않으니까. 어쩐지 외롭네.
찰리 자일스:(잔잔한 대화가 끝나갈 무렵 네 얼굴을 말없이 응시한다. 어쩐지 외롭다. 어찌 외롭지 않을 수 있을까. 어젯밤 네가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 살해당했다. 죽음의 문턱을 건너간 이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보내주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 마음을 헤아리듯 저 역시 애석한 눈짓이다.) 당장 이 아픔을 견뎌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 송이 쥐여진 히스꽃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 네 귓가에 살며시 꽂았다. 무척이나 어린 날 흐려진 기억 속에서 너에게 했던 그대로를 되풀이하듯이.) 견뎌 내셔야 해요. 아가씨는 강한 사람이잖아요.
엘리시아 사라:... 어떻게 사람의 죽음을 견디겠어. 내 어머니와 언니가 죽었을 때 나는 아직도 그 기억을 가지고 살고 있어. 영원토록 잊지 못할 거야. 그건 극복하는 것이 아니야.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그런 아픔이지. (귓가에 꽂혀진 그 꽃을 매만지고는 뒤늦게 입꼬리를 올려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너도 항상 몸조심해. 어제처럼 함부로 다쳐서 돌아오면 그때는 넘어가지 않을 거야. (잠시 무언가를 말을 하려다가 참는다.) 그래. 몸조심하고 찰리. 있다가 보자.
찰리 자일스:(이어지는 대답을 듣고서 눈썹을 낮게 좁혔다. 너는 너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서 그토록 가혹한 말을 너 스스로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기억해야 할 아픔이라니. 네 귓가에 얹어준 것이 꽃 한송이가 아닌 무거운 짐인 것만 같았다.) 너무 아프지는 마세요, 아가씨. 언제나 그랬듯, 제가 원하는 건 아가씨의 행복이니까.... (그리고 말을 마치는 순간, 네가 인사하고 떠나려는 참에 어깨를 잡고 그 얼굴을 강제로 저에게 마주하게 한다.) 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요. (빠른 몸짓에 네 머리칼이 휘날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엘리시아 사라:... (백금 빛의 머리카락이 휘날리면 얼마나 여자가 잘 돌봐졌는지 한순간에 알 수 있었다. 특유의 파우더 향과 부드럽게 몸을 흘러내리는 것들. 그 관리가 잘 된 얼굴이 너로 인해 변하기 시작한다. 미간을 좁히면서 자신이 들은 말을 의심한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일까?) 왜 그걸 나한테 이야기하는 거야? (이 시대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총을 가질 수도 있지. 어떻게든 합리화를 시켜본다. 우리는 위험한 일도 있으니까, 그래 사용인이 가질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총이 내 약혼자를 죽인 거라면? 어제의 일이 설마 네가 꾸며놓은 비극이라면? 좋지 않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내 행복을 바라면서 왜 너는 그런 말을 내뱉는 거지.) 그 총들이 어쨌는데.
찰리 자일스:그 총이 필요해요. (네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속히 말끝을 잡는다. 필요하다. 그 권총과, 그 권총을 든 네가. 일그러진 네 표정을 살필 생각도 없는지 건조한 말이 이어진다.) 그걸 들고 절 만나러 와주세요, 아가씨. 제가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이해할 수 없는 말. 헤아릴 수 없는 행동들. 네 반응과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전하는 가시박힌 단어들. 잡은 어깨를 천천히 놓는다.)
의중을 알 수 없는 찰리 자일스는 더 의미 모를 문장만 전달할 뿐입니다.
찰리 자일스:…그리고 꼭 방아쇠를 당겨 주셔야 합니다.
찰리 자일스는 꽃다발을 들고 자리를 떠납니다.
엘리시아 사라:... 잠시만 찰리. (너를 붙잡기도 전에 떠나버린다. 그게 무슨 말이지. 설마 내가 누군가를 죽이는 상황이.. 오는 걸까? 침착하게 마음을 다스려본다. 아니야. 혹시나 그런 상황이 온다면 가정이지,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해서 걱정을 할 이유는 없다. 너는 그저 나에게 짐만 떠넘기고 가버렸다. 그 흔적을 뒤쫓는 건지 아니면 산책을 하려는 것을 마저 하려는지 걸음을 옮긴다.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그 총을.. 내가 더 챙겨야 할까? 굳이 그 총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생각 없이 걷다 보면 도착한 휴게실에 눈을 느리게 깜빡이고는 들어간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만 되어 있을 뿐입니다.
엘리시아 사라:... 대충 어떤 말들이 나올진 알겠네. (탁자를 먼저 살펴본다.)
탁자를 보면 손님 수에 맞게 놓인 찻잔이 있습니다.
1면에 하퍼 린튼 살인 사건이 보도되어 있습니다.
용의자가 몇 추려졌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있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드는 중이다…….
엘리시아 사라:... 이유가 있을 거야. 그 아이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벽난로로 고개를 돌린다. 나는 그 아이를 믿으니까. 함께 자란 사람이 설마 그런 짓을 하겠어.)
방금 막 장작을 넣었는지 타닥타닥, 잘도 탑니다.
문득 벽난로 안쪽에 타다 만 종이조각이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종이 조각을 꺼내면 기묘한 글자들이 일부 적혀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SAN Roll
기준치: |
63/31/12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종이의 내용을 보려 해도 몇 가지 띄엄띄엄 적힌 단어만 겨우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그려진 소름끼치는 거미 그림…….
벽난로를 보고 지나칠 때 카펫 아래에서 삐죽 튀어나온 종이를 발견합니다.
엘리시아 사라:(당최.. 알 수가 있어야지. 무슨 거래이고 숙주이지? 요즘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피식, 웃으며 부엌으로 가려다 발에 밟힌 종이 한 장을 들어서 읽는다.) 이게 뭐지?
꺼내 내용을 살피면 암호처럼 무어라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마지막에 적힌 글자는 명백한 암호라, 확실하게 읽기 어렵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7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이 필체가 찰리 자일스의 것임을 깨닫습니다.
매일같이 당신에게 건네주던 식사 메뉴에 적힌 글자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나요.
우선 이 린튼의 이름은 적어도 하퍼 린튼의 부모님의 것은 아닙니다.
엘리시아 사라:... (파티장에 누군가의 실종을 생각한다. 설마 그 소문들과 관련이 있는 건가? 만약에 린튼 가를 조사한다면 그들의 집안에 무슨... 비밀이 나를 해치는 것에 관련이라서 말을 해주지 않는 걸까?)
(일단 종이를 챙기고는 부엌으로 이동한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산 자들은 음식을 먹고 살아가기에 맛있는 냄새가 만연합니다.
하인들은 당신이 온 줄도 모르고 저들끼리 무어라 떠들고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듣기
기준치: |
80/40/16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요리 소리에 묻혀 대화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듣기
기준치: |
80/40/16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사용인:린튼 가 사람들이 가문 구성원도 공개하지 않는댔잖아? 그런데 소문에 따르면 이번에 죽은 하퍼 린튼 씨가 마지막 후계자였다더라.
그럼 뭐야? 그 부부만 남은 거야?
글쎄, 아직 일가 친척이 몇 살아있긴 했다는데 전부 죽으면 대가 끊기는 거겠지…….
바깥에서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용인:아가씨, 손님이 오셨습니다. 가족분들이 먼저 응대하고 계신다고 하니, 잠시 방에 가 계세요.
엘리시아 사라:... (하퍼가 마지막 후계자. 누가 그들의 대를 끊으려고 하는 거지? 생각에 묻힐 때쯤에 손님이 왔다는 말에 잠시 방에 먼저 가 있기로 한다. 아니, 방으로 가는 길에 찰리 방으로 먼저 들어간다.)
복도를 지나던 중 과거와 앞날의 고민이 교차합니다.
죽은 하퍼. 조각난 결혼식. 그리고 그 이후.
걸음을 지속할수록 생각이 무거워지는 느낌입니다.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소리의 근원지로 뛰쳐나간다.)
현관으로 향하면 그곳에는 피가 묻은 에리카 꽃다발을 든 찰리 자일스가 서 있습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악에 물든 낯으로 찰리 자일스를 응시합니다.
바닥에는 린튼 부부의 시체가 쓰러진 상태입니다.
엘리시아 사라:
SAN Roll
기준치: |
63/31/12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피가 튄 뺨을 든 찰리 자일스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숨을 뱉은 그녀가 소리 없이 발음한 건 당신의 이름입니다.
사용인들이 뛰쳐나가 찰리 자일스를 제압하고 총을 뺏어듭니다.
찰리 자일스는 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순순히 무릎이 꿇렸습니다.
그 상태에서도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는 그 눈은 여전히 간절하던가요.
추락한 꽃다발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의해 무참히 짓밟힙니다.
망가지고 뭉개진 꽃이 지금의 찰리 자일스 같습니다.
마침내 고개를 떨군 찰리 자일스의 어깨 너머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붙잡힌 그를 구속하고 끌고 나가는 과정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집니다…….
그 가운데, 문득 마주친 찰리 자일스가 입을 벙긋거립니다.
마침내 연행되는 찰리 자일스가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납니다.
충격은 여전히 당신을 강타한 채 여파를 남겼습니다.
늘 당신의 곁을 지켰던 찰리 자일스가 살인마라니.
지금부터 당신의 선택이 오롯이 모든 걸 결정할 텐데.
당신은 목전에 벌어진 살인을 그대로 외면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권총을 챙기고 유치장으로 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엘리시아 사라:(나는 외면할 수가 없다. 내 곁을 지키던 자가 무엇을 위해서 이런 비극을 스스로 만들고 참회해야 했는지 알아야겠다. 급하게 찰리가 쓰던 방으로 뛰어가 침대 밑에 있는 권총을 챙기고 유치장으로 간다.)
정말 그가 말한대로 여분의 권총과… 상자를 발견합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도 하지 못할 정도로.
꺼내 뚜껑을 열려 하면 비밀번호가 걸려 있습니다.
꽤나 낡았고, …예사 종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종이를 펼치면 한 호텔의 주소가 적혀있습니다.
귀퉁이에는 린튼의 성을 단 몇 명의 이름이 동그라미 표시되어 있네요.
엘리시아 사라:
SAN Roll
기준치: |
61/30/12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1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엘리시아 사라:(종이와 권총을 챙기고 그를 만나러 뛰쳐나간다.) 마차를 준비해. 빨리! (급하게 사용인에게 명령을 한다. 긴급한 상황 속에 이게 무슨 말인지, 대체 이런 게 가능한지, 너는 무엇을 준비했는지 그 입으로 들어야겠다. 찰리, 너는 무엇을 위해서 이러는 거지?)
당신과 찰리 자일스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음을 증명하듯이.
엇나간 궤도를 따라가는 것처럼 마차 안이 덜컹거립니다.
찰리 자일스가 구금되어 있는 곳으로 조용히 향합니다.
엘리시아 사라가 피해자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관계임을 아는 경찰들은 면회를 허락합니다.
엘리시아 사라:(어디에 그녀가 있는지 두리번거리면서 숨소리까지 죽이며 찰리가 어디에 구금되어 있는지 찾는다.)
찰리 자일스:(네 옆을 함께 걷던 경찰이 커다란 철창을 열면, 적막한 공기가 맴도는 내부가 드러난다. 네 사용인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차분하게 앉아 있다. 바닥으로 내려앉은 불빛 사이로 가만히 부유하는 먼지가 보인다. 말없이 네가 제 맞은편에 앉는 것을 기다리다가, 시선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권총은 잊지 않았습니까?
엘리시아 사라:... 나를 보고서 하는 말이 먼저 권총이야? (어이없는 듯 헛웃음을 내뱉었다. 기껏 걱정되는 마음과 네 안부를 생각하며 온 사람을 뒤로 미루고 권총을 먼저 찾는 네 행동에 실망스러웠다.) 권총보다 먼저 말해줘야 할 이야기가 있지 않아? 나 지금 너에게 많이 화가 났어. 그러니까 제대로 말해줘. 왜 그들을 죽이고, 시간의 주문은 무엇인지.
찰리 자일스:(헛웃음을 내뱉는 그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내심 바랐던 태도이나 직접 마주하니 어쩐지 가슴이 쓰리다. 네가 나를 믿었기에 가능한 표정과 목소리. 기꺼움과 동시에 이어진 대답을 듣고서는 잠깐 넋을 놓는다. 주문에 대해 언급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화가 나셨겠지요. 제가 아가씨의 남자를 죽였으니.
(헛웃음을 내뱉는 그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내심 바랐던 태도이나 직접 마주하니 어쩐지 가슴이 쓰리다. 네가 나를 믿었기에 가능한 표정과 목소리. 기꺼움과 동시에 씁쓸한 감각이 입안에 맴돈다. 이어진 대답을 듣고서는 잠깐 넋을 놓는다. 주문에 대해 언급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화가 나셨겠지요. 제가 아가씨의 남자를 죽였으니. (그러니 더 듣고 말고 할 것도 없지 않은가. 장전된 총알은 네 품속에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이 순간만큼은 너는 내게 모질게 대해도 괜찮다. 괘념없이 몰아쳐도 누구 하나 탓할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이유를 말해주면 방아쇠를 당겨줄 겁니까?
엘리시아 사라:(덤덤하게 자신의 요구만 말을 하는 네 태도에 결국 울컥한 마음을 토해낸다. 주먹을 꽉 쥐고는 참고 있던 감정들이 몸을 휩싸이며 차가운 분노를 만들어내자 여자의 표정을 그 어느 무엇보다 냉혈적이었다.) ... ... 너 그 태도가 나를 화나게 만들어. 사람을 바보처럼 만들어 놓는 게 재밌어? 이렇게 나를 위한척해두고 혼자 짊어가는 게 좋니? 네가 그렇게 나오니까 나도 내 멋대로 할게. (치맛자락을 들어 허벅지에 묶어둔 홀스터를 네게 보여준다. 보관되어 있는 은빛 리볼버를 꺼내서 딱 한 발을 장전하고서 돌린다.) 내기 하나 할까? 돈은 필요 없어. 이 순간에 내 약혼자, 내 품위, 가문의 명성 그리고 오랜 시간 같이 있던 너까지 잃은 나에게 남은 게 뭐가 있겠니? (어두운 그 공간에 갇힌 너를 보며 싱긋 웃었다. 등 뒤에 조명이 마치 후광처럼 너와 자신을 빛내지만 표정은 잔혹했다. 웃음 속에 묻어 나오는 슬픔을 그 잔혹함으로 가려버린다.) 내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내 머리에 한 발씩 쏠 거야. 하지만 네가 제대로 대답하면 너에게 겨누고 쏠게. (이어서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는 뒤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왜 그들을 죽였지? 어서 말해.
찰리 자일스:무슨.... (덤덤하게 바라보고 있던 낯이 일순 일그러진다. 전신을 돌던 피가 차갑게 식은 듯 낯빛은 창백하다. 그 리볼버는 네 머리를 향할 만한 물건이 아닌데도. 왜 총구를 그리 겨누는 건지.) 아가씨의 결혼식을 망친 것도, 아가씨에게서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은 것도, 죄 없는 린튼 가를 죽인 것도 전부 제가 한 일입니다. 여기서 목숨을 끊으시겠다구요, 이런 어리석은.... (구겨진 미간을 펼 생각조차 않고 입술 사이로 삿된 말을 꺼내놓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려깊은 말로 상대를 대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했던 자들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각자의 일방적인 요구만이 남은 이곳에서, 날카롭고 강압적인 목소리가 장내에 퍼져들어간다. 양립할 수 없는 의지가 맞서는 순간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저를 죽이세요. 아가씨가 해야 할 복수를 여기서 끝내요.
엘리시아 사라:네가 한 짓이란 것을 물은 게 아니잖아. 왜 그들을 죽였는지 말하라고! (한 번도 언성을 높여본 적 없는 여자의 목소리가 한 번 울린다. 그 밖에 경찰들도 자신의 눈치를 보느라 안을 보지 못하겠지. 실린더를 꾹 누르고는 네가 보라는 듯 웃으며 총구를 망설임 없이 쏜다. 하지만 총알은 없었기에 딸칵, 소리만 이곳에 울렸다. 정말 자신의 머리에 쏘겠다는 것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행동이었다.) 이야기하기 싫으면 다른 질문할게. 하지만 똑바로 말해줘. (잠시 심호흡을 하고는 너를 쳐다본다. 만약 이 손으로 너를 죽인다면 내 곁에 남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다. 오랜 기간 함께한 너조차 내 옆에 없다는 것은 네가 꺾어온 에리카 꽃처럼 혼자되는 것이다.) 왜 내가 널 죽여야 해? 바꿔야 할 진실이 있는 거니?
찰리 자일스:(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주변 공기를 가르고 내 귓가에 닿는다. 나는 어떤 순간에서도 이다지로 분노를 쏟아내는 네 모습을 목도한 적이 없다. 낯선 그 모습에 한쪽 눈썹이 반사적으로 꿈틀거린다. 연이어 네가 리볼버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동시에 상체가 앞으로 쏠린다. 총성이 울리지 않은 것에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은연중에는 걱정과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온다. 널 바라보는 눈빛에는 시시각각 불안이 섞인다.) 네, 있습니다. 주문을 읽었으니 알고 계시겠지요. (내게 방아쇠를 당기면, 시간은 돌아갈것이다. 단 한 발로 충분하다. 그러니...) 함께 돌아갑시다, 아가씨. 이게 마지막입니다. 아가씨의 손으로 직접. 이 굴레를 끝맺으시는 겁니다.
찰리 자일스:마지막으로 말할게요. 저를 죽이세요, 아가씨. 부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수갑 찬 손을 마주잡아 단정하게 섰다. 희미한 웃음이 섞인 채로. 언제나와 같은 모습으로.)
엘리시아 사라:...넌 이기적이야. 나에게 말을 하지도 않고, 늘 혼자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자신의 머리에 겨누던 총을 내려놓는다. 상체가 숙여지면서 숨을 천천히 고른다. 이 한 발로 이 굴레가 끝맺어지고, 무엇을 돌려놓는지 나는 모르겠지. 너는 정말 나쁜 사람이다. 왜 내가 결혼하지 않았으면 좋겠는지, 왜 그들을 죽였는지, 그리고 왜 너까지 죽여야 하는지 해답을 알려주지 않고 행동을 강요하고 있었다. 분노가 차분하게 가라앉고 나는 이곳을 박차고 나가고 싶었지만, 이곳에서 평생 썩을 너를 차라리 내 손으로 내보내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 스스로 다그쳤다. 쾌도난마(快刀亂麻)를 태어난 나의 정의이자, 평생을 교육받은 나의 신념.) 그래. 넌 늘 올곧게 있었지. 부러지지 않을 그 나무가 태풍에 뽑힐 것 같으면, 내 손으로 잘라줄게. (총알이 있는 곳으로 실린더를 몇 번 딸칵 거리고 너를 향해 다가간다. 철창에 손을 넣고 곧게 서서 나를 보고 웃는 그 미소에 나 역시 눈물을 흘리며 온화한 미소를 띠어 참는다.) 과거에서 만나. 찰리. 그곳에서 진실을 이야기해줘.
당신이 꺼낸 권총에 놀란 경찰들이 뛰어와 제압을 시도하려는 순간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탕, 소리와 함께 그대로 총알이 찰리 자일스의 심장을 관통하고…….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림과 함께 시야가 암전합니다.
달력을 살피니 정략 결혼에 관한 통보를 듣던 날입니다.
곧이어 인사를 하고 당신의 옷 매무새를 살펴줍니다.
사용인:(침대에서 너의 머리카락을 빗어주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정말 유감이에요, 아가씨.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엘리시아 사라:... 왜, 무슨 일이니? (온화하게 웃으며 그 사용인을 바라본다.) 말해보렴.
사용인:하퍼 린튼님 말이예요. 갑자기 실종되셨다고 하셨잖아요..... 어떻게 그런 일이......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간다.) 아가씨의 성품에 걸맞는 더 좋은 분이 나타날 거예요.
엘리시아 사라:(아.. 그이는 사라졌구나. 잠시 눈을 감았다가 미소를 잃지 않고서 테이블에 놓인 책을 꺼내서 마저 읽는다. 전에 읽었던 내용들이다.) 괜찮아. 사람의 만남은 한곳에 머물 수가 없다고 내가 말했잖니. 아, 혹시 찰리는 어디 있는지 아니? 만나야겠어.
사용인:아, 글쎄요.... 찰리는 오늘 아침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던데, 방에 한번 가보시겠어요? (네 옷을 평상복으로 갈아입히고 마지막으로 어깨를 털어준 뒤, 방문을 열어준다.)
엘리시아 사라:그래. 내가 직접 찾아볼게. 아침은 필요 없어. 아버지께는 속이 안 좋다고 전해줘. (사용인이 열어준 방문을 넘어서 찰리를 찾으러 간다.)
찰리 자일스의 방으로 가면 말도 안 되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찰리 자일스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책상 아래 서랍 하나가 아주 조금 열려있음을 발견합니다.
서랍 내부를 보면 거미의 얼굴이 그려진 공책이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찰리 자일스의 수첩에 적힌 명단의 이름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거미 그림과 함께 ‘숙주’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아이호트의 일족’이라는 작은 거미 같은 생명체가 인간의 몸을 차지하는 내용.
수를 늘여 마침내 저들의 신을 불러 모시려 한다는,
엘리시아 사라, 이성 체크. (1d2/1d4)
엘리시아 사라:
SAN Roll
기준치: |
58/29/11 |
굴림: |
59 |
판정결과: |
실패 |
그 아래 필기체로 휘갈겨진 한 문장은 찰리 자일스의 글씨체입니다.
지금 당장 어디론가 사라진 그를 찾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엘리시아 사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랑하는 그이가 아니 그 가문이 내 육체를 차지하기 위해서 접근했다는 사실의 배신감과 왜 찰리는 이것을 알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숙주가 된다고 해도 그게 너하고 무슨 상관이지? 그것 때문에 왜 내가 네 심장을 버리면서까지 죽음을 당해야 했는지. 울컥하는 마음에 고개를 숙인다. 원통한 마음이 눈가를 적시기 전에 억지로 몸을 움직인다. 진실을 이야기해주기로 했으면서 또 사라진 너를 찾으러 이곳을 헤맨다.)
사용인은 찰리 자일스의 방에서 나오는 당신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합니다.
찰리는 방금 떠났는데, 인사하고 가지 않던가요?
사용인은 그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이리 답할 뿐입니다.
사용인:마지막으로 남은 일처리가 있다고 했어요. 그것만 말하고 아침 일찍 짐을 챙겨서 저택을 나갔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7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억에 따르면 그 메모는 마지막 남은 린튼 가의 친척이 머무는 장소가 적혀져 있었습니다.
그 수많은 살인을 거듭해야만 했던 이유는 당신이었을까요?
그렇게 죽어갈 가치가 있는 존재였다는 말인가요, 그에게 당신은?
사용인:아가씨께 이걸 전해달라고 했어요, 찰리가….
엘리시아 사라:어디로 가는지 최소한 말을 해달라고 해야 할 것 아니야! (괜한 사람에게 화를 내고는 바로 사과한다. 미안해. 내가 잠깐 피곤해서 그래. 잠시 미간을 꾹 누르고 자신에게 전해달라는 그 편지를 건네받고 읽는다.)
편지를 펼치면 간결한 문장이 몇 개 남겨져 있습니다.
그는 당신을 위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었나봅니다.
몇 번이고 고쳐 죽어가면서도 이 모든 일을 감내해야 할 정도로 당신을 사랑했나봅니다.
편지에 적힌 내용에는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으니
엘리시아 사라:(태풍 안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나는 저 정원에 꾸며둔 꽃도, 하인들이 꾸미는 인형도 아니다. 난 내 스스로 의지로 움직이는 사람이고, 내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난 아버지와 달리 내 사람들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평생을 내 곁에 지키면서 날 위해 희생하는 자를 외면하는 멍청한 놈이 아니야. 방으로 들어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질끈 묶었다. 네가 나한테 오겠다고? 웃기지 마. 난 네 입으로 진실을 들어야겠어. 내가 너한테 갈게. 그러니까 네가 그곳에서 기다려.) 말을 준비해. (집사에게 한마디로 명령을 하고 그녀를 찾으러 간다.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지 말아 줘. 나를 위해 희생하지 말아줘. 더 이상 나를 위해서 누군가 죽는 것을 난 볼 수 없어.)
엘리시아 사라: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찰리 자일스의 수첩 속 메모 지역을 떠올립니다.
이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지방의 한 호텔이었습니다,
당신은 지도를 들고 찰리 자일스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결심합니다.
신발을 고쳐 신고 있으면 사용인이 다가와 겉옷을 챙겨줍니다.
그들의 만류에도 역으로 향하는 당신의 발걸음을 누구도 말릴 수는 없었습니다.
수첩에 기록된 장소는 린튼 본가에서 멀리 떨어진 한 지역의 고급 호텔입니다.
당연하게도 찰리 자일스의 흔적은 보이지 않네요..
카운터의 호텔 직원은 당신을 보며 정중히 인사합니다.
엘리시아 사라:아니요. 괜찮습니다. 혹시 저보다 훨씬 크고 검은 머리칼을 가진 여자를 못 보셨나요? 왼쪽 눈가에 점이 하나 있어요.
?:찾으시는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숙박계를 펼치며 네 얼굴을 바라본다.)
?:(고개를 저으며 정중히 대답한다.) 기록에는 적혀져 있지 않습니다. 숙박하시는 손님의 정보는 함부로 알려드릴 수 없기도 하고요, 죄송합니다.
엘리시아 사라:제게 중요한 사람입니다. (잠시 생각을 하고서 직원을 쳐다본다.) 함부로 정보를 이야기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 사람만 찾으면 됩니다. 부탁드려요.
말재주
기준치: |
70/35/14 |
굴림: |
6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능숙한 말재간을 통해 직원을 구슬려봅니다.
사실은 본인이 이 호텔 지배인의 자식이라는 이야기.
곤란한 표정을 보이던 직원은 당신의 말을 듣고서 의심없이 린튼 가 사람들과 찰리 자일스에 대한 정보를 꺼내놓습니다.
?:찰리 자일스라… (고개를 기울이며 떠올리는 듯 하더니) 아마 며칠 전에 이곳을 방문했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도 아가씨처럼 린튼 가 분들을 찾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그 여자에게 무슨 대답을 해주었죠? 그리고 어디로 갔나요.
?:린튼 가 분들이 머무는 호실을 묻길래, 알려드릴 수 없다고 전해드렸습니다. 이후에 별다른 말 없이 호텔을 나가시더군요.
엘리시아 사라:그렇군요. (잠시 생각하다가.) 제가 린튼 가 분들은 지금 어디에 머무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집안 이야기 때문에, 상의해야 하는 일이 있거든요.(능숙하게 거짓말을 이어나간다.)
?:(잠깐 뜸을 들이더니 건물 안쪽의 직원들과 네 눈치를 살피다가 입을 연다.) 린튼 가 분들이라면… VIP룸에서 2주 전쯤부터 숙박하고 계십니다.
다만 바깥으로 거의 나오질 않으시고, 룸서비스를 시켜도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분들이 외출을 하는지조차 저희가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듣기
기준치: |
80/40/16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린튼 가 사람들이야! 또 룸서비스를 시켰대. 901호실 맞지?
엘리시아 사라:... (901호 소리를 듣고는 직원을 보며 싱긋 웃었다.) 고마워요. 찾아볼게요.
901호실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찰리 자일스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으니까요.
찰리 자일스:(빠른 걸음으로 방을 벗어나 복도를 걸어간다. 리볼버를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품 속에 넣고, 한쪽 뺨에 튄 혈흔을 닦으며 고개를 드는 찰나. 목전에 보이는 것은 네 모습이다. 그 얼굴이 시야에 닿자 움직임을 멈춘다.) ......어쩌자고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엘리시아 사라:(너를 보자 큰 보폭으로 빠르게 네게 접근하고는 뺨을 강하게 내려친다. 복도에 울리는 살이 찣길듯한 소리가 한 번 울리고는 네 멱살을 거칠게 잡고서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 왜. 내가 여기에 오면 안 되는 거니? 너 그렇게 편지를 남겨두면, 내가 동화 속 공주님처럼 얌전하게 침대에 앉아서 너를 기다릴 것 같았어?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가지만 결국에 떨리는 목소리가 마음을 흔들었다. 눈에서 고였던 눈물이 카펫에 떨어지면서 슬픈 감정을 꾹 눌러낸다.) 이 사람들이 마지막이야? 마지막이 아니면 너 또 죽어야 해?
찰리 자일스:(곧바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뺨을 치는 강한 소리와 함께 고개가 바닥으로 속절없이 떨어진다. 고개를 들자 당황스러움이 지배적인 얼굴로 너를 본다.) 이럴 시간 없습니다. (서서히 붉어지는 뺨과 욱신거리는 통증에도 개의치 않고 네 어깨를 살며시 그러쥔다. 그런 너를 다그치는 듯한 부드러운, 그리고 성급한 목소리.) 곧 인파가 몰려들겁니다. 이곳을 벗어나요, 어서. 당신까지 위험할 수 있으니까.
총성에 사람들이 몰릴 조짐이 보이자 찰리 자일스는 즉시 자리를 뜹니다.
엘리시아 사라:(일단 찰리를 따라 자리를 뜬다.)
엘리시아 사라:
민첩
기준치: |
65/32/13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아슬아슬한 거리를 두고 그녀를 쫓아가지만 좀체 닿질 않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민첩
기준치: |
65/32/13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몰려드는 인파에 뒤섞여 찰리 자일스의 모습이 사라집니다.
인파를 헤치고 비상구로 따라갔을 때에는 이미 찰리 자일스가 사라진 뒤였습니다.
1층으로 간다면 분명 찰리 자일스를 마주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누군가 당신을 끌어당겨 사람이 없는 벽 뒤로 데려옵니다.
어디서 얻은 건지 모를 거즈와 반창고까지 붙인 피곤한 얼굴은 더 많은 살인을 지나왔음을 알립니다.
엘리시아 사라:... (급하게 뛰어내려와 벅찬 숨을 끌어마시고 내뱉는다. 말을 하기가 힘든지, 지금 상황을 설명하는 눈빛으로 널 노려보았다.)
찰리 자일스:(숨을 고르는 너와 다르게 차분한 움직임으로 이마에 내려온 그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준다. 살결에 닿는 손길이 제법 까끌하다. 이어지는 희미한 웃음.) 집으로 돌아갑시다, 아가씨. 마지막이 머지 않았습니다.
엘리시아 사라:(분노를 가득 찬 주먹으로 벽을 내려친다. 순간적으로 강하게 내려친 벽에서 살갗이 찢어졌는지 옅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린다.) 똑바로 말해. 그 마지막이 뭔데, 계속 마지막, 마지막, 마지막!
찰리 자일스:아가씨, 아가씨... (네 어깨를 쥐며 벽을 내려치는 손을 막아내다가, 붉은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는 너를 완전히 품에 감싸안는다. 남루한 셔츠에는 어렴풋한 화약 냄새가 배어 있고, 너머로 가만히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온다.) 미안해요. 많이 괴로운 거 알아요. 전부, 전부 이야기해드릴게요. (벽을 등지고 서서 네 뒷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엘리시아 사라:왜! 말을 안 해주는 거야? 대체 내가 무엇이길래! 네가! 희생하는 건데! (악에 받쳐서 버둥거린다. 한참을 네 품에 갇혀있듯이 몸부림을 치다가 흐느끼는지 얌전해지고 어깨만 잘게 떨었다. 이 상황이 너무 싫었다. 극단적으로 이 모든 상황의 중심이 자신이라는 것이 혐오스러웠다. 나만 아니었으면 너는 이렇게 다치는 일이 없지 않았을까?) 너 싫어. 근데 이 비극의 시작이 나라는 것이 더 역겨워. (네 옷을 꾹 잡고서 그 품으로 얼굴을 파묻는다.) 모르겠어. 왜 지금 이렇게 되는 거야?
찰리 자일스:전부 끝났어요. 전부. 아가씨가 방아쇠를 당겨준 덕분에.... (품에서 떨려오는 어깨를 다독이듯이 너를 더욱 강하게 안았다. 경찰이 닥쳐들기 전에 이 호텔을 떠나야 한다. 너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고, 그리고...) 히스꽃을 보고 싶어요, 아가씨. 그 정원에서요. 우리 둘만.
엘리시아 사라:... (강하게 밀착되어 들려오는 네 심장소리에 점차 맞춰지듯이 가라앉는다. 화약 냄새에, 비릿한 피 냄새. 그리고 그 끝에는 네 체향이 점차 자신을 안정시키듯이 다독여준다. 끝난 거지? 그래. 끝난 거야. 네가 그렇게 말한 거니까. 나와 둘이서 보고 싶다는 그 꽃을 보러 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돌아가자. 저택으로. 그곳에서 진실을 이야기해줘.
두 사람은 함께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갑니다.
기차 안에서 곤히 잠든 찰리 자일스는 살인마라고 믿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자연스레 그 앞으로 시선을 옮기자 신문이 끼워져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잠이 든 네 손을 몇 번 만져본다. 나로 인해서 만들어진 이 굳은살과 상처들을 쓸어보고는 그 손등을 잡아당겨 제 입술에 가볍게 맞춰본다. 그리고 옆에 있던 신문을 가져와 읽어본다.)
1면에는 속보로 뜬 린튼 가 살해 사건에 관한 기사가 적힌 상태입니다.
문득 복도 건너편의 누군가가 찰리 자일스를 힐끔대는 게 느껴집니다.
기사 내에 서술된 용의자 외관과 비슷하다 생각하는 걸까요?
엘리시아 사라:... (예민해진 표정으로 힐끔거리는 상대편을 쳐다본다. 더 보지 말라는 위압적인 눈빛으로 경고하듯이 말이다. 혹시 모르니까 자고 있는 네 겉옷을 벗기고 자신에게는 조금은 큰 외투로 갈아입혀준다. 얼굴을 보면 안될텐데.. 잠시 고민을 하다가 자신이 쓰고 있던 검은 모자를 찰리의 머리 위로 씌우주고는 살짝 얼굴을 가린다.) 어떡하지.. 정말.
상대방은 그녀를 한참이나 바라보다 다음 역에서 내립니다.
찰리 자일스는 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잠에서 깹니다.
찰리 자일스:(검은 모자를 다시 너에게 씌워준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다.) 저택으로 돌아갑시다, 아가씨.
엘리시아 사라:(저 기색은 어디서 본 적이 있었다. 그래.. 결혼식 날에 봤던 린튼 가들의 저런 모습이었지. 왜 아직도 불안한지 모르겠지만 저택으로 돌아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따라간다.)
저택 뒤쪽에 난 정원으로 따라나가면 찰리 자일스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달빛 아래 에리카 꽃무리에 섞인 찰리 자일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상처가 가득합니다.
꽃무더기 사이에 주저앉듯 앉는 모습은 일어설 기운조차 없음을 알립니다.
문득 달빛 아래 비춰지는 찰리 자일스가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찰리 자일스:(제 몸을 살피며 느리게 입을 뗀다.) 곧 사라지겠군요. 이제 다 끝났습니다. (어쩐지 후련한 목소리. 한숨이 배어나오는 것도 같이 어렴풋한 눈짓으로 너를 본다.)
엘리시아 사라:(저택에 들어가지 같이 들어오지 않고 그곳에 서있는 너를 뒤늦게 바라보았다. 점차 사라지는 사람처럼 흐려지는 네 모습에 놀라서 너에게 달려가 본다. 상처투성이인 네 손을 만져보고는 다시 너를 본다.) 이게 뭐야? 왜 이래? 너 왜 그래? 왜 사라져? 뭐가 끝났길래...? (참지 못하고 눈물이 흘러나온다. 꽃들 사이로 눈물이 후드득 떨어지면서 너를 끌어안는다.) 너 왜 사라져? 죽는 거야? 가지 마 찰리. 안돼. 너는 절대로 보낼 수 없어. 너까지 간다면 내 곁에 누가 남아!
찰리 자일스:(말없이 그 어깨를 토닥인다. 너는 끌어안은 제 품의 온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생각을 거치지 않고 마구 토해내는 너의 단어들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절박함을 느낀다. 늘 그런 마음이었다. 언제나 너에게로 기울어 있던 심중이 마침내 서로에게 닿을 수 있었건만, 겨우 이루어질 수 있었건만....., 네 어깨를 잡으려는 이 손은 흔적없이 사뿐하게 사라져 간다.) 아가씨의 결혼 소식을 듣기 전에도, 여섯 번을 되풀이했으니까요. 매 순간 회귀를 거치면 눈에 띠게 불어나 있더군요. (미처 지워지지 못해 계속 쌓여만 간 상처와 흔적들이 결국, 드러난 맨살에까지 뻗쳐갈 때. 항상 단정하게 차려 입었던 메이드복의 소매를 자꾸만 당겨 보고, 깔끔하게 묶었던 머리를 풀어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나는 언제나 네게 이 모습 그대로, 언제나 이 곳에서 존재할 사람이니까.) 미안해요, 아가씨. 이런 꼴이 되어서요. 제가 조금 더, 더욱 더 잘 해냈더라면........ (허탈한 웃음이 공기 중에 퍼진다. 저질러 놓고 사과밖에 건넬 수 없는 이 상황이 네게는 무척이나 야속할 것이다. 알고 있어. 나의 사랑해 마지 않는 소중한 아가씨.....)
엘리시아 사라:안돼. 사라지지 마. (겨우 남아있는 네 손을 자신의 볼에 가까이 매만지게 하지만, 그것마저 사라진다. 마치 하늘의 별처럼 닿을 수 없이 멀리 떠나가는 사람이 되는 것을 실감시키자 고개를 저으면서 현실을 부정한다. 왜 네가 결혼을 하지 말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겠다. 내가 그날에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면 너는 회귀하지 않아도 되었겠지? 내 멍청한 선택이 너를 죽음으로 몰았다. 그래 내가 태풍의 눈인 것은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너까지 뿌리뽑게 만드는 것이었다. 모든 원인이 나로부터 비롯되는 아픈 진실이 현실로 되는 것이 목까지 차오른 물처럼 숨통을 조여왔다.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비참히 떠나야 하는 것일까. 이 비롯된 마음이 무엇이 잘못되어 모두를 죽게 만든 것일까.) 이럴 거면 나한테 말하지. 내가 대신 죽일 수도 있었잖아. 왜 혼자 짊어지고, 이리 되는 거야? 미안해하지 마. 그 말은 이제 듣고 싶지 않아. 미안하면 내 곁에 남아줘. (네 허리춤을 꼭 끌어안고서 붉어진 눈시울로 너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왜 이렇게까지 한거야? 날 사랑한거야? 아니, 왜 나를 사랑한거야? 이유를 말해줘. 날 사랑하면 떠나지 말아줘.
찰리 자일스:저희가 처음 마주했던 그 날을 기억하시나요? 그때의 저는 집안일도 사람 사귀는 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미숙한 아이에 불과했었죠. 아가씨가 그런 저를 상냥하게 대해주실 때, 그 때부터였을까요...... (애틋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간다.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지난날을 그리워하듯 목소리에 차츰 떨림이 섞여든다. 그 얼굴 너머로 흐릿하게 비추어지는 달빛의 에리카 무리.) 어느샌가 아가씨가 행복하기를 원했습니다. 제 행복과, 아가씨의 행복이 같은 모습이 되어 간 겁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아가씨가 저만의 빛이었답니다. 그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켜 내고자 했어요. 설령 그게 나를 향하지 않더라도. (다정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사라짐을 앞두고 있음에도 무척이나 평온한 얼굴. 종내 바라고 있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자가 너라서 그렇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제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시간은 흐르고, 내일의 해가 뜨고, 늘 그랬듯 사용인들은 식사 준비를 하고, 이 정원의 에리카 꽃밭도 여전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곳의 중심인 너조차도.) 주위를 둘러 보세요. 당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비단 제가 아니더라도.... 아가씨께 충성을 다할 사용인은 또 나타날 거고요. (하지만.... 말끝을 흐리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아가씨는 단 하나뿐인 저의 아가씨잖아요. 그러니까 살아주세요.
엘리시아 사라:(나보다 조금 컸던 아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꺼리고 온종일 시든 꽃에 물을 주면서 말을 걸고 있던 너는 외로워 보였다. 내 또래인 아이들은 벌써 무리를 이루고 즐겁게 지냈지만, 너는 그렇지 못했고 한켠의 어둠을 머금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나는 그런 너에게 이끌리듯 내가 가서 손을 내밀었다. 수다 적이고 변심이 가득한 다른 사람보다 과묵하고 내 그늘이 되어주는 네가 더 편안했고, 내 시종으로 데려왔다. 한순간에는 너와 키가 같아져서 내 옷을 너에게 입혀보기도 하고, 몰래 네 옷을 입어보려다 혼나기도 했던 그 시절은 이제 사라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비록 네가 사라져도 나의 시간은 흘러가니까. 내 어머니가 죽었을 때에도, 내 언니가 죽었을 때에도 그 슬픔을 함께해준 너조차 사라진다면 흘러가는 이 시간의 톱니바퀴에서 내 감정은 녹슬어가겠지.)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해! (눈썹이 축 쳐지며 표정이 일그러진다. 고통스럽고, 슬픔에 몸부림치는 꼴이 퍽으로 안쓰럽다. 영원히 함께하는 것은 없고, 사람은 늘 떠난다. 그렇지만 그곳에 남겨진 사람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떠안고 가겠지. 그게 내 역할이라는 게 너무 싫을 뿐이다. 모든 것을 사랑했기에 그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망가지는 것이 더욱더 나를 아프게 만들었다. 꼭 가시덩굴에 엉킨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더 사라지기 전에 너를 더 끌어안는다.) 싫어. 이런 식으로 살아남는 건 싫어. 나도 따라가게 해줘. 너무 외로워. 무섭단 말이야.
찰리 자일스:나쁜 꿈을 꾸었다고 생각해요. 아가씨. 이 모든 건 그저, 당신을 괴롭히려는 삿된 마음을 먹었던 자들의 소행이라고...... (끌어안은 품의 온기가 점차 식어가는 것이 손끝에서 느껴진다. 한쪽 손을 들어 보면 손가락 끝이 더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못다한 한숨을 내뱉는다.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더 이 순간을 미룰 수 있다면......) 그들은 언제 어디서나 기회를 노리고 아가씨를 다시 습격할 지 몰라요. 어떤 형태로 다가올 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어요. (하지만 아가씨는.....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을 이어간다.) 아가씨는 지금까지 잘 해냈어요. 제가 숨겨둔 주문을 찾고, 망설이지 않고 저를 쏘고, 린튼 가의 비밀을 알았어도 흔들림 없이 호텔을 찾아오고......, (당신은 할 수 있어. 한숨 섞인 목소리는 더욱 희미해져 간다.) 그러니 잃지 말아요. 당신 앞에 놓인 그 어려움을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의지를. 그 마음을요. (뺨을 쓸던 손이 귓가를 지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그 손길이 너에게 오롯이 전달되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자신의 양 손마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면, 바닥을 바라보고 있던 고개를 느리게 들어 너와 시선을 맞춘다. 애틋하고 다정한, 그리고 어떠한 결의에 찬 눈짓이다.) ....아가씨, (마지막 한 숨을 끌어내듯 내뱉는 말은 퍽 용기가 필요했을 지 모른다. 그야, 이 말은 언젠가 당신을 보며 내심 바라고 있었던, 보잘것없는 어린날의 소원이기도 했으니까.) 마지막으로..., 당신의 이름을 불러봐도 될까요?
내 마지막 순간에 네가 함께하길 바랐다는 말.
다 잊으라는 말. 행복해 달라는 말. 무던한 문장들이 스쳐지나가고 아, 맙소사.
엘리시아 사라:(이별은 생각보다 빠르다. 사람의 마음이 책처럼 쉽게 넘어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순간에 꽃망울을 맺고서 떨어져 버린 저 에리카는 마치 나와 같다는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사라지는 그 순간에도 내 안전을 먼저 걱정하고, 아마 죽은 그 순간에도 날 걱정하겠지. 희생적인 너의 소원은 너무 단출했다. 이름 하나 불러보는 게 무엇이 어렵다고. 신분으로 맺어진 인연, 그 위와 아래. 내 이름을 불러본 적이 없던 네가 그것이 소원이라면 기꺼이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오히려 내가 소원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라지는 너를 품에 안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리 와. 혼자 사라지는 건 무섭지? 몇 번이고 불러봐. 몇 번이고 나를 안아도 되고, 곁에 있고 싶으면 마지막까지 있어줄게. (발꿈치를 들어서 네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준다. 이 순간이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이리 찢기지만, 나는 살아갈 것이고 너는 아니니까. 이 순간이 오고 나서야 얼마나 널 사랑했는지 깨닫는다.) 잘가. 내 사랑. 사랑하는 나의 찰리. 다음에도 나를 만나러 와줘. 날 기다려줘. 그 때에는 꼭 내 사람으로 와줘.
찰리 자일스:...엘리시아. (엘리시아 사라. 아가씨, 가 아닌, 온전한 너의 이름을 제 입에 담아보면, 이 순간이 마법처럼 멈춘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단지 이름자 하나 불렀을 뿐인데. 흘러가는 시간조차 속일 수 있을 것만 같은, 항상 지켜온 거리에서 너를 향해 한 발자국 성큼 다가간 것만 같은, 함부로 밀접해진 이 복잡한 감정들이 하나둘씩 가슴에 채워진다. 살색이 사라진 희미한 이마에 네가 입술을 맞추면, 닿았다 떨어지는 이 살결의 감촉이 영원히 잔존할 것임을 확신한다. 고개를 떨구고 네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작은 흐느낌이 귓가에 울린다. 엘리시아. 나의 엘리시아.) 나는..... (나는 네가 필요했어. 이제서야 꺼내놓는, 심장 깊숙한 곳에 숨겨왔던 진심. 어깨의 움직임이 격해진다.) 다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아. 나는 그저 너를 필요로 했던 거야. 너만을 원했던 거야...... (너는 알까. 이 마음을 너에게 전하기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 왔는지. 다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너에게 닿기를, 어찌나 바라고 있었는지... 너에게서 겨우 마지막 인사를 받으면 고개를 들어 사라진 제 손을 맞잡는다. 마지막 인사는, 네가 잠들기 전 침대에서 늘 해주었던 그 모습으로.) 그럼 아가씨, 안녕히. (허리를 천천히 숙이고 다시 상체를 들었을 때, 한순간이나마 말끔한 미소를 짓는다.)
그저 곁에 당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듯이…
달빛 아래 당신에게 가만히 기댄 찰리 자일스는 어느 순간 목소리를 잃었습니다.
수많은 히스-에리카의 꽃들이 향을 내뿜으며 당신의 주위를 감쌀 때,
달빛이, 달빛이 찰리 자일스의 몸을 둘러쌀 때,
빛이 허공에서 맴돌고 누군가의 체온이 완벽하게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