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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서 흘러들어오는 환한 빛이 어째서인가 지나치게 낯섭니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흘렀을 줄은 몰랐습니다.
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이 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오페라 하우스를 통째로 빌려 이 결혼을 만인이 축하한다고…
그 히스 꽃밭에서 당신은 찰리 자일스와 이별했습니다.
이별의 이유는 명백히 당신의 결혼을 취소시키기 위한 그의 행동 때문이었을 텐데요.
의문을 추스르기도 전 사용인이 들어와 기쁜 낯으로 당신에게 의복을 건넵니다.
사용인:출발 준비를 도와드리겠습니다, 아가씨.
오늘 저녁 오페라 하우스로 이동할 다른 준비가 모두 끝났답니다.
엘리시아 사라:(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지. 사흘 뒤에 갑자기... 결혼을 한다고? 원래 내 의사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 막무가내 아니가?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분명히 이곳은 내 방이 맞았다.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로 자신의 사용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얘... 혹시 찰리는 어디 있니?
사용인:(네 이야기를 듣다가 어리둥절한 낯으로 반문한다.) 찰리... 라니요?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요? 저희 사용인들 중에서 그런 이름을 가진 이는 없습니다, 아가씨.
엘리시아 사라:
심리학
기준치: |
65/32/13 |
굴림: |
66 |
판정결과: |
실패 |
엘리시아 사라:(무언가 흐릿한 목소리를 듣고는 미간을 좁힌다. 나에게 무언가를 숨기는 건가? 애꿎은 사람에게 추궁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억누르지 못한 감정들로 휩싸여 괜한 사람에게 손가락질을 해버린다.) 솔직하게 말해. 찰리 어디 있어. 히스 꽃밭에서 분명히 그곳에 나와 같이 있었어. 그리고 왜 내가 갑자기 결혼을 하는 거야? 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어. 분명히 전 날에 하퍼 실종되었는데 바로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는 그건 예의가 아니지 않니?
사용인:(네 손가락이 자신을 맞서자 고개를 절로 바닥을 향해 숙인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하지만 저희 저택에 찰리라는 이름을 가진 이는 존재하지 않는데요... 집사님께 여쭤보셔도 만족스러운 답변을 해드리긴 어려울 거예요. (곤란한 기색을 보이다 말고 하퍼 린튼의 이름을 꺼내자 시선을 맞춘다.) 아. 린튼 가... 전에 아가씨와 혼담이 한 번 오갔던 집안이죠.
의문의 실종 사건으로 이제는 일원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고 했지만요.
왜 그러세요? 신경 쓰이는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혼담이 한 번 오갔다지만, 이젠 한참 된 이야기이니 아가씨께서 마음 쓸 필요는 없답니다.
머릿속을 누군가가 통째로 도려내기라도 한 듯 말끔합니다.
당신이 기억하지 못한 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엘리시아 사라:(그날 이후에 너무 충격을 먹어서, 기억하는 것에 문제가 생긴 건가? 자신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며 혼란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침대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불안한 기색을 표출하고는 창가에 멈춘다. 창밖으로 보이는 보랏빛의 작은 꽃들은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었고, 저곳에서 찰리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줄 것만 같은데... 이게 모두 허상인가.) ... 내가 마음을 쓸 필요가 없다고? 왜? 나는 이곳의 일원이 아니니? (주먹을 조금 움켜쥐었다가 푼다. 저 뒷말보다 이젠 한참 된 이야기라는 것에 집중을 해야 하기에 천천히 생각을 해본다. 어떻게 내가 말을 해야 기억에 없는 사실들을 알아차릴 수 있지.) 한참 되었다니? 어제 아니었어?
사용인:아가씨... (조금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창가에 선 너를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이 사용인은 네게 거짓을 고하는 듯한 모습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혼란스러운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몇 없다는 뜻이었다.) 잠시 잊으신 거지요? 아가씬 그 유명한 자일스 가문의 자제분과 약혼을 하셨잖아요. (방 안을 지배한 침울한 분위기를 환기시킬 요량인 듯 손뼉을 가볍게 치며 말을 이어나간다.)
비록 얼굴을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왕가와 직결되어 있는 거대한 가문이니 분명 결혼이 성공한다면 이 저택의 위상이 엄청나질 거라 들었답니다.
소문으로는 그 자제 분도 굉장한 숙녀분이시래요.
혼담이 몇 개나 들어왔는데도 구태여 아가씨께 먼저 정략혼을 청하다니, 좋은 징조가 분명해요!
사용인은 다가와 당신의 머리를 빗으로 쓸어주고 옷매무새를 정돈합니다.
이 모든 일말의 정돈된 손길을 받다보면 묘한 인상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사용인 찰리 자일스가 당신에게 건넨 돌봄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고개를 들면 그곳에 찰리 자일스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난 이후 사용인은 짐을 챙겨 당신을 저택 입구에 대기한 마차로 데려갑니다.
마차는 오페라 하우스로 향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향할 오페라 하우스는 수도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입니다.
오페라 하우스라기보단 거대한 궁전에 가깝다 했죠.
1층에 준비된 거대한 홀에서는 연말마다 가장 성대한 파티가 열린다 들었습니다.
사용인:(들뜬 목소리로 너에게 겉옷을 입혀주며 함께 걸음을 맞춘다.) 아가씨, 분명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이 될 거예요. 축하 파티와 공연이 있을 예정이래요. 왕족과 고위 귀족들이 한데 모인 장소에서 아가씨의 결혼을 축복하겠죠?
엘리시아 사라:... 너희는 그게 기쁘겠구나. (그럼에도 익숙한 손길이 아니었다. 어딘가 어색한 사용인의 손길. 너무 오랫동안 한 사람에게 기대고 살았구나. 그런 마음이 들어서 헛웃음만 나왔다. 점차 정돈이 되면서 말끔해지는 모습.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나 자신으로 변해있지만, 내가 보아도 지금의 나는 어딘가 공허해 보였다. 흰색드레스에 장인이 정성을 다해 박아 넣은 금색실 무늬들을 한 번 만져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가족들이 좋아하겠네. 그거면 된 거야. (사용인이 겉옷을 입혀주면 떨어지지 않도록 어깨에 제대로 올려둔다.) 지금 출발하는 거니?
사용인:네, 아가씨. 타시면 됩니다. (부드럽게 웃으며 마차 문을 열어준다.)
마차를 타면 마차 바퀴가 미약하게 덜컹이며 당신을 데리고 이동합니다.
갑작스레 다시금 들이닥친 정략 결혼도 그렇고,
그러나 눈앞의 풍경은 당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바뀔 따름입니다.
오전에 출발한 마차는 오후가 지나 저녁에 가까워지고 나서야 거대한 오페라 하우스의 외곽을 마주합니다.
오페라 하우스는 해안가의 절벽 근처에 자리해 있습니다.
거대한 크기로 도시 외곽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바글댑니다.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는 들꽃이 피어 있습니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산책로로 인기가 많은 해안가가 존재합니다.
이미 도착해 있는 수많은 마차와 사람들이 보입니다.
자일스가와의 결혼은 왕실에서도 직접 사람을 보내 축하한다던가요.
당신이 마차에서 내리고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로 향하자,
왁자하게 떠들며 입구 안으로 들어가던 사람들이 잠시 행동을 멈춥니다.
짐을 들고 당신을 따라오던 시종들도 따라 걸음을 늦추었습니다.
아까까지의 소란스러움을 내려놓은 채 오페라 하우스의 입구로 이동합니다.
창가에 양 계단을 두고 난간에 손을 얹은, 찰리 자일스가.
입구에 선 당신을 똑바로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구태여 다른 점을 꼽으라면 조금 더 깨끗해졌다는 것?
마지막으로 조우했을 때 너덜하게 자리했던 상처가 조금도 없다는 것.
남루하지도, 슬퍼보이지도 않은 당당한 외관은 미미한 오만함이 깃든 영락없는 대귀족의 태도입니다.
가꾸어진 머릿결은 단정하며 입은 옷에서는 귀태가 흐릅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 번에 사로잡은 모양새가 낯설지 몰라도 그는 찰리 자일스입니다.
당신 이외 그 무엇에도 관심을 주지 않는 눈이.
(To GM)rolling 1d100<70
=
1 Success
찰리 자일스:(제 앞에 놓인 계단을 천천히 내려온다. 검은색 드레스 끝단이 계단에 닿을 듯 말듯한 간극을 두고 발 밑에서 펄럭겨렸다. 늘어뜨린 검은 머리칼이 걸음에 맞추어 어깨 언저리에서 움직인다. 그런 사소한 몸짓에도 변하지 않고 여상히 자리를 지키는 것은, 너를 향해 맞춘 두 눈동자와, 반기는 듯한 환한 미소. 한순간 두 사람에게로 쏠렸던 모두의 시선이 서서히 흩어지고, 장내는 다시금 번잡한 소리들로 가득 채워진다. 흔들림 없는 눈짓으로 너를 바라보는 그 얼굴에는 화사한 미소가 퍼진다. 희고 가지런한 이빨이 드러날 정도의 웃음.) 처음 뵙네요, 사라. 찰리 자일스입니다.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엘리시아 사라:(내가 아는 사람이 맞다. 웃을 때 들어가는 보조개와 밤하늘을 머금은 검은빛의 눈동자. 자신을 바라보는 그 눈짓부터 행동까지 다름이 없었지만 어딘가 달랐다. 말끔해진 모습과 귀태를 품은 낯선 모습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굼뜨고 있었다.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짧게 탄식을 내뱉고는 어설피 웃었다.) 엘리시아 사라입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손을 한 번.. 만져보아도 될까요? (그래서 나는 네가 맞는지 궁금하였다. 그 많은 상처는 어디 갔는지, 손끝에 박혀있던 굳은살은 어디 갔고 나를 만지던 손길도 맞는지 꼭 확인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찰리 자일스:그럼요, 여기 있어요. (흔쾌히 웃으며 너에게 몇 걸음을 남기고 다가서서 오른손을 내밀었다. 길게 뻗은 손목과 열 손가락은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라 여길 수 없었다. 희고 부드러우며, 어떠한 외상도 보이지 않는. 태어나 자라서 이 순간까지 겪었을 필연적인 노동과, 그 밖의 수고로운 일을 단 한 순간도 스스로 하지 않은, 할 일이 없었을 고운 손이었다. 이내 그 손으로 자신의 목에 찬 목걸이를 가리켰다. 언뜻 수수해 보일 법한 흑색의 진주가 모여진 목걸이. 그러나 남들의 시선에는 개의치 않는 듯한 웃음이 서린 목소리였다.) 이 목걸이 어때요? 사용인이 어렵게 구해서 온 거예요. 내가 이걸 하길 바랐다면서요? (질문을 던지기 무섭게, 대답을 들을 틈도 없이 네 두 손을 그러쥐며 말을 이어간다.) 며칠 전에 보낸 편지, 답장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이 첨언한 것대로 따랐으니까, 너무 서운해하지 말아요.
엘리시아 사라:... 찰리... 찰리가 맞는데. (동공이 흔들리면서 작게 중얼거린다. 대리석으로 조심스레 조각한 것처럼 매끈하고 길게 뻗은 이 손이 누가 고생을 한 손으로 보이는가. 어쩌면 자신보다 더 고급 지게 자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가는 그 손을 붙잡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사슴같이 길고 군살 하나 없는 흰 살결을 바탕으로 장식된 진주 목걸이를 보았다.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편지는 무슨 말이지. 주인 없는 기억들은 바깥으로 나돌아다니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마치 배우 없는 연극 같았다. 내가 물어보면 넌 대답을 해줄까? 제 두 손을 그러쥐며 웃는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그렇기에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니었으면 넌 고생할 일이 없었다는 죄책감.) 괜찮아요. 저도 너무 바빠서 어떤 편지를 보내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요. 제가 어떻게 말을 하였나요? 그 목걸이 마치 당신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마치.. 아프로디테가 태어난 것을 목격한 기분이 들거든요.
찰리 자일스:아하하, 아프로디테라니. 그런 말 처음 들어요.... (한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상쾌한 웃음을 터뜨린다. 목소리에 맞추어 양 어깨가 움직일 정도였다.) 신경 쓰지 말아요. 결혼식도 코앞인 판국에 이것저것 처리할 일도 많잖아요? 저 역시 그렇답니다. 아무튼, 잘 부탁해요, 사라. 비록 정략으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저는 당신께 좋은 모습만 보여 드리고 싶으니까.... (웃음기가 어느 정도 멎어 들자 그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인다. 너를 통해 무언가를 연상하는 듯한, 생각에 잠긴 눈빛이 얼굴에 비친다.) 왜인지 당신을 보면... 화사한 꽃송이가 떠올라요. 데이지, 에리카와 같은..... 히스라고도 하던가요? (짧은 웃음소리를 흘리며 다시금 장난스러운 어투가 목소리에 섞인다.) 아프로디테 같은 멋진 비유가 아니라 미안해요. 알고 있겠지만, 결혼식은 삼일 뒤에 있을 예정이에요. 일정이 생각보다 빠듯한 만큼, 불편함 없도록 신경 쓸 테니, 사라는 이 오페라 하우스 안에서 천천히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쉽죠? (제 양팔을 감싸 안아 이야기하다, 트레이를 들고 홀을 돌아다니던 사용인을 보고 샴페인을 건네받는다. 한 잔은 자신의 가슴께에 두고, 다른 한 잔은 자연스레 너에게 내민다.)
엘리시아 사라:제가 처음이라니 그게 더 기쁘네요. (유쾌하게 웃는 너와 달리 편하게 웃지는 못하였다. 다른 사람일 거야. 어차피 나를 모르고, 나를 위해서 희생을 할 이유도 없어지고, 그리고...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한 꽃 이름을 듣고서 멈칫한다. 마음이 깊게 아려오지만 이곳에서 티를 낼 수는 없었기에 너를 따라서 웃었다.) 꽃에 비유도 좋아요. 저는 꽃도 좋아해요. 그래요.. 히스. 데이지.. 모두 제가 사랑하는 꽃이죠. 지독하게 말이에요. (자신에게 건네주는 샴페인을 하나 받고는 가볍게 잔을 부딪친다. 그리고 몇 모금을 천천히 마시고는 괜찮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이미 저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여요. 걱정하지 말아요. 그보다 이 오페라 하우스.. (너에게만 집중하느라 알지 못했다. 이 오페라 하우스 정말 누군가를 위해서 빌릴 수 있는 재력은 자신도 힘들 것이다. 근데 나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하였다고? 하늘을 덮은 듯한 넓은 천장과 값비싸고 화려한 미술품들. 우리 둘을 위해서 바삐 움직이는 많은 인원들. 대체 너는 누구일까. 내가 아는 사람이 맞을까?) 너무 넓어서 다 둘러보다가 쓰러지겠어요. (가볍게 농담을 뱉고는) 저를 위해서 준비해 주셨으니 깊게 관찰하고 음미하고 느껴볼게요. (그리고 이제야 화사한 미소를 네게 보여주었다.)
찰리 자일스:지독하게 사랑한다니, 그 말 나쁘지 않네요. 결혼식까지의 일정도 부디 그 정도로 마음에 들기를 바랄게요. (샴페인을 마시는 네 모습을 바라보다 저 역시 한 모금 천천히 들이킨다. 말을 멈추자 짧게 맴돌던 침묵 사이로 갖은 소음들이 장내에 가득 퍼져 갔다.) 오늘 밤에는 가볍게 웰컴 파티가 준비되어 있어요. 내일은 왕실 사람들과 함께 오페라 공연을 관람할 예정이고요. 모두 우리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참석하시는 거예요. (기쁘지 않나요? 덧붙이며 자연스럽게 붉은 귀걸이가 걸린 그 귓가에 손을 뻗어 머리칼을 정돈해 주려다가 손짓을 멈춘다. 마치 오랜 습관과도 같은 자연스러움이 배인 움직임이다. 미묘하게 건조하고, 까끌한 웃음이 스친다. 이내 손길을 거두었다.) 모레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마지막 파티가 있을 거예요. 꽤나 큰 규모로 열린다고 들었어요. 당신 말대로, 이 모든 일정은 당신이 없으면 무의미한 일이니까.... 부디 마음 놓고 즐겨주세요, 저와 함께. (그리고는 다시금 편안한 미소를 만면에 띄운다.)
엘리시아 사라:(처음 보는 사람이 자연스레 자신을 터치하는 것을 싫어했지만, 낯설면서도 익숙한 너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머리카락이 귓등으로 걸리면 너를 살짝 올려다보면서 과거의 습관처럼 웃어 보였다. 오랜 사용인들도 보기 힘들었던 그런 웃음. 순수함이 가득 찬 웃음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나왔던 그런 습관이기에 운명의 장난처럼 너무나도 닮았던 네 앞에서 나와버린 것이다.) 왕실이라... (그러고 보니 아까 사용인이 엄청난 가문이라고 들떠서 이야기하는 것을 기억을 떠올렸다. 얼마나 대단하면 왕실도 오는 것이지? 혹시 린튼 가처럼 또 나를 해치는 것은 아니겠지. 얼굴이 닮은.. 그런.. 의심이 싹이 피우기 전에 네 다정한 말과 미소를 보고는 그 싹이 사라져버린다. 그래. 마음 놓고 즐겨보자. 평소에 잘 하던 일이니까.) 파티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사실 어제와 다름이 없었지만 공석이기에 뻔뻔히 거짓말을 내뱉었다.) 그래요. 당신이 있으니까 마음 놓고 즐겨볼게요.
찰리 자일스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며 난처한 표정을 짓습니다.
찰리 자일스:이만 들어가봐야겠군요. 오래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정말 성가시게 하지 않나요? (개구진 목소리가 너를 향한다. 누군가 들어도 관계 없다는 듯한 장난스러운 웃음. 천천히 손을 뻗어 네 손목을 느슨히 잡았다. 이어지는 손짓은 그 손등을 제 입가로 가져간다. 짧은 입맞춤 소리가 나고, 잡은 손을 서서히 놓아준다.) 다시 만나요, 내 사랑. 웰컴 파티에서 기다리고 있겠어요.
찰리 자일스가 사라지고, 당신은 오페라 하우스로 들어섭니다.
들어서기 무섭게 궁전이라는 명색이 무색하지 않게끔 휘황찬란한 샹들리에와 기둥, 황금 장식이 당신을 반깁니다.
삼삼 오오 모인 귀족들이 곳곳에 포진된 상태입니다.
찰리 자일스는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옆에 서있습니다.
몰려든 사람들을 보아 받고 있는 관심이 지대한 모양입니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당신을 알아본 몇몇 사람들이 지나가며 인사합니다.
?:“아, 엘리시아 사라! 나 기억 나나? 사돈의 팔촌에 오촌의 친구의 아버지, 바튼 윌슨 말일세! 자네의 1세 생일 잔치에서 봤었는데, 이렇게 많이 컸군!”
“결혼 축하드려요, 엘리시아 사라 씨. 저는 일찍이 자일스 가와 사라 가가 잘 될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답니다.”
엘리시아 사라:(등을 피고서 주변을 둘러본다. 새삼스럽게 자신도 이런 곳을 온 적이 드물었기에, 마치 처음 유원지에 와본 것처럼 고개를 두리번 거린다. 이것을.. 모두 나를 위해서? 그러다 자신에게 인사하는 사람들을 보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가족과도 제대로 대화하지 않은 자신이 얼굴도 모르는 자들이 친한 척 자신에게 오는 것이 이제는 싫었다. 그럼에도 내색하지는 않고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마워요. 저도 운이 좋았어요. 이리 멋진 사람과 결혼을 하다니. 다들 즐기고 가세요.
낯선 이들에게서 벗어나고 나면, 비로소 1층을 살펴볼 여유가 생깁니다.
엘리시아 사라:(천천히... 둘러보라고 하였지? 걸음을 천천히 옮기면서 가운데 자리한 홀을 먼저 둘러본다.)
바로 앞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1층 콘서트 홀 입구가 위치해 있습니다.
웰컴 파티를 준비하는 사용인들이 군데 군데 자리한 상태입니다.
엘리시아 사라: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곳 저곳에 명화가 많이 그려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천장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연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자신의 세계로 인도하는 신의 손길이 아름답게 묘사됐음을 깨닫습니다.
엘리시아 사라:(예쁘다. 이리 비싼 것들을 들여오기도 힘들 텐데. 모두 신화와 연관이 되어있음을 바라보지만, 취향으로 모으는 사람들도 있기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휴게실에도 이리 꾸며져 있는지 호기심이 들어서 입구를 살펴본다.)
명화를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휴게실을 향한 발걸음을 옮깁니다.
홀을 벗어나는 찰나의 순간, 찰리 자일스와 눈이 마주칩니다.
이내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과의 대화를 이어갑니다.
이곳 오페라 하우스는 VIP 게스트를 위한 숙소를 따로 마련해두었는데,
숙소로 이어지는 계단이 휴게실 안에 자리해 있습니다.
휴게실 입구로 들어서면 여전히 사람이 몇 이미 자리해있는 휴게실을 마주합니다.
그 앞으로는 숙소로 향하는 계단이 놓여 있습니다.
사용인들이 당신의 짐을 풀어놓았을 테니, 올라갈 필요는 없겠습니다.
엘리시아 사라:(하긴.. 내가 주인공인데 직접 그 무거운 짐을 풀어놓는 일은 상상도 하지 않았다. 서로와 대화 나누는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눈에 담고서 떠난다. 복도에 자리한 화려한 꽃들과 이 장식품들이 마치 비현실적이었다. 아까 홀에서 많은 사용인들이 바삐 움직이던데 식당도 아직인가? 배고프지는 않았지만 간식이라도 있는지 식당 입구 쪽으로 걸어간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지내는 동안 식사는 이곳에서 해결하게 될 것입니다.
조금 출출하지만... 아직은 식사 때가 아니니 돌아갑시다.
엘리시아 사라:(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2층으로 이어진 계단을 가본다. 사람이 많으면 올라가기 싫은데 혹시 사람이 많이 몰려있나? 몰려있지 않는다면 올라가 본다.)
콘서트 홀의 2층 좌석으로 향하는 계단입니다.
그러다 문득 당신이 들어온 입구 쪽으로 시선이 갑니다.
거대한 아치문의 양 기둥은 황금색을 띠고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저 사람들… 최소 젠트리 계급은 되는 자들입니다.
그마저도 일부이며, 대부분이 명망 있는 귀족들입니다.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귀족들이 당신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자리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솔직히 아직은 체감이 가지 않는다. 내 결혼이 도대체 뭐라고... 어쩐지 낯설고 어색한 감각만 몸을 조여와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애당초 이 결혼식을 알고 있지도 않았으니까요.
1층을 얼추 둘러보고 나면, 사용인이 느린 걸음으로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엘리시아 사라:.. 벌써 숙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사용인을 따라간다.)
사용인:(몇 걸음을 앞서 걸으며 복도를 천천히 지나간다.) 여기서부터 옆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아가씨 숙소가 보일 겁니다. 가까워서 헤맬 일도 없고, 잘 되었네요.
그곳에서 결혼식 전까지 자일스 영애와 아가씨 두 분이서 머무르면 된답니다. 방문객이나 손님 분들은 모두 이곳 근처 호텔에서 묶는다고 해요.
후에 있을 웰컴 파티 전에 잠깐 휴식도 취하고, 몸차림도 다시 갖추면 된답니다.
사용인은 당신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털끝만도 모르는 듯 들떠 이야기합니다.
정작 결혼을 앞둔 사람은 이렇게나 차분한데요.
생각을 정리해볼 틈도 없이 숙소로 도착하면 사용인은 챙겨온 옷가지를 당신에게 이것저것 대어봅니다.
평소에도 익히 보았던 여러 종류의 이브닝드레스와,
화려한 빛깔의 뷔스티에 드레스가 거울 앞의 당신을 지나갑니다.
거의 처음으로 부부 될 사람들의 모습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드러내는 순간이니 몇 번이나 신경 써도 모자라겠지만…….
그런 것보다 지금은 찰리 자일스가 더 신경 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엘리시아 사라:(화려한 복장들이 눈앞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너무 차분한 자신이 되려 이상한 것처럼 느껴진다. 빠르게 지나가는 옷들 사이에서 손을 뻗어 하나의 드레스를 낚아챈다. 붉은 드레스에 검은 레이스망으로 살을 가린 옷. 원래 화려한 드레스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내 앞에 나타난 찰리의 체면과 가문의 체면도 있었기에 한 번 입어보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걸로 할게.
사용인:어머... 아가씨, 무슨 일이세요? (옷가지들을 대어보다 말고, 네 파격적인 선택에 놀란 얼굴을 한다.) 하기야, 가볍게 연다고 해도 파티는 파티니까요. 탁월한 선택이에요. (네가 선택한 드레스를 들고 너에게 갈아 입혀준다.)
초청된 가수가 느릿한 연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게 들립니다.
웰컴 파티는 말 그대로 결혼식의 주인공들과 그 친인척,
초대받은 하객들이 이 오페라 하우스에 도착한 것을 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렸습니다.
왕가에서도 직접 축하하러 내려올 정도라면 어마어마한 규모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러니 이렇게까지 화려한 시작을 알리는 게 분명합니다.
거의 모든 상황이 린튼 가와의 정략혼이 결정되었을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엘리시아 사라: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꼭 이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3일이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한 3일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엘리시아 사라의 가문 친인척이 몇 서있습니다.
장인의 손을 타 정성껏 세공된 시계와 브로치 등을 단,
대놓고 ‘나는 대귀족이다’라고 선언 중인 사람들입니다.
아마도 저 자들이 자일스 가 사람들인 모양입니다.
저 멀리 서 있는 자일스 가 사람들을 향해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엘리시아 사라: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들 대다수의 눈빛이 흐리멍텅함을 발견합니다.
웃고 떠드는 모습은 굉장히 자연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일부 작위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문득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대화하던 찰리 자일스가 당신을 발견합니다.
무리에게 양해를 구한 그는 당신을 보자마자 금방 다가옵니다.
그의 반가운 기색 언저리에 미미한 애정의 자락이 자리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는 당신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합니다.
찰리 자일스:기다렸어요, 사라. (한달음에 다가와 웃으며 너를 맞이한다. 가문 식솔들과 이어진 대화로 어렴풋한 피로감이 섞여든 채다. 그렇게 웃음 짓는 얼굴에는 네 존재로 기인한 작은 해방감이 드러나고 있었다. 마치 너의 등장으로, 이 지루한 촌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표정으로.) 드레스 잘 어울려요. 사라.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는 게 있나요? (또다시 장난스러움이 역력한 목소리. 느린 움직임으로 네 한쪽 손을 찾아 쥐었다. 손등을 매만지는 부드러운 손길이 이어진다.)
엘리시아 사라:(소중하다는 듯 어뤄만지는 그 부드러운 감촉에 살짝 움찔하고는 웃어 보인다. 많은 귀족들이 이곳에 오고, 자신의 친척들 오 왔다는 것에 이유 모를 거북함을 느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 상황이 불안했다. 나를 해칠만한 불안이 아니다. 내 앞에 이 사람이 사라지면 어떡하지.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자신을 기다렸다는 네 웃음에 자신도 가볍게 웃으며 네 옷차림을 본다.) 당신도 엄청 멋져요. 여기 그 누구 보나요. 사실 이런 드레스는 저도 처음 입어봐요. 당신이 마음에 들어서 다행인걸요?
찰리 자일스:(홀 안을 지나가는 이들을 눈짓으로 좇으며 이야기를 지속한다. 외딴 곳을 바라보는 집요한 눈빛에 네가 의문을 가졌을 때쯤, 천천히 입을 열고 다시 너를 마주본다. 목소리를 내기까지 잠깐의 숨이 섞인다.) 드레스 뿐만이 아니에요. 비록 우리는 오늘 이렇게 처음 마주했지만... 당신이 아주 오래도록 사랑받았다는 게 느껴져요. (마주잡은 손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리듯 너에게 물었다.) 누구였나요? 당신을 이토록 사랑스럽게 아껴준 사람이... (그렇게 미소지으며 손 마디를 지그시 문지르는 손길은 언제나 너를 쓰다듬던 움직임이다. 변함없는 살결, 익숙한 손의 감각... 다시 시선을 맞춘다.) 당신에게 어떤 사람이었나요?
엘리시아 사라:(대체 누구를 그렇게 바라보는 거지? 네 시선을 따라서 눈을 돌릴 즘에 다시 자신을 바라보기에 네가 주시하던 곳을 보지 못했다. 아무렴 어떤가. 지금 네가 어떤 사람이든 내 앞에 있는 것이 중요한 거지. 누가 이리 아껴주었다고 생각해? 누가 나를 이렇게 사랑스럽게 만들었다고 이 손짓과 나를 보는 그 눈. 어쩐지 마음 깊은 곳이 울렁거렸다.) 말해줄 수는 없지만, 정말 소중한 사람이었어요. 어릴 적부터 같이 함께했고, 사고 치는 저를 자주 뒤에서 수습해 주던 사람이었죠. 저를 위해서 희생적이었고, 무엇보다 웃을 때 정말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웃음을 지닌 사람이었어요. (그것이 너처럼 말이다. 차마 전하지 못하는 말을 삼키고 웃어 보였다.)
찰리 자일스:제가 그자를 대신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겠는데요. (능청스럽게 웃으며 잡은 손을 놓아준다. 시선을 바닥에 둔 채 고개를 한편으로 돌렸다. 그 끝자락은 자신의 가문 일원들을 향하고 있다. 초청 가수의 흥겨운 노래가 홀 내부를 계속해서 채운다. 단 한 순간의 침묵이라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서로를 향하는, 범람하는 낯선 시선들. 언어를 고르는 듯 좀체 입을 떼기 버거워하는 기색이 비친다.) ....... 사라는 이런 파티를 좋아하나요? (화려한 노래, 음식들로 채워진 곳에서, 명망 높은 귀족들과 원치 않은 웃음을 끼워 넣은 채 시간을 죽이는, 이 순간을 향하는 질문이다. 그 물음을 앞세운 눈빛은 고요하며 진중하다. 마치 네가 속물로 뒤덮인 이 연극의 주인공을 스스로 벗어나기를 바라는 사람처럼.)
엘리시아 사라:(질문을 받고서 주변을 둘러본다. 어렸을 때에는 나도 좋아했던 건 기억이 있다. 언니와 엄마의 손을 잡고서 그 작은 발로 이리저리 넓은 연회장을 잘도 헤집고 다녔지.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다 잃고서 나타난 너만이 이 파티에서 유일한 나의 보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좋아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아요. 이런 파티도 저를 위해서 준비해 주신 거면 어찌 제가 싫다고 말을 하겠어요. (시시콜콜 별말들이 오가 지도 않겠지. 은근히 자신의 재력들을 서로 자랑하고 있는 것이 훤히 보였다. 그럼에도 괜찮은 것은 내 옆에 네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너는 내가 처음이겠지만, 나는 네가 처음이 아니니까. 과거에서 비롯된 안정감이 지금까지 나를 이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모두를 둘러보고 나서 고개를 돌리면 어쩐지 이 파티를 준비해 준 사람의 눈빛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의 눈을 마주하고 바라보다가 입을 천천히 떼면서) 저를 위해서 준비해 주신 거 아닌가요? 당신... 눈 슬퍼보여요. 내가 이곳을 벗어나길 원하는 것 같아요.
찰리 자일스:(무던하게 자기 생각을 꺼내놓는 네 대답은 어쩐지 네 의지와는 무관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를 너무나도 익숙한 사람처럼 대하는 너. 슬퍼 보인다는 그 말을 부정할 생각도 없는지 다시금 너를 바라보는, 애틋하고 진득한 시선. 초면을 가장하고도 좀체 이해하기 어려운 맹목. 헤아릴 수 없는 친애. 스쳐 가는 시선들 속에서도 내 심중이 오로지 너만을 향한다. 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속히 말끝을 잡는다. 그 누구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음에도, 붙잡아야 할 누군가를 위하는 듯한 절박한 목소리. 전해야 할 것이 있다, 너에게. 알아주어야 할 말이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엘리시아. 저는...
찰리 자일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등장한 가문원은 호탕한 웃음과 함께 말합니다.
?:이번에 처음 만났는 데도 꽤 사라 씨가 마음에 든 모양이야? 아주 시선을 떼지 못하는군 그래!
하지만 이쪽에도 관심을 줘야지.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부모님께서 찾으니 어서 가 보게.
그에 응하면서도 찰리 자일스는 난처한 기색을 띱니다.
찰리 자일스:(금세 웃으며 등을 돌린다.) 다 보이던가요, 삼촌? 역시 너무 들떠 보이면 곤란하겠지요. (천연덕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개구진 몸짓으로 고개만을 돌려 다시 너를 마주했다. 순간 미소를 띄고 있던 얼굴이 건조하게 굳어진다.) 삼촌이 그러셨잖아요, 이토록 엄숙하고 격식 있는 자리에서는 들려오는 소리와, 새어나오는 말을 조심해야 하는 법이라고..... (바라보는 시선에 짧게나마 미묘한 권태가 섞인다. 성가신 방해를 받았다는 듯한 명백한 분노. 선연한 화가 드러난다. 전하지 못한 말을 숨기듯 억척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그럼... 남은 시간 즐겁게 보내요. 또 만나요, 사라.
찰리 자일스는 가문원에게 끌려가듯 데려가집니다.
떠나는 가운데, 문득 그가 당신에게로 고개를 숙입니다.
물결처럼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이 당신의 어깨에 닿습니다.
낮은 속삭임을 끝으로 찰리 자일스는 못내 고개를 돌립니다.
오늘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이 여전히 이해도, 납득도 가지 않습니다.
당신과 찰리 자일스의 방 가운데 방들은 모두 비어있는 모양입니다.
이 숙소에 머무르는 이는 둘 뿐이라니 당연하겠지만요.
엘리시아 사라:(마지막 말이 신경 쓰인다. 미안해요 아가씨. 그냥 하는 말일까. 아니면 설마... 나를 기억하는 건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때 찰리는 내 눈앞에서... 너무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죽음의 그 장면. 다시는 기억하기 싫었다. 그렇지만 그 기억을 가진 찰리가 어떻게.. 더 복잡해지기 싫었다. 오늘은 이미 나에겐 너무 혼란스러웠던 하루였으니까. 먼저 내 방으로 돌아간다.)
분명히 한 번 겪었던 죽음과 총소리가 선명한데.
달빛 아래 지진할 정도로 지독한 꽃향기를 뿌린 에리카 꽃도 선명한데,
그 모든 일이 마치 물거품처럼 사라지다니…….
잠을 청하려 내내 뒤척이던 당신은 문득 창밖에서부터 시선을 느낍니다.
가늠하기 어려운 존재의 시선에 가까운 감각입니다.
지독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을 좇아 창밖을 보면 그곳은 놀라우리만치 시커먼 밤이 깔려 있습니다.
시선은 창밖에서부터 온 사방으로 퍼져 피부를 따갑게 찔러댑니다.
생존에서부터 비롯된 선연한 공포감이 혈관을 타고 흐릅니다.
엘리시아 사라:
SAN Roll
기준치: |
64/32/12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가위에 눌린 듯 움직이지 않는 몸이 서서히 굳어갑니다.
뇌가 둔해지고 사고가 멈출 것만 같은 순간…….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립니다.
식은 땀이 뺨과 목덜미에 맺힘을 자각하고 나면
어느 새 몸은 다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금방이라도, 문고리를 잡아 강제로 열어버릴 것만 같습니다.
엘리시아 사라:(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때의 총소리와 시간을 넘나드는 이상한 힘. 그리고 저 공포는 내가 알고 싶지도 않았다. 다급히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천천히 문을 열어본다.) 누.. 누구세요?
찰리 자일스:문 열어요, 어서. (너머에서 강압적인 목소리가 빠르게 흘러나온다.)
문을 열면 그곳에는 초조한 기색의 찰리 자일스가 서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아까만 해도 다정하게 자신을 보던 네가 꽤나 다급한 손짓으로 자신을 부르는 것이 이상했다. 아까의 그 시선도 그렇고 뭐였지? 꽤나 강압적인 네 목소리에 눈치를 보는 듯 너를 본다.) 왜 그래요?
찰리 자일스:(성급한 걸음으로 네 방에 들어가 창가를 살핀다.) 뭘 봤죠? 뭘 했어요? (대답을 들을 틈도 없이 틈을 보이던 창문을 거친 손길로 모조리 닫어버리고 커튼을 친다. 창문으로 비치던 달빛마저 전부 가리워지면 방에는 완연한 암전이 퍼진다.) 문을 왜 잠궈놨어요. 그런 적 없잖아요. 왜 대답이 없으셨어요? 대체 왜 그랬어요? 얼마나 걱정한지 알기는 하나요?
엘리시아 사라:네?.. 아니 거대한 눈? 아니.. 아까 그거 뭐였지? (갑작스럽게 방으로 들어와 모든 창문을 커튼 치면서 빛을 없애버리는 네 행동을 놀랜 눈으로 지켜본다. 아까의 공포 때문일까. 손이 계속해서 떨었다. 자신을 추궁하는 듯 강하게 몰아붙이는 네 행동에 뒤로 주춤거리며) 아니, 그.. 당신 그게 뭔지 알아요? 아니 그보다 제가 문을 잠그지 않는 것은 어떻게 알고...
찰리 자일스:(거대한 눈. 당황스러움이 만연한 네 대답을 들으면 이마를 짚고서 허파 깊숙한 한숨을 토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채 닫지 못한 커튼 사이로 비친 달빛에 그 얼굴이 드러난다. 짙은 화장과 화려한 장식품을 제한 얼굴은 퍽 초췌하며 낯에 익은 모습이다. 머리를 둥글게 묶어 내린 것마저도... ) 묻잖아요, 문을 왜 잠가두셨느냐고요. 제가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아나요? 아니면 그새 잊으셨나요, 제가 들어올 수 없으면 당신을 도와줄 수가 없어요. 아가씨가 어떻게 알아요? 뭘 믿고요? 자는 동안에 무슨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아느냐고! (벽력같은 강한 목소리가 네 귓가를 강하게 찌른다. 이 문을 열고 네 얼굴을 목도하기까지 얼마나 애가 탔는지 알고나 있는지. 걱정 어린 분노에 눈가가 떨리고 있다.)
엘리시아 사라:아, 그,.. 화내지 말아요. 밖에 나와서 혼자 지내는 방에 문을 잠그는 건 당연하잖아요. (강압적으로 화를 내는 너에게서 두려움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화를 낼 이유는 없잖아.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무언가 억울하다는 감정이 들려다 네 입에서 아가씨라는 말이 나오자 모든 감정과 생각이 멈춘다. 아가씨..? 창가에 그려진 너와 그 단어를 통해서 자신이 알던 사람의 모습을 찾아낸다. 겁먹음과 동시에 어떻게든 대답을 듣기 위해 너를 향해 손을 뻗어 양팔을 붙잡는다. 재촉하는 듯 흔들면서) 잘못 들은 게 아니었어. 역시 찰리 너지? 내가 알던 찰리 맞지? 근데 왜 모르는 척한 거야? (애처롭게 너를 바라보는 그 눈과 이 행동은 마치 명확한 답을 구걸하는 듯 안쓰럽게 만들었다.)
거부할 틈도 없이 빠른 몸짓입니다. (이성-1)
당황스러움을 뒤로 하고, 상황을 파악해 보면,
방금 전까지 공기 중에 서려 있던 따가운 시선이 사라져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공포심이 가시고 답답한 곳에서 탁 트인 바깥으로 나온 것처럼 숨이 제대로 쉬어집니다.
고개를 들면 그곳에는 당연하게도 찰리 자일스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만을 바라보는 찰리 자일스입니다.
그리움과 애정으로 뒤덮인 두 눈으로 가만 당신을 응시하다 간신히 고개를 돌립니다.
찰리 자일스:(문간에 서서 도망치듯 네 방을 떠나려다 문득 걸음을 멈춘다. 이어지는 짧은 숨결. 바라보지 않은 채로 목소리를 꺼낸다.) 부디 몸조심해요. 당신을 주시하는 사람이 있어요. (찰리 너지, 그 물음과는 어떠한 관계도 없는 일방적인 대답. 바닥을 향하는 고개 너머의 어깨가 희미하게 떨려왔다.)
엘리시아 사라:그게 무슨 소리야?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도 않고 빠져나오는 네 손목을 잡는다. 왜 갑자기 입을 맞추고 가는 거야? 이 시선들은 무엇이고, 너는 대체 누구지?) 대답해 주면 안 돼? 나는 또 알면 안 되는 거야? 말해줘. 또 너 혼자 나를 두고 사라지는 거야? (가지 말라는 듯 너를 뒤에서 조심히 끌어안았다. 표정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떨리는 네 몸을 따뜻하게 안아주지만, 섭섭한 마음은 감추지 못했다.)... 찰리, 제가 못 미덥나요?
찰리 자일스:어디선가... (허리를 감싸오는 네 손길에도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었나 봐요, 우리. 내가 당신을 착각했었나 보죠, 당신을 닮은 누군가와... (억척스레 내뱉는 음률에 떨림이 섞여든다. 나는 왜 이토록 미욱한 말로 너를 대해야 하는지. 허영으로 가득 찬 이곳에서 하잘것없는 연극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지. 너는 어째서 아직도 안전할 수 없는지... 못다 한 설움이 스며드는 것은 한순간이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우리 앞에 놓였기에 나는 너를 완전히 마주할 수 없다. 사랑이라 말할 수 없다. 정교하고 면밀하게 짜인 정략결혼이라는 이 무대 위에서는, 나는 너를 온전히 안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당신과 내 가문 사람들의 시선이 어디에서든 존재해요. 사방에 만연하다고 할 수 있죠. 나는... (뺨을 타고 빠르게 떨어지는 눈물을 황급히 닦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귀족의 처지에서, 함부로 말을 꺼낼 수 없는 상황이에요. 아가씨가 늘 그랬듯이. 저 역시도... (눈물로 가득 차 흐려진 시야를 붙들고 입술을 앙다물었다. 이해해주길 바라요. 흐트러진 숨결 너머로 겨우 그 문장을 뱉는다.)
엘리시아 사라:착각이 아니야. 난 그렇게 바보가 아니고, 멍청이도 아니에요. 눈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왜 그런 미련한.. 미련한 거짓말을 해. (왜 울고 있는 거야. 이리도 좋은 날에. 다시 만난 것에 기뻐해야 하는 날에 우리는 왜 남들의 눈치를 보고, 서로를 위해서 말 한마디를 꺼내지 못하고 있는 걸까. 가슴 깊이 흔들리는 감정을 부여잡고 너를 더 끌어안았다. 네가 사랑이라 말을 하지 못한다면, 내가 너에게 수 천 번을 사랑한다 이야기해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입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또 이리 사랑했던 사람을 잃는다면 나는 무너질테니까. 만약에 네가. 내가 알던 사람과 다르다하여도 너무나도 닮은 너를 밀어내지 못하고 이어진 선로처럼 곧게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들이 두려운가요. 찰리. (나도 너를 볼 수 없지만, 너 역시 나를 볼 수가 없었다. 바닥에 눈물을 떨구지만 목소리를 떨지 않았다. 진정으로 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기에, 이것은 떨면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당신을 또 잃는 게 두려워요. 그러니까 날 버리지 말아 줘. 이제 혼자 두지 말아 줘요.
찰리 자일스:(허리를 둘러싼 네 손에서 서서히 벗어난다. 그 손을 잡은 채로 등을 돌려 너를 마주본다. 미처 닦지 못한 눈물 자국이 양 뺨에 번진 채다.) 혼자 두지 않을게요. 당신이 괜찮다면, 오늘은 같이 자요. (마주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로 방 안으로 들어와 문을 살며시 닫았다. 침대에 너를 앉히고서 커튼을 살짝 걷어 그 밖을 내다보았다. 홀 내에서 너를 바라보던 강직한 시선과는 달리, 그 너머를 향하는 눈동자가 방황하듯 잘게 떨리고 있다. 너는 그들의 표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너에게 닥쳐올 위협을 미루어볼 수조차 없다. 그것이 두려운 게 아니다. 그로 말미암은 피해자가 네가 될 것이 두려운 것이다. 두 눈으로 차마 마주할 수 없는 끔찍한 광경이 머릿속을 스친다. 복잡한 기색을 지우듯 마른 세수를 하다가, 서랍장에서 노트와 펜을 꺼내 옆자리에 앉았다. 한 장을 펼쳐들어 시선을 고정한 채 글을 적어나간다. 느린 한숨을 끝으로 내민 노트에는 작은 문장이 적혀져 있다. '자일스 가문 사람들은 전부 존재하지 않는 이들입니다')
엘리시아 사라:(눈시울이 잔뜩 빨개져서 너를 마주했다. 올려다본 너도 무엇이 두려워 울고 있었는지 그저 너를 한 번 더 안는 것 외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문이 닫히고 침대맡에 앉아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나 때문에 네가 힘든 것이 아닐까. 그런 무력한 감각이 발끝에서부터 차올라 우울한 마음을 들게 만들었다. 주먹을 꽉 움켜쥐고는 힘이 없는 나 자신을 탓했다. 곧 무언가를 적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그 우울함도 잠시 멈추고 말을 하지 않고 굳이 적어내리는 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충격적인 문장 한마디가 내 앞에 나타났다. 존재.. 하지 않는 이들? 이게 무슨 말이지? 종잡을 수 없는 일들이다. 흐린 눈. 그래 그 남자의 가문들도 그랬었어. 무언가 넋이 나간 것처럼. 그렇다면 너는? 자신도 모르고 입 밖으로 말을 내뱉으려다가 꾹 참고서 너를 가리킨다. 입모양으로만 말을 건넨다.) '그렇다면 너도 존재하지 않는 거야? 왜 그들은 존재하지 않으면서 이곳에 있는 거지?'
찰리 자일스:(목소리를 내지 않고 달싹이는 네 입 모양을 지그시 바라본다. 뒤이어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명백히 아니라고 전할 수 있다. 나는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부활을 마쳤고, 네 눈앞에서 실존하는 사람이다. 그를 증명하듯 펜을 내려놓고 네 손목을 잡아 제 가슴에 얹는다. 정확히는, 심장이 위치한 그곳에. 손끝에서부터 미약한 박동이 느껴졌을 즘에 네 손을 놓고서 다음 장을 펼쳐 글을 써 내려간다.
'오페라하우스에 처음 도착했을 때 가문 사람들을 처음 마주했습니다'
'모두 낯선 얼굴들이었습니다'
'어릴 적 보았던 부모님의 얼굴이 아니었어요'
적어내려던 손짓을 멈추고 다시 너와 시선을 마주했다.
'여기서 제가 아는 모든 것을 설명해 드리긴 어렵습니다'
찰리 자일스:'확실한 것은 그들이 아가씨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라 가문 사람들조차 저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들 역시 단단히 세뇌되어 있음을 알 수 있어요'
'그러니 앞으로는 연극을 하는 겁니다'
다음 장을 펼치고 빠른 손짓으로 글을 적었다. 성급함이 섞인 탓에 글씨가 마구 휘어진다.
'3일이에요'
'모두를 속일 시간'
찰리 자일스:'이 결혼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줄 수 있나요?'
'아가씨가 해야 해요'.)
엘리시아 사라:(끝에서부터 느껴지는 심장박동. 믿기지 않는지 너를 강하게 끌어안고서 귀를 네 가슴팍에 가까이 붙였다. 낮게 울리는 작은 소리.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하자 그제야 체감했다. 정말 살아있구나. 내가 알던 네가 맞았어. 씻기지 못했던 죄책감은 눈물로 변해 흘러내렸다. 흐느끼지 못하고 입술을 꽉 깨물고서 네 품에 얼굴을 묻으며 안도감을 표현하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몇 년 같았고 얼마나 내가 힘들었는데.) 다행이야... 진짜 다행이야. (낮게 읊조리며 너를 안았지만, 상황은 울 시간을 주지 않았다. 다급히 써 내려가는 글을 천천히 읽었다. 시야가 번지고, 다급함이 보이는 글자들.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겠지만 3일만 지나면 자유가 될 수 있는 걸까? 신을 나에게로 옮기려는 걸까. 그들의 목표가 아직 끝나지 않았구나. 얼룩지는 시야를 되찾으려고 손등으로 눈가를 닦는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두 번 다시 너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이번에는 꼭 너를 살릴게.)
찰리 자일스:(젖은 눈가를 훔치는 네 손을 거두고 제 손으로 네 눈가를 닦아낸다. 부드러운 손길이 뺨을 스친다. 손끝이 붉어진 네 눈가를 지나자 울음 탓에 열기가 서려 있음을 느꼈다. 매만지던 손길이 멎고, 팔을 천천히 벌려 너를 품에 껴안고서 머리를 쓰다듬는다. 화약과 거즈 냄새가 배었던 남루한 품과는 퍽 다른, 은은하고 향긋한 라벤더 향이 퍼진다. 품에 안은 너를 어느 정도 진정시킨 후 침대에 서로를 마주한 채 누웠다. 한쪽 손으로 이불을 끌어 드러난 네 어깨를 덮어주며, 네게만 닿을 정도로 나지막이 속삭였다.) 곁에 있을게요.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부디... 편안히 주무세요.
누군가 당신과 찰리 자일스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찰리 자일스는 현재 자유로운 상태가 아닙니다.
결혼식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는 3일입니다.
어떻게 해야 상황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죠?
어쨌든 당신과 찰리 자일스는 이곳에 살아 있습니다.
심장이 위치한 곳에 닿았던 온기는 분명 산 자의 그것입니다.
왕가를 위한, 귀족만을 위한 공연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왕가와 연결된 거대한 귀족 가문의 결혼식을 축하하여 새로이 제작된 극이라나요.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루어지지 못한 절절할 사랑 이야기…
굉장히 유명한 극작가가 집필했다니 내용을 기대해봐도 좋겠는걸요.
그러나 의문을 곱씹기도 전 찰리 자일스가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찰리 자일스:좋은 아침이에요, 사라. 잘 잤나요? 간밤에 불편한 점은 없었고? (당장 공연을 보러 가도 상관없을 정도로 말끔하게 단장을 한 모습으로 네 앞에 마주 섰다. 잠들기 전 대화를 나눈 이와 동일한 인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법한 행동이 이어진다.) 마음 놓고 말해주어도 된답니다. 내가 넣는 컴플레인은 무게부터 다르니까요. 아무튼, 오늘은 당신을 위한 최고의 공연을 준비했어요. 기대되지 않으시나요?
엘리시아 사라:아,.. 좋은 아침이에요. 찰리. (어제 다정히 나를 안아주던 사람이 맞을까? 분명한 건 이곳에서 내 편은 너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싱긋 웃으며 너를 맞이하였다. 나를 위해 만들었다지만, 이별극이라니. 사실이 결혼식은 이뤄지지 말아야 하기에 모순적으로 어울렸다.) 사실 이별극은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장단을 맞추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였다.) 기대되네요. (여러 의미를 담은 기대를 표현하고는 웃었다.)
찰리 자일스:(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고는 매끄러운 말투로 네게 응한다.) 오페라가 끝나고 나면 시간이 제법 늦어지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 바닷가로 내려가 보진 않았죠. 이곳 오페라하우스 야경을 무대 삼아 밤바다를 거닐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자연스럽게 손목을 잡아 미약한 힘으로 너를 제 쪽을 향해 이끌었다. 낯선 이가 네 뒤편으로 지나친 탓이다. 그 낯에 짧게 시선을 두다 말고 다시금 너를 바라본다.) 어떤가요, 저와 함께할 생각은?
엘리시아 사라:(오랫동안 함께 해왔던 네가 이리 제안을 하는 것에 새삼스레 귀 끝이 붉어졌다. 네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면서 웃어 보였다. 그 웃음은 오직 너만 볼 수 있었던 웃음이었다.) 전 좋아요. 누군가랑 그렇게 걸어보는 것이 꿈이었어요. 오페라하우스와 바다라니. 정말 이보다 낭만적인 게 어디 있을까요. (괜스레 설레는 마음을 감추려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이 결혼식을 망쳐야 하는 마음이 반, 그리고 다른 의미로 너와 더 있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이 3일만 지나면 함께 할 수 있어.)
찰리 자일스:흔쾌히 수락해주어 고마워요, 내 사랑. (어디서부터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가늠이 어려운 말들이 나열한다. 이 지독한 촌극의 중심에서 총기 어린 눈짓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 자는 너와 나, 둘 뿐이니까. 그러니 거짓말해도 상관없어. 더 아무렇지 않게, 더욱 쉽게 말해도 괜찮아. 말끔한 웃음이 퍼진다.) 아무래도 서로를 자세히 알아가는 편이 좋겠죠. 우리는 이제 부부가 될 몸이니까.
짧은 대화 후 찰리 자일스는 당신의 손등에 입을 맞춥니다.
한순간 머릿속으로 섬망이 덮치는 것도 같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이성-1)
그는 곧 등을 돌리고서 제 가문원 사람들에게로 돌아갑니다.
멀어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면, 당신의 숙부인 알프레드 사라가 찾아옵니다.
익숙한 웃음과 함께, 정략 결혼 상대에 관한 질문을 던집니다.
찰리 자일스라는 사람은 어떤지, 마음에 드는지.
알프레드 사라:이 결혼이 성사된다면 분명 우리 가문의 위상은 더 높아지겠지. 네가 수고가 많다, 엘리시아.
엘리시아 사라:예. 가문의 위상이 높아진다면 좋죠. 그것이 제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싱긋 웃으며 자신의 숙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저 여자분.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요? (정말 나를 제외하고 모두 기억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세뇌당한 걸까. 조심스럽게 떠본다.)
알프레드 사라:자일스네 집안 쪽에서 혼담이 들어온 건 엄청난 행운이야. 네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인자한 미소를 하고 너를 대하는 모습은 평소 네가 알고 지내던 이와 별반 다를 것 없다. 어쩌면 이 연극에 속고 있는 자가 너와 그 사용인 두 명이라는, 그런 막연한 의심이 들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네 약혼자 자일스 영애 말이냐? 성함이... 찰리 자일스라고 했던가. (콧수염을 느리게 매만지며 외딴 곳을 향해 중얼거린다.) 저자는 엘리시아, 너를 굉장히 아꼈었잖아? 예전부터 네 일이라면 뭐든 해줄 것처럼 충직하게… … 응? 내가 방금 뭐라고 했지?
엘리시아 사라:(찰리 말이 맞았다. 모두가 세뇌를 당한 것처럼 나 혼자 영향을 받고 있지 않았다. 다만,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고 무의식 속에는 남아있기에 이 3일 안에 파혼해야 한다. 싱긋 웃으며) 그녀는 원래 항상 저를 아껴줬죠. 이것 보세요. 이 화려한 극과 여러 가문들. 그리고 자일스 가까지 저를 위해서 이리 준비했잖아요. 그러니 꼭 기회를 놓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말아요.
알프레드 사라:그래, 너는 예전부터 걱정할 것 없이 알아서 잘 해내던 아이니까. (어깨에 손을 올리고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구태여 말 얹지 않아도 알고 있다. 네 선택을 존중하마, 엘리시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네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엘리시아 사라:감사합니다. 숙부. (이 일이 끝나고 절 원망하지나 말아요. 이런 당신들 뭐가 예쁘다고 구원해야 할지 모르지만, 찰리가 있기에 그녀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감사하게 여기세요. 속으로 웃으며 싱긋 웃었다.)
숙부님은 느린 걸음으로 당신에게서 멀어집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오페라 하우스의 2층과 3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2층 관객석으로 이어지는 콘서트홀 입구가 존재하며,
군데 군데 공연을 기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귀족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금은 공연이 시작되지 않았으므로 콘서트홀로 진입하긴 어렵겠네요.
3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맞은편에는 그런 게스트를 위한 티 테이블이 존재합니다.
티 테이블 근처에는 손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테이블을 살펴보거나, 손님들에게 말을 붙여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엘리시아 사라:(손님들? 생각보다 많이 모여있네. 먼저 테이블을 살펴본다.)
불면증을 치료하기에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공연 전에 마시기 합당한 걸까요?
문득 근처에 앉은 귀부인의 웃음 소리가 들립니다.
?:“듣기로 찰리 자일스 씨가 직접 온실에서 키운 걸 가져와 돌리고 있다던데.
그 집 가문원들에게도 모두 건넸대요. 특별한 레시피로 제작된 차라나요.”
“과연 맛이 달라요. 한 모금만 마셔도 기분이 아주 좋아지네요.”
“어머, 사라 아가씨. 당신도 한 잔 마셔보는 건 어때요?”
엘리시아 사라:(싱긋 웃으며) 마담, 마음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저는 아까 찰리 씨가 직접 건네줘서 마시고 왔답니다. 찰리 씨께서 신경 써서 만든 극과 차니 마음껏 즐겨주세요. (정중히 인사를 하면서 거절을 한다. 어쩐지 찰리가 직접 건넨 것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찰리 자일스가 직접 공수했다는 것은 거짓이 아니어 보입니다.
...맛만 보는 것은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
엘리시아 사라:(흠... 찰리가 만든 게 맞나 보다. 저들을 실험 삼아 먼저 마시는 것을 보는 것은 미안하지만, 목표물이 자신인 것을 알기에 한 번 경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테이블 위에 있는 차 하나를 가져와서 조심스레 마셔본다.)
불안한 마음을 뒤로 하고, 라벤더 티를 마시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엘리시아 사라: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야 당신이 매일같이 오후에 마시던 차와 같은 맛이니까요.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라벤더 향. 입안을 적시는 따스한 온도.
찻잔을 내어주던 그 손길이 떠오를 법도 하겠습니다.
미미하게 몽롱한 감각이 스며들고 생각이 편안해집니다.
엘리시아 사라:(그들도 나처럼 편안해진 걸까? 무언가 잊었던 기억을 다시 되돌리게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찰리가 3일간 준비하려는 것이 이런 것이겠지. 손님들의 표정을 관찰해 본다.)
라벤더 티를 마시는 그들은 이번 공연을 보러 온 귀족들입니다.
문화 생활에 조예가 있다는 사람들은 본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찰리 자일스 쪽이 직접 요청한 내용이라고 해요. 신화에 기반된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다고….”
“시놉시스가 이렇다고 해요. 멸망의 위기가 들이닥친 세상에서 죽음에 이르른 연인이 다시 부활함으로 시작되는…”
“두 사람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부활 후 다시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한 고군분투… 라나?”
“젊은이들이 꽤나 열광하는 모양이던데, 그쪽 입맛에 맞는 내용이겠지..”
문득 몇몇 손님들이 당신을 보고는 저들끼리 속닥댑니다.
차를 마시는 척, 한번 들어볼까요? (듣기 판정, 어려움 난이도가 적용됩니다. 40이하 성공)
엘리시아 사라:
듣기
기준치: |
75/37/15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어쩐지 찰리 자일스가 당신과의 결혼을 성사시키지 않으려 한다는 듯한 소문이 은은하게 돌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듣습니다.
...라는 물음을 하기에는 당신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주위를 더욱 경계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우리만 알고 있는 게 제일 좋을 텐데. 어떻게 하면 성사가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을까. 차를 마시는 척 들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다 마신 차는 테이블 위로 올려두고는 3층으로 올라가 본다.)
스며드는 고민을 내려두고, 3층으로 올라가봅니다.
사람들의 짐을 맡기는 캐비닛이 존재하는 홀입니다.
3층 홀은 1층과 2층에 비해 지나치게 사람이 없고 텅 비어 있습니다.
인적이 드물어 쓸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콘서트홀 입구는 2층과 마찬가지로 닫혀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너무... 3층을 안 꾸민 것이 아닌가? 캐비닛을 열어본다.)
자세히 보니 열려 있는 칸이 하나 존재합니다.
엘리시아 사라:(아무 생각 없이 열었다가, 열려있는 칸을 보고서 멈칫한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해 보고 조심스레 그 칸을 살핀다.)
공연에 관련된 책자와 편지 봉투가 놓여 있습니다.
편지 봉투 겉면을 보니 찰리 자일스의 가문원이 쓴 편지인 모양입니다.
받는 사람의 이름은 적혀 있지 않으나, 적혀 있는 주소가 묘합니다.
엘리시아 사라:(조심스럽게 봉투를 열어본다.) 내가... 봐도 되려나..
편지의 내용을 확인할 경우, 그곳에는 ‘세뇌 주문’이 적혀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SAN Roll
기준치: |
62/31/12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세 차례의 정독을 통한 주문의 습득이 가능합니다.
엘리시아 사라:(잘못 본 것일까. 싶어서 여러 번을 다시 읽는다. 다섯 번 정도 보고 나서 이성이 점차 돌아왔다. 예상은 했지만, 이것은 너무 하잖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히 나에게 칼을 겨누는 것들이 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 칼에 소중한 사람을 앗아가놓고, 또 이렇게 번복하게 둘 수는 없었다.) ... 꼭 돌려주겠어.
엘리시아 사라: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이 주문이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세뇌 주문이 있다면 세뇌를 푸는 주문 또한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확실한 사실은 찰리 자일스는 그 주문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장소를 돌아보고 나면 곧 공연이 시작된다는 부름이 당신을 방문합니다.
2층 5번 박스석이 당신의 자리입니다. 찰리 자일스도 동석한다는군요.
오페라 글라스를 챙겨들고 박스석으로 향하는 길목,
이미 입구에서 찰리 자일스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찰리 자일스:기다렸어요, 사라. 같이 들어갑시다. (고요한 웃음과 함께 손을 내민다.)
엘리시아 사라:(네게 손을 맞잡고 자연스럽게 웃어보였다.) 좋아요. 기다렸어요. 찰리.
내부에서는 오케스트라단이 악기를 조율하는 듣기 좋은 불협화음이 들려옵니다.
공연 시작 전, 은은한 노래 소리가 콘서트 홀을 채웁니다.
왕가의 사람들은 맞은 편 박스석에 앉아있는 모양입니다.
호위병과 경찰이 단단하게 지키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짐작이 맞는 듯합니다.
5번 박스석 안에는 당신과 찰리 자일스만이 있습니다.
찰리 자일스는 자신의 가문원들이 바로 옆 박스석에 앉아있노라 고하며 웃지만,
무대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가 말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저들의 소중한 양자를 지켜보고자 한다고.
칸막이 건너편에서 오페라 글라스를 챙긴 몇몇의 사람들이 당신을 빤히 바라보다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립니다.
찰리 자일스:왜인지 떨리네요. 이런 자리가 처음도 아닌데 말이에요. (천연덕스럽게 너를 바라보다가 무대로 시선을 옮긴다.) 원하지 않는 관심을 받아서 그런가.
엘리시아 사라:저도 오랜만에 이런 곳으로 와서 그런가. 솔직히 떨려요. 아니면 당신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 (여러 군데의 시선. 어쩐지 나와 내가 표적이라는 것을 실감 시켜주는 것만 같았다.) 극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찰리 자일스:...그러게. (이어지는 네 대답을 부정하지 않고 그저 만면에 차분한 웃음을 띄운다. 무대를 응시하는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고, 짧은 한숨이 이어진다. 습관처럼 네 손을 찾아서 그러쥐었다. 그 손길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는 듯이.)
문득 극장의 불이 꺼지고 무대 위로 배우가 한 명 올라옵니다.
극을 시작하기에 앞서 부부가 될 이 결혼식의 주인공들을 위한 시 낭독이 있을 예정이라나요.
왕가의 손님을 위한 것이겠지만 맑은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지는 게 썩 듣기에는 좋습니다.
사랑의 시이니 부부가 될 사람의 앞날을 축복하기에는 모자람이 없겠죠.
낭송되는 시를 듣던 찰리 자일스가 중얼거립니다.
찰리 자일스:인간이 살아숨쉬고 두 눈이 볼 수 있는 동안, 이 시가 존재하는 한 당신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오.
그리 읊조리며 당신을 바라보는 낯은 한참이나 고요합니다.
마치 고백 내지 청혼처럼 느껴질 정도의 진중한 어조입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배우들이 나오고 무대 장치가 빛을 받아 제 모습을 드러냅니다.
주인공으로 보이는 배우는 제 오랜 사용인과 같은 저택에서 지내며 함께 살아갑니다.
결혼식 전날에는 그 사용인과 함께 춤을 추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또 흐르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들의 감정은 사랑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이가 다른 사람과 결혼 하는 걸 지켜보던 주인공은
결혼 대상자의 집안이 이 세상에 재앙을 불러올 것을 깨닫습니다.
재앙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하다 제 목숨을 바칩니다.
다른 이와 춤을 추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는 주인공은 결코 자신의 사랑과 닿지 못합니다.
그 와중에 세상을 좀먹는 재앙의 징조는 충실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외사랑이 될 수밖에 없는 감정을 끌어안고 그는 손에 피를 묻혀 이 세상을 지키려 합니다.
달빛이 비추는 꽃밭의 절벽에서 주인공은 결국 사랑하는 그를 홀로 남겨두고 숨을 거두며,
주인공과 그가 사랑하는 이를 지켜보던 신이 개입한 것입니다.
얼핏 보면 그 ‘신’은 꽤 너그러워 보입니다.
목숨을 바친 주인공을 살려준 것도 모자라 그가 사랑하는 이와 맺어질 수 있게끔 도왔으니까요.
성대한 결혼식을 치루게 된 두 사람은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신’의 인도에 따라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하객들은 일제히 나와 축복을 외치며 춤을 춥니다.
하지만 그 춤과 노래에는 분명한 광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주인공은 연신 하객들을 뒤돌아보며 발걸음을 멈추지만 신은 정지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완전히 ‘신’이 거주하는 곳으로 사라지고 나면 무대 위는 하객을 연기하는 무용수로 가득 찹니다.
불투명한 실크를 얼굴에 두르고 광기어린 춤을 추는 인간들.
현란한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무대 장치로 추정되는 눈이 내립니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무대 바닥에 묘지를 연상시키는 십자가 모양의 빛이 비춰지더니 극이 막을 내립니다.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이어졌다는 사실에 해피 엔딩이라 치부한 거겠죠.
엘리시아 사라: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칸막이 너머의 찰리 자일스의 가문원들은 커튼콜을 주시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이 찰나를 노리듯 찰리 자일스가 당신의 손을 잡고 이끕니다.
엘리시아 사라:(갑자기 잡혀 이끌리는 움직임에 몸을 맡긴다. 찝찝하지만 무어라 할 수 없는 이 기분. 너를 믿고서 나간다.)
바다로 나오면 미묘하게 피부를 찌르던 시선 같은 감각이 사라집니다.
찰리 자일스는 당신의 손을 잡고 절벽 아래로 내려가 해안가를 따라 도망치듯 달립니다.
오페라 하우스의 소란스러움이 멀게 느껴질 정도로 오래 이동했다 싶을 무렵,
파도는 발치 근처에서 거품을 쏟고 수평선 밑에 태양은 가라앉은 지 오래입니다.
수면 위로 무수히 많은 별이 수놓은 이곳에서 드디어 찰리 자일스는 유지해온 여유로움을 내려놓았습니다.
찰리 자일스:(너를 품에 끌어안은 채, 가쁜 숨을 정리하기도 전에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토해내듯 입 밖으로 터져 나온, 다듬어지지 않아 잔뜩 흐트러진 목소리.) 아가씨, 보고 싶었어요. 안고 싶었어요. 다시 만나고 싶었어요. (미안해요, 아가씨. 이런 연극에 당신을 밀어 넣어서요. 울분 섞인 목소리는 점차 낮아져 속삭임으로 변한다. 그러나 솟구치는 감정을 증명하듯 너를 더욱 힘주어 껴안았다. 오페라하우스에서 처음 만나 이 순간까지, 아니 어쩌면 그 이전에도, 너와 함께한 무수한 순간 앞에서 무척이나 전하고 싶었던, 허락되지 않았던 말들. 내 호흡과 숨소리가 꺼져가는 상황에서도 결코 놓지 않으려 했던. 너를 향한 가장 낮은 곳에 간직한 소중한 마음.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서로의 머리칼이 뒤섞여 휘날리고,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네 어깨로 떨어진다.)
엘리시아 사라:(끝까지 달리다 숨이 모자를 때쯤에 겨우 멈춘다. 호흡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네 품에 끌어 안겨진다. 자신을 끌어안고 보고 싶었다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제서야 억누르던 감정을 파도처럼 밀려나왔다.) 찰리 미안해. 내가 너를 죽인 거야. 그때 내가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조금 더 현명하게 행동을 하였더라면 죽지 않았을 텐데. 네가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손을 뻗어서 너를 안아본다. 언제나 나를 돌봐주던 내 사람, 그리고 내 마지막 사랑. 눈시울이 붉게 물들어지고 시야는 흐릿해졌다. 이런 흐릿한 시야 속에 네가 선명히 보이는 것에 대해서 너를 살린 신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이젠 아가씨 아니야. 찰리. 제발, 이름을 불러줘. 그리고 너무 보고 싶었어.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해줘서 미안해. 그리고 다시... 다시 나를 찾아줘서 고마워. (가쁜 숨과 울먹이는 목소리 때문에 대화가 잘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너에게 말을 전했다. 너를 잃고서 짧은 그 순간 순간이 지옥이었다. 내가 대체 무엇이길래, 왜 나를 위해서 너는 희생해야만 하였고 나는 아무것도 모를 수 밖에 없었을까. 그런 무력함과 죄책감에 빠진 나를 너가 또 다시 구원해주었다.) 진심으로 고마워. 나를 사랑해줘서.
찰리 자일스:(너의 품에서 천천히 떨어져 눈물로 뒤덮인 서로의 얼굴을 마주한다. 이름을 불러달라고 했는가. 죄스러운 감정이 묻어난 듯 고개를 떨구었다. 내가. 내가 어떻게 감히.) 부디 자책하지 마세요. 나를 보고 싶었나요?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었나요? 내가... 당신 곁에 돌아올 수 있어서 기쁜가요? (그럼 된 거예요. 말을 끝맺은 순간 물기 어린 웃음소리가 퍼진다. 매 순간 죽음을 거듭하며 무뎌질 대로 무뎌진 감각을 끌어안고 과거로 회귀하기를 선택했을 때. 제 손으로 모두 해결했으리라 안일하게 판단했을 때. 너의 사랑해 마지않는 약혼자가 아이호트의 숙주이며, 그 위협의 마수를 너에게까지 뻗치려 들었을 때. 나는 이기적이게도 너를 원망하기로 했다. 아무렇지 않게 나를 보며, 하퍼 린튼을 보며 웃는 그 얼굴을 볼 때마다 스며드는 고통을 도려내기로 했다. 허울로 꾸며진 행복과 가시를 품은 진실 사이에서 무엇을 지켜야 네가 아프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을 멈추기로 했다. 그러니 엘리시아. 당신의 탓이 아니다. 그 내막이 들춰지지 않은, 깨어질 일 없는 평화 속에서 너는 온전해야 했는데. 너만은 상처받지 말아야 했는데. 눈물로 뒤덮인 그 뺨을 훔쳐내다 울음이 멎어들지 않자 고개를 숙이고 이마를 마주 댄다. 멈추지 않고 물결치는 저편의 파도와도 같이, 끊어지지 않는 속삭임. 이젠 괜찮아요. 엘리시아. 이제는 괜찮아요.) 전부 이야기할게요. 뭐든 말해도 괜찮아요. 이 순간만큼은, 모두 전해드릴 수 있어요.
엘리시아 사라:(너를 끌어안고서 고개를 저었다. 살아 돌아오고 내 편이 생겼으니, 내 사랑이 이곳에 있으니 그런 말은 이제 필요가 없었다.) 나중에 이 사태가 끝나면, 이 결혼식이 끝나면 이야기해줘. 난 이제 네가 무사한 걸로 만족해. 내 곁으로 돌아왔던 것에 너무나도 고마움을 느껴. (고개를 숙이며 슬픔을 감추는 너를 보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고통. 가망이 없는 듯한 싸움에서 너는 나로 인해 고통받고, 끝없는 죽음을 느꼈다.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두려웠을까. 쉽지 않은 용기를 나를 위해서 꺼내렸지만 네가 원하는 사랑을 받지 못하였겠지. 다른 사람을 사랑한 나는 그 자체가 죄스러웠기에 너의 죽음을 필벌로 받고서 깨우쳐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괜찮다고, 용서하는 네 말에 죄책감은 무너져 내렸다. 이제는 상처 없는 몸과 고생하지 않은 그 고운 얼굴을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매만져본다. 사랑받고, 좋은 음식만 먹으면서 살아왔을 법한 그런 귀태는 무너지지 않고 너에게 자리 잡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만 받고 싶지 않았던 이 생활과 여유 너와 공유를 하고 싶었다. 꿈만 같은 이 현실에 존재하는 너를 다시 끌어안고서 눈을 감았다. 파도 소리와 함께 네가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생명의 움직임... 연극에서 보았던 그 자비로운 신이 너를 살렸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찰리 하나만 이야기해줘. 앞으로도 날 사랑해줄 수 있어?
찰리 자일스:당연한 것을 물어보네요, 엘리시아. 주저할 필요 없어요. 나는 이제 당신의 것이에요.... (각자의 품속에서 온기가 퍼져 들어간다. 고동치는 심장으로 피가 순환하듯이 이 안온함은 너만을 향하던 생명이 주는 따스함이었다. 떨어지지 않을 간극 사이에서 영원과도 같은 밀접함이 서로에게 스며들었을지 모른다. 너에게 내어줄 나만의 온도가 사라지지 않는 한. 간직할 수 있는 한, 나는...) 사랑해요, 엘리시아. 당신의 고용인으로서, 친구로서, 연인으로서, 눈을 감으면 보이는 저 까마득한 안식 속에서까지. 내가 가진 무엇으로든 당신을 안아줄게요. 그러니 나를 품고 날아가 줄래요? 나와 함께 나아가 줄래요? (어디에서나. 언제까지나. 함께라는 언어의 의미를 당신이라는 존재로 채울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너에게...) ...만약에... (보호 주문을 걸 생각으로 너를 마주 보았다. 네 살결에 입을 맞추는 것으로, 잠시동안 그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내가 망설이지 않고 너를 지킬 수 있는, 가장 강직하고 근원적인 표현이었으니까. 그러니...) 그럴 수 있다면. 할 수 있다면... 눈 감아줘요, 엘리시아.
찰리 자일스는 천천히 당신에게 입을 맞춥니다.
어느 정도 대화를 하고 나면 다시 숙소로 돌아갑니다.
엘리시아 사라는 복잡한 심경을 느낄 수도 있고, 이 부활을 기회라 느낄 수도 있습니다.
보호 주문을 받고 났다면 어제와 같은 따가운 시선과 공포감 없는 편안한 밤을 맞이합니다.
방에 돌아오면 티 테이블 위 라벤더 차가 놓여 있습니다.
라벤더 티 덕분인가, 아니면 간밤에 바다 바람을 쐬어서인가.
당신은 평소보다 맑은 정신으로 잠에서 깨어납니다.
네, 결코 멀쩡한 결혼식의 형태는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과거에 당신과 찰리 자일스를 데려다 놓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이 결혼식이 정상적으로 끝까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런 당신의 마음과 전혀 상관 없이 오페라 하우스는 저녁에 있을 피로연을 위해 분주합니다.
당신에게 결혼 축하한다는 말을 한 마디씩 건네지 못해 안달이 나 있습니다.
그래도 뭐, 결혼 대상이 생판 남인 것보다야…
당신의 곁을 지켰던 친애하는 사용인, 찰리 자일스인 편이 나을 수도 있겠죠.
조식은 방으로 배달된 브런치를 먹었다지만, 점심 식사는 찰리 자일스와 함께 합니다.
그의 집안 사람들과 대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니까요.
당신은 오페라 하우스 1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향합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긴 테이블이 당신을 반깁니다.
찰리 자일스가 벌써 자리에 앉아 당신에게 인사하고 있습니다.
식사를 시작하기 전 식당 내부를 둘러봄이 가능합니다.
엘리시아 사라:(아침을 먹는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곳에서는 이유 모를 거부감이 들어서 먹기를 꺼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가문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먹지 않겠다 나가면 예의에 어긋났기에 싫어도 내색하지 않았다. 들어오면서 바로 보이는 창문을 한 번 살펴본다.)
창밖을 내다보면 오페라 하우스가 위치한 바닷가 절벽 위에 핀 꽃이 보입니다.
한 데 모아 꽃다발이라도 만들면 예쁘겠는 걸요.
첫날 밤 이 창밖의 바다에서부터 불쾌하고 집요한 시선이 달라붙었었습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의 첫날 밤부터 꾸준히 달라붙던 시선이 더는 느껴지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엘리시아 사라:(찰리와 입을 맞춰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내가 라벤더 티를 마셔서 그런 것일까. 알 수는 없지만 희미해지는 이 시선들이 마음을 한결 편하게 만들었다. 부엌으로 고개를 돌린다. 요리사들도 바쁘겠지?)
창문에서 고개를 돌려 부엌으로 향하려는 순간,
부엌 입구를 지나가다 보면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립니다.
엘리시아 사라: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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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7/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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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자일스 가에서 이번 결혼에 공을 엄청나게 들이고 있다지?”
“식이 끝나자마자 바로 부부 된 사람들을 데리고 어디에 간다 들었는데. 그래서 뒷풀이 파티는 하객들끼리 진행된다나.”
뒷 내용은 식기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네요.
창문과 부엌을 둘러보던 와중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테이블 위에 각종 로스트 비프와 요크셔 푸딩,
비프 웰링턴 등 결코 모자람 없는 화려한 식단이 테이블을 가득 채웁니다.
전부터 만나기만 하면 당신을 향해 지대한 관심을 보이던 찰리 자일스의 가문원들이,
이번에는 다소 평범한 태도를 취한다는 사실입니다.
내일부터 제 집안의 일원이 되는 것을 축하한다,
엘리시아 사라:(아까의 흰 거미도 그렇고, 왜인지 모르게 차분해진 그들의 행동이 의아했다. 찰리가 어던 행동을 취한 것일까? 아니면, 힘이 약해졌다고 해야 하나. 지금 이곳에서 머리를 굴려보았자 알 수는 없었다. 그저 그들과 같이 함께 웃으며 넘기기로 하였다.)
한참 식사를 하던 가운데 당신의 숙부가 손뼉을 치며 말합니다.
알프레드 사라:자, 오늘은 날도 좋으니 둘이서 함께 근처 시내에 나가보지 않겠나? 피로연이 곧이니 쇼핑을 해도 좋을 테고. 하늘도 맑게 개었으니 말을 타고 노천을 달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틀림없이 오후 내내 기분 좋은 외출이 될 거라네.
이어 허락을 구하듯 맞은편에 앉은 당신 얼굴을 보네요.
엘리시아 사라:(기꺼이 함께하겠다는 눈웃음으로 대답을 표현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숙부. 자일스 영애와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둘이 있을 시간이 있다는 것은 좋은 게 아니겠어요? (찰리를 보며 그렇죠? 되물어본다. 이곳에서 벗어난다면 무엇이 싫다고마다 할까.)
당신의 대답에 찰리 자일스는 온화한 미소로 화답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준비된 마차 앞에서 그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찰리 자일스:식사는 어땠어요, 엘리시아? (마차를 향해 걸어오는 너에게 다가가 발걸음을 맞추며 묻는다.)
엘리시아 사라:고기가 너무 익어서 턱이 살짝 아프다고 할까요? (장난스레 웃으며 너를 보았다.) 농담인 거 알죠? 먹기 좋았어요. 다만, 채소는 좀 싫더라.
찰리 자일스:그렇군요, 참고할게요. (십수 년을 네 고용인으로서 함께 살았다. 이제 와 참고한다고 말해 본들... 모를 리가 있었을까. 그래도 한 입 정도는 먹어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아쉬움이 담긴 낯빛을 하고서 너를 마차에 태운다.) 그럼, 이 고루한 오페라하우스는 잊고 제대로 놀아볼 준비는 되셨나요? 우리 둘이서만요.
엘리시아 사라:(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다시 너에게로 시선을 고정하였다. 그래 우리 둘만, 지금 이 순간을 즐기자.) 좋아요- 정말 둘이 놀아보는 것은 처음이죠? (어릴 적부터 어른이 된 이후까지 너와 함께 놀아본 기억이 없었다. 그래도 괜찮아. 지금이 그 기회니까.) 가요. 어서-
따스한 햇살 아래 마차를 타고 시내로 나옵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어느 정도 이동하면 나오는 거리입니다.
광장에는 커다란 분수대가 존재하며 꽃나무가 곳곳에 자리해 있습니다.
광장 내부에는 기념품과 액세서리 가게, 꽃집, 제화점, 향수가게, 베이커리 카페, 전망대가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입구로 들어오자 바람을 타고 내려오는 꽃잎으로 몸이 치장된다. 눈을 반짝이며 시내에 여러 곳을 두리번거리고는 다시 너를 쳐다본다. 나이를 먹으면서 저택 밖으로 나갈 일이 없었던 자신에게는 꼭 신세계가 펼쳐진 것만 같았다.) 세상에. 너무 넓어! (다 둘러볼 수가 있을까. 고민하면서도 좋은 냄새가 나는 베이커리로 먼저 걸어간다.) 찰리! 이리 와봐. 우리 여기 먼저 보자!
찰리 자일스:천천히 가요, 아가씨. 발목 다쳐요. (빠른 걸음으로 너를 쫓아가며 조금은 목소리를 높인다. 아이처럼 변해버린 네 모습이 생경한 한편 애틋한 감정이 밀려왔다. 진작 이런 곳에 너를 데려갈 수 있었더라면.) 마침 잘 되었네요. 당 충전도 할 겸, 식후에는 디저트가 필요하니까... (앞서 걸어가 가게 문을 열었다.)
찰리 자일스:(메뉴판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맞은편에 앉은 너와 시선을 맞춘다.) 이곳은 핫초코가 시그니처라네요. 맛있게 태워줄 수 있나 본데, 어떻게 생각해요?
엘리시아 사라:괜찮아! 이 정도로 발목 다칠 리가 있겠어? (신난듯한 마음을 가지고 카페로 들어간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전망에 눈을 반짝이며 유리창에 바짝 다가가서 바다를 본다. 어제도 너와 함께 보았지만, 낮에 보는 것도 정말 예쁘구나. 곧 메뉴판을 고르는 네 옆으로 다가가서 함께 고민을 나누면서 입을 열었어.) 너무 달달한 것은 별로인데... 먹어보는 것도 경험이겠지? (웃으면서 핫초코를 시켜보자고 말을 하고는 평소에 자신이 즐겨먹던 케이크 조각도 고른다.) 이거랑.. 이것도 같이 먹을까?
찰리 자일스:좋아요. 이참에 먹고 싶었던 거 전부 맛보게 해줄게요. (돈 걱정은 할 필요 없어요, 덧붙이며 개구지게 한쪽 다리를 꼰다. 영락없는 대 귀족의 면모를 너에게 다시금 상기시킬 요량으로 여유로이 턱을 괴어보지만 금세 숫기없는 웃음이 터진다. 네게 내비친 적은 없었지만 저는 아직 이런 흉내가 서툴렀다. 능숙한 손짓으로 점원을 부르고서 네가 원하는 메뉴를 죄 읊어내렸다. 다 먹을 수 있죠? 능청스레 말하고서 대답을 요하듯 그 얼굴을 바라본다.)
엘리시아 사라:...뭐? 이,, 이걸 다 먹으면 우리 배가 터져버릴지도 몰라. (그럴 필요는 없다는 듯 손을 내저으면서 말려보지만, 이미 모두 주문해버리는 네 행동을 보고는 게슴츠레 눈을 뜨고 쳐다본다. 너어... 정말... 그래도 귀족의 연기를 서툴게 하는 그 작은 행동 하나하나 귀여웠기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오늘은 실컷 너한테 얻어먹어볼래- 이런 날이 언제 또 오겠어? 여기서 기대되는 디저트 혹시 있어? 다음엔 내가 직접 만들어서 너한테 선물하고 싶어.
찰리 자일스:(게슴츠레 뜬 너의 눈을 보고서 입매를 가리며 웃었다.) 그래요. 오늘을 즐겨요, 엘리시아. 나를 좋을 대로 부려먹어도 되고요. 이곳에선 독일 명물과자인 슈니발렌을 판매한다고 하네요. (손을 들어 허공을 내려치는 시늉을 한다.) 힘을 좀 쓰셔야 할 걸요. 잘 할 수 있는지 한 번 지켜보겠어요.
엘리시아 사라:(잘 먹어보지는 않지만, 기분이 좋은 날에는 먹기도 한다. 그리고 오늘이 그 기분 좋은 날이다.)
엘리시아 사라: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마시멜로 반개가 뚝 잘린 채 무성의하게 떠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왜인지 모르게 시무룩한 표정으로 자신의 핫초코를 바라보고서 찰리의 핫초코를 바라본다.)
찰리 자일스:
운
기준치: |
63/31/12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찰리 자일스:(가만히.... 제 것과 엘리시아의 잔을 바꾼다...) 드세요.
엘리시아 사라:(충격 먹은 눈으로 자신의 핫초코와 비교하다가 시무룩해지려는 찰나, 바꿔지는 잔을 보고 다시 표정이 펴진다.) 그래도 되는 거야?
찰리 자일스:저는 반개로 충분해요. 아마 아가씨와 제 것을 혼동했나 봅니다. (반쯤 잘린 마시멜로를 입안에 넣고 오물거린다.)
곧이어 점원이 귀엽게 생긴 슈니발렌과 함께 작은 망치를 함께 가져다줍니다.
이 슈니발렌은 굉장히 우람하고 견고하여 전용 망치 없이는 절대 당신의 잇날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찰리 자일스는 시럽이 뿌려진 커다란 슈니발렌 하나를 당신에게 건넵니다.
아무래도 이 망치를 사용해 저 귀엽게 생긴 슈니발렌을 깨먹어야 하는가 봅니다.
엘리시아 사라:(이.. 귀여운 걸 부숴서... 먹는 거야? 어쩐지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아까 힘이 필요하다고 찰리가 흉내를 낸 것이 이거였던가. 힘은 자신 없는데... 망치를 들어서 슈니발렌을 쳐다본다.) 이거.. 이상하게 부수면 어떡하지?
찰리 자일스:(망치를 든 너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귀엽지만, 어쩌겠는가. 음식인 이상 먹는 이의 뱃속에 들어가야만 하는 운명인 것을..) ..맛만 좋으면 되니까요. 예쁘게 부수는 게.. 가능은 할까요? (고개 숙여 제 앞에 놓인 슈니발렌을 바라보며 말했다.) 먼저 드셔보세요.
엘리시아 사라:
근력
기준치: |
40/20/8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요란하게 망치 두드리는 소리만 날 뿐, 슈니발렌은 꿈쩍도 않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흔들리는 눈으로 찰리를 바라보고는 다시 슈니발렌을 본다.)
찰리 자일스:(가만히 너를 바라보다 입을 연다.) ........화이팅.
엘리시아 사라:
근력
기준치: |
40/20/8 |
굴림: |
41 |
판정결과: |
실패 |
보다 못한 찰리 자일스가 당신의 슈니발렌을 뺏어 망치를 듭니다.
엘리시아 사라:이건 직원이 잘못한거야.. (중얼....)
찰리 자일스:안되겠군요. 앞에 놓인 이상 먹어보긴 해야 하니.. (네 슈니발렌을 강하게 내려친다.)
찰리 자일스:
근력
기준치: |
70/35/14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먹기좋은 크기로 아작낸 조각들을 당신께 천천히 건네주는 찰리 자일스입니다.
찰리 자일스:드세요, 아가씨. (미미한 웃음을 지은 채로 산산조각난 슈니발렌을 내밀었다. 여유로운 태도로 핫초코를 한 모금 마시면서..)
엘리시아 사라:... 너 약간 재수 없었던 거 알지. (그래도 찰리가 아니었으면 나는 이 슈니발렌을 먹지 못했을 것이다. 하나 받아서 아작아작 깨물어 먹고는 생각보다 맛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다.) 맛있어..! (하나 더 조각을 입으로 가져가고는 너를 보고는) 찰리. 너도 먹어봐. 이거 진짜 맛있어..!
찰리 자일스:(제게 놓인 과자를 잘게 부수며 고개들어 대답한다.) 맛이 괜찮나요? (이어 작은 조각을 꺼내들어 입안에 넣고 잘게 씹었다. 덤덤하게 끄덕이는 고개. 나쁘지 않다는 의미였다. 그리고는 딸기 케이크에 올려진 딸기를 포크로 꼭 집어서 네 입가로 내민다. 반쯤 내리깐 시선. 절로 입가가 벌어진다.) 아..
엘리시아 사라:그렇지? 정말 맛있는 거 같아. (네 끄덕임을 보고서 기뻐하는 듯 먹었다. 입에 오물거리다 보면 옆에 있던 케이크에 올려진 딸기를 자신에게 건네주는 그 행동에 빤히 너를 바라본다.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꼭 연인 같아서 낯설었다. 왜인지 모를 부끄러움과 설렘에 입을 열고 받아먹는다. 몇 번을 씹고서 맛을 느끼면 딸기도 당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흘러나오는 과즙이 기분을 좋게 만드는지 작게 웃었어.) 너답지 않아. 그런데 마음에 들어-
카페에서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광장으로 되돌아옵니다.
엘리시아 사라:(맛있게 배도 채웠겠다. 바로 옆에 있는 꽃집이 눈에 보였다. 찰리도 식물을 좋아하지 않았던가. 찰리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고서 꽃집을 가리킨다.) 한 번 가볼래? 너보다 잘 키울 것 같지는 않지만, 궁금해-
찰리 자일스:(네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꽃집인가요... 저 역시 볼 일이 있으니 가보는 편이 좋겠네요.
입구에는 오늘의 꽃이라 걸어둔 판이 보입니다.
찰리 자일스:(나무판에 적힌 글자를 보며 자연스럽게 문을 열었다.) 오늘의 꽃은 메리골드라는 모양입니다. (시선을 맞추며 짧게 웃음짓는다.)
엘리시아 사라:메리 골드..? 그 노란 꽃 말하는 거지? (얼핏 들어본 적은 있었다. 보이지 않는 행복이 꽃말이라고 하였던가. 어쩌면 지금 너와 나. 둘 다 그 꽃밭으로 가기 위한 여정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에 들기도 하였다.) 네가 어떤 볼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들어가 보자- (꽃집 안으로 들어가 구경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입구에서부터 진한 꽃향내가 풍깁니다.
기본적으로는 데이지, 수국, 에리카가 나와 있습니다.
리시안셔스와 겹겹의 작약들도 다채롭게 꽃집을 채우고 있네요.
꽃들을 하나하나 둘러보고 있으면 문득 찰리 자일스가 꽃다발을 내밉니다.
찰리 자일스:(잘 가꿔놓은 꽃다발을 네 목전에 가져다 댄다. 작은 데이지가 중앙에 무리를 이루고, 가장자리로는 에리카와 안개꽃이 장식되어 있다. 향기가 네 근처에서 가득 퍼질 때쯤 그 너머로 얼굴을 내밀었다. 뒤섞인 꽃들의 틈바구니 사이 작은 거리를 두고 시선이 마주한다. 마치 저택 정원의 꽃밭에 엎드려 눕고서 서로를 마주 보는 모양새다.) 선물이에요, 엘리시아. 부케의 의미로요.
엘리시아 사라:(눈을 느리게 깜빡거리다가 환한 미소가 얼굴에 번진다. 꽃다발을 받고서 꽃내음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천천히 시선을 올려 너와 눈을 맞춘다. 눈웃음을 짓고는
이거 때문이구나. 부케라.. (어차피 이 결혼은 무산이 되겠지만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일까.) 기분이 많이 좋아졌어. 아까 디저트를 먹었던 것처럼 말이야.
찰리 자일스: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에요. (만족스러운 얼굴로 부케가 될 꽃다발을 계산대로 가져간다. 점원과 짧은 대화가 오간 후, 등을 돌리고 다시 네게로 돌아오며 말을 이어갔다.) 오페라하우스로 돌아가기 전까지 잘 챙겨두세요. (곧이어 네 손에는 잘 포장된 꽃다발이 쥐어진다. 시선이 짧게 그 눈동자를 향하고, 스스럼없는 손길로 네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겼다. 알아챌 틈도 없이 흐드러진 메리골드 한 송이가 귓가에 꽂힌다.) 이건 덤이에요. (느린 손짓으로 가게 문을 열었다.)
엘리시아 사라:(포장이 된 꽃다발을 받고는 소중한 것을 받은 것처럼 품에 꼭 끌어안았다.) 당연하지. 네가 준 것인데- (자연스럽게 귓가에 꽂힌 꽃이 살결을 간지럽히자 한 쪽 눈을 감았다가 뜬다.) 나 오늘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되는지 너무 걱정이 되는걸? (너를 따라서 가게 밖으로 나간다. 혹여나 이 꽃이 떨어질 가봐 메리골드를 꽃다발 가운데에 조심스럽게 꽂아두고는 향기를 맡는다. 마음에 든다.) 여기 마음에 들어... 여기서 다른 쇼핑해도 될까? 예를 들면... (그래. 눈앞에 보이는 저기 제화점처럼) 저기는 어때?
찰리 자일스:(분수대 너머의 제화점을 바라보고 꽃다발을 품은 너에게 시선을 맞춘다.) 이번엔 제화점이군요. 문제 없답니다. 뭐든 괜찮으니 편히 즐겨주세요.
여러 종류의 신발과 구두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진열대 한 구석에 아찔하게 높은 하이힐(15cm)이 보입니다.
저것을 신으면 찰리의 키를 한번에 뛰어넘을 수 있겠는데요??
엘리시아 사라:(찰리를 한 번 올려다보다가 자신의 키를 한 번 재보는 듯 손으로 제스처를 취한다. 12cm... 차이.. 정말 이상하단 말이지. 내가 찰리보다 더 많이 먹고 자란 것 같은데... 잘 못 신어서 넘어지는 것 아닐까. 발목이 삘까 봐 신지 않는다.)
엘리시아 사라:(... 한 번 신어본다. 신어보기만 하는데 문제가 있을까!)
엘리시아 사라:
크기
기준치: |
50/25/10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휘청거림을 견디지 못해 보다 만 찰리 자일스가 당신을 말립니다.
찰리 자일스:아가씨. 그렇게 저를 웃돌고 싶으셨나요... (슬그머니 고개를 숙인다.)
엘리시아 사라:(약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아, 아니거든? 그냥 하이힐이 예뻐보여서...그런거야.
찰리 자일스:그렇군요....(힐을 다시 점원에게로 돌려주려다 잠깐 망설인다.) ....정말인가요..? (다시 너를 바라보며.)
엘리시아 사라:(시선을 일부로 피하면서) 우리 다른 곳도 보러 가자. 신발을 사러 온 것은 아니잖아.
엘리시아 사라:(다음엔... 자연스럽게 성공하겠어. 살짝 주먹을 움켜쥐고 이상한 결심을 한다. 바로 옆에 있는 향수 가게를 보고는 먼저 유리 문을 꾹 누르면서) 찰리. 빨리 와. 향수 한 번 보자!
당신과 찰리 자일스는 향수 가게로 들어갑니다.
여러 이름을 가진 향수가 당신 앞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찰리 자일스:(직원에게 얻어온 테스트지를 네 손에 쥐어준다.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외딴 곳에 둔 채 너에게 물었다.) 향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저는 어떤 향이 어울릴까요?
엘리시아 사라:(진열된 향수들을 하나씩 설명란을 읽으며 구경하다가, 네가 가져온 테스트 지를 손에 쥐고는 하나씩 향을 맡아본다. 그럼에도 썩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진열되어 있는 향수 하나를 고른다. 검은색 유리병에 들어있는 향수.) 넌 이게 더 어울릴 것 같아. 용연향도 들어가 있어서 너와 더 어울리는 것 같아. (테스트지에 하나 뿌려서 네게 건네준다. 처음에 맡는 순간 새벽의 젖은 흙 내음이 옅게 나면서, 시원한 풀잎의 냄새가 돌았다. 조금 더 향을 맡아보면 전체적으로 깊은 바다의 향으로 어두운 채도인 너와 어울릴 법 했다.) 어때?
찰리 자일스:(네가 내어준 테스트지를 받아들고 향을 맡아본다. 짧은 순간임에도 무형의 이미지가 눈앞을 여러 차례 스쳐 간다. 옅은 웃음이 배어들었다. 일가견이 없는 쪽이라 이 감각을 완벽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이것이 나의 향이라고 한다면. 네가 그렇다면.) 향이 좋네요. 간직하고 싶을 정도로. (이어 저 역시 금색 병에 담긴 향수를 내밀었다.) 이건 엘리시아, 당신이라고 할게요. (첫인상은 화려한 파우더 향이 빈틈없이 채워진다. 그 포근한 청초함이 뇌리에 남을 적에 연이어 도회적인 머스크 향이 풍부하게 퍼질 것이다. 그마저도 휘발되어 마지막 향이 남게 될 때에는 은은하게 맴도는 잔향이 네 체향과 함께 어우러져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 달빛과도 같은 고요함을 안은 채로.) 어떤 것 같나요?
엘리시아 사라:(제 손목에 뿌리고는 자연스레 귀 뒤로 향을 묻힌다. 파우더 향에 묻히지 않고 달빛과 같은 은은한 빛이 맴도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이런 이미지였구나. 사람은 자신의 향을 모른다고 하잖아- 그래서 항상 내가 어떤 체향을 가지고, 어떤 사람일까 생각을 많이 했어. 멋지지 않니? 향으로 사람의 이미지가 정해지는 것 말이야. (웃으며 너를 바라본다. 향수와 어우러진 미소는 너를 포근히 안아주는 빛만 같았다.) 마음에 들지. 네가 나를 위해서 골라준 것인데. 처음에 강렬히 기억 남는 이 파우더 향이 가장 마음에 들어. 너무 부담스럽지 않으니까. (바다와 달빛 같은 사람 두 명과 향수 두 개. 어쩌면 가장 서로를 위해서 빛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금색 병을 손가락으로 살짝 만졌다가 떼면서) 우리 이걸로 사갈까? 앞으로 서로가 골라준 향수로 꾸미고 나오자.
찰리 자일스:좋은 생각이네요. (제 손에 쥐어진 흑색 향수병을 바라보며 만면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웠다. 그리고는 어쩐지 중얼거리듯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향을 맡을 때마다 난 당신이 떠오르겠죠. 당신은 이 향수에서 내 모습을 보았겠지만.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몸에 남은 잔향을 완전히 떠나보내기 전까지. (계산을 마치고서 다시금 너와 함께 광장에 다다른다. 느른히 고개를 돌려 전화부스 근처 시계를 확인하고는 너에게로 눈을 맞춘다.) 꽤 여유롭네요. 마저 쇼핑할까요? 이 근처 유원지도 있다고 하던데, 관심 있다면 한번 들러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엘리시아 사라:그러면 난 네 안에 있는 것이 되겠네. 그것도 마음에 들어. 계속해서 나를 생각한다는 것이 얼마나 낭만적이야? (네 손을 꼭 잡고서 밖으로 나간다. 기분 좋은 바람이 우리를 축복하는 듯 맞이하자 눈을 감고 봄 내음을 맡아보았다. 아까의 향수 잔향이 코 안에 맴돌아서 그런가. 바람 안에서 너와 내 향이 묻어 있는 기분이 들었다. 시계를 보고서 꽤 여유롭다는 말에 오늘 이 넓을 곳을 다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다는 표정으로 마주했다.) 그래. 유원지 먼저 가보자- 그곳에는 사람이 많을까?
찰리 자일스:글쎄. 듣자하니 승마장도 있는 모양이던데, 그쪽에 관광객들이 모여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네 팔과 허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팔짱을 낀다. 이어 자연스럽게 발을 맞추어 걸었다.) 마차에서 내릴 때 산책로를 봤던 것 같아요. 잠깐 걷다보면 금방 도착하겠죠.
가로수 산책로를 지나면 서서히 유원지가 드러납니다.
광장에서는 보지 못했던 아이스크림 포장마차나,
시덥잖은 파티 용품들을 판매하는 점포가 보입니다.
내부에 더 진입하면 잘 조경된 잔디밭이 사방에 깔린 승마장도 보입니다.
철로가 깔린 것을 보아하니 관광 철도도 있는 모양입니다.
엘리시아 사라:말이... (집에 말이 있기는 하지만 승마를 따로 해본 적은 없었다. 너를 따라 가로수 산책로를 걷다 보면 독특한 점포들과 음식을 파는 마차를 보고 웃는다. 아이들이 시시콜콜 웃는 소리와 그의 부모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놀아주는 모습. 자신이 겪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이 왕 여기까지 온 김에 우리 승마하러 한 번 가볼까?
찰리 자일스:아가씨는 말을 타본 적이 있었던가요? (점포를 지나며 사람들 사이를 걷는 도중 네 이야기를 듣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상관없겠네요. 처음이라면 이참에 새롭게 겪어보게 될 테니까. (곧이어 승마장을 향해 너와 걸음을 옮긴다.)
당신은 찰리 자일스와 함께 승마장으로 들어가봅니다.
백색, 갈색, 흑색을 가진 말들이 당신 앞에 다가옵니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잘 훈련받은 경주마이기에 안전하게 탑승해도 무관합니다.
관리자는 당신과 찰리 자일스에게 승마복을 가져다줍니다.
옷을 갈아입은 후 말에 탑승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엘리시아 사라:(따로 제작한 것처럼 핏이 타고 내려온다. 이런 정장류 느낌은 처음 입어보지만, 생각보다 불편함이 없었기에 가볍게 뛰어보기도 하고, 점프를 해보기도 하였다. ) 생각보다.. 괜찮은데? (잘 훈련된 말의 머리를 조심스레 만져주면서 교감을 하는 것처럼 친해진다. 그녀가 고른 것은 백마.) 이 말 털의 윤기가 엄청 나. 이곳에서도 사랑을 받았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니?
엘리시아 사라:
외모
기준치: |
80/40/16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찰리 자일스는 그런 당신을 보고 잠깐 넋을 잃었을까 모르겠습니다.
엘리시아 사라:(사실 매번 아침에 보는 자신의 모습이기에, 어울리는지 잘 알지는 못했다. 옆에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보는 것도, 직원이 예쁘다고 칭찬해 주는 것도 당연한 것처럼 넘어간다. 사실 그녀는 찰리에게 그런 말 듣는 것이 더 좋았기에 남의 말은 잘 듣지 않았다.)
찰리 자일스:(승마복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네 모습을 보고 자연스레 두 손을 모았다.) 잘 어울려요, 엘리시아. (작게... 박수를 쳤을 지도 모르겠다. 제가 고른 것은 흑색 빛을 띄는 말이다. 관리자의 설명을 듣고서 가볍게 안장에 올라타 앉았다. 단숨에 시야가 높아진다.) 어때요, 크게 한 바퀴 돌아볼까요?
엘리시아 사라:(승마복으로 갈아입은 네가 나타나자 입가를 가리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눈을 반짝이며 너에게 다가가 손을 맞잡으며) 나보다 네가 더 어울리는걸? 찰리. 너는 모델을 하여도 아름다웠을 거야. 이보다 멋진 여자는 이 세상에 없다고 봐- (몇 번을 칭찬을 해주며 네가 먼저 말을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치 오랫동안 말을 타본 사람처럼 능숙해 보였다. 자신 역시 안장에 올라 말이 숨 쉬는 것부터 탄력 있는 근육이 느껴지자 신기한 듯 쓸어만진다.) 이 친구, 제법 마음에 든다. 좋아- 한 바퀴 가볍게 돌아보자- 근데 뛰지는 말고 가볍게 걷자. 뛰면은 무서울 것 같아..
당신은 찰리 자일스와 함께 승마장을 천천히 에두릅니다.
얼마나 타고 걸었을까, 찰리 자일스가 근처에서 당신을 바라봅니다.
찰리 자일스:엘리시아. 저와 한 번 경주해 보시겠어요? 이 정도라면 말 위에서 어느 정도 적응했을 거라 보는데.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너에게 결투 신청을 보낸다..)
엘리시아 사라:(제법 말과의 친숙함을 느끼고 바깥을 구경할 즘에 네가 장난 어린 목소리로 결투를 제안하는 것을 듣고는 웃음을 터트린다.) 나 자신... 없는데- 좋아! 봐주지 말고 마음껏 달려보자.
각 구간마다 가속이 가능한 포인트가 세 구간이 존재하네요.
그 타이밍을 노려 말에게 박차를 가해 찰리 자일스와 거리를 벌리는 편이 좋겠죠.
엘리시아 사라:(잘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보지!)
찰리 자일스:무서우면 지금 관둬도 괜찮습니다, 가여운 아가씨. (대담하게... 심기를 건드려 본다.)
엘리시아 사라:너, 사람 그렇게 놀리는 거 아니야. (게슴츠레 눈을 뜨고서 쳐다본다. 말도 온순하고... 운 만 따라준다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찰리 자일스:내기라도 하는 것은 어떤가요? (점점 더 대담해지는 말투. 너를 바라보며 개구지게 웃는다.) 이참에 바라는 것을 말해요. 뭐든 상관없어요. (어차피 내가 이길 테니까. 작게 덧붙였다.)
엘리시아 사라:허, 너 말하는 거 봐? (심리전에 넘어간 것처럼 어깨를 으쓱인다.) 좋아. 어떤 내기이든 상관없으니까 해보자. 상대방 소원 들어주는 거면 되겠지?
찰리 자일스:좋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앞을 바라본다. 표정은 금세 웃음기가 멎어들고 제법 진중해진다.)
엘리시아 사라: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찰리 자일스:
운
기준치: |
63/31/12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찰리 자일스가 빠른 속도로 당신을 앞지릅니다.
찰리 자일스:(고개를 돌리며 너를 바라본다. 맞은편에 불어오는 바람 탓에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흩날린다.) 먼저 가겠습니다, 아가씨!
엘리시아 사라:(순식간에 앞서 나가는 너를 보고는 당황한다. 나는 그렇다 치고, 너도 처음 타본 거 아니었나? 어쩐지 질 것만 같아서 말의 속도를 더 내본다.) 뭐야, 쟤!
한 번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엔 어려워 보입니다.
500M를 앞둔 상황에서 한번 더 행운 판정합니다.
찰리 자일스:
운
기준치: |
63/31/12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엘리시아 사라: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엘리시아의 말이 찰리 자일스를 어느정도 따라잡습니다.
하지만... 그 거리를 넘어서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찰리 자일스:(목전에까지 따라잡은 너를 돌아보며 조금은 높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이래서 되겠어요?
엘리시아 사라:(나도 안 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말의 뜀박질 반동을 균형 잡기도 힘든데 잘만 뛰어가는 너를 보면서 얄밉다는 눈빛을 보낸다.) 너 솔직하게 말해봐! 말 타본 적 있지!
찰리 자일스:없습니다. (들뜬 말투로 단칼에 네 말을 잘라먹는다.) 지금 여기서 하늘에 대고 맹세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터무니없을 정도의 여유를 부리며 앞을 향해 나아간다.)
찰리 자일스:
운
기준치: |
63/31/12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엘리시아 사라:
운
기준치: |
60/30/12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찰리 자일스:(말에서 내려 골인 지점에 도착한 너를 올려다본다.) 즐거웠습니까, 엘리시아? (즐겁네요, 저는. 뻔뻔하게 덧붙이며 상쾌한 웃음을 짓는다.)
엘리시아 사라:(상쾌해 보이는 너와 다르게 처음 타본 자신은 벌써 피곤해 보이는 듯 내린다. 너무 빠르게 달렸나. 다리가 너무 아팠기에 쭈구려 앉아서 쉬고 있었다.) 즐거운데~ 나.. 다리 너무 아파.. (생각보다 자신에 비해서 매우 큰 말과 균형 잡느라 힘을 다 빼버린 것 같았다.) 어떻게 처음인데 그렇게 잘해? 난 그냥 마차나 탈게...
찰리 자일스:(금세 지쳐버린 네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 모습은... 놀라울 정도로 멀쩡했다. 손을 뻗어 헝클어진 네 머리칼을 부드럽게 정돈한다. 여전히 얄궂은 미소를 머금은 채다.) 잘하셨어요. 저는 한 번 부활을 해서 그런가... 묵혀둔 힘이 빠져나왔나 봅니다. (아마도... 중얼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일어설 수 있겠어요?
엘리시아 사라:(네게 양손을 다 뻗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너 그 힘... 앞으로 아껴 써야겠다. 받아주다가 내가 먼저 죽어버리겠어. (안아서 일으켜달라는 듯 너를 쳐다보았다.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금방 정돈되었지만 체력은 돌아오지 못한 것이 스스로 한심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운동 좀 할걸...)
찰리 자일스:아직 둘러볼 곳이 남았는데, 벌써 지쳤나요? (조용히 미소지으며 그 앞에서 등을 돌린다. 그리고는 상체를 숙이고 고개를 기울여 너를 바라보는 것이다.) 이 말은 승차감이 좋을 텐데요. (업히라는 듯 느리게 고갯짓을 했다.) 어서 환복하고 마저 즐기러 갑시다. 오페라하우스로 돌아가기 전에요.
엘리시아 사라:네가 말이면.. 저 말들처럼 안장도 채워야 하는 거 아니야? (농담을 툭 내뱉으면서 네게 업혔다. 다시는 말을 타고 뛰지 않겠다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좋아. 나 거기 가보고 싶어. 전망대.
탁 트인 난간 너머로 안개가 깔린 바닷가가 시야에 잡힙니다.
난간 앞쪽에는 관측용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찰리 자일스:(네 손을 잡고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 보이는 망원경을 가리킨다.) 한번 보시겠어요, 엘리시아? 전망이 잘 보일 것 같은데.
엘리시아 사라:내가 먼저 봐도 되는 거야? (네 배려를 통해서 먼저 망원경을 통해 바닷가의 전망을 바라본다.)
망원경을 보면 안개에 가려졌던 까마득한 수평선이 보입니다.
노을빛을 받은 바다가 주홍색으로 물들어져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이 모두 정리가 된다면, 저 수평선 너머로 너와 함께 이런 여행을 또 가보고 싶다는 생각. 긴 속눈썹을 늘어트리고는 망원경과 떨어져서 너를 본다.) 우리 이 일 끝나고, 여행 갈까? 오늘처럼 단둘이 말이야.
찰리 자일스: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제 앞에 비치된 벤치에 걸터앉아 너를 바라본다. 노을을 머금어 색이 짙어진 네 머리칼에 시선을 두었다. 어디로 가면 지금처럼 당신이 행복할 수 있을까. 곱씹어보다 작은 웃음소리를 흘린다.) 다만 저는... 다시 돌아가고 싶군요. 사라 저택으로요. (제 귓가에 걸어진 귀걸이를 매만지며 고개를 떨군다. 어쩐지 짧은 한숨이 새어나오는 것도 같다.) 이런 게 무슨 소용일까요.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귓가를 만지던 손이 힘없이 무릎 위로 얹힌다. 어느 날 갑자기 선물처럼 주어진 대 귀족이라는 신분. 그로 말미암은 명예, 재물. 모두가 우러러보는 탑의 꼭대기로 올라가 마법처럼 사람들의 두터운 신뢰를 한몸에 받고, 또 그만큼 삿된 질시를 받아야 하는 몸이 되었는데. 위에서 내려보는 장관은 아름다우나, 두 눈을 내리면 바로 닿을 수 있는 이 바닥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존재했던 나로서는. 그 아찔한 높이가 주는 위협을 매 순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니 이것이 어떤 가치가 있다고.) 그저 나는 당신이 필요했을 뿐인데. (짐짓 억울한 심중을 토로하듯 그 음률에는 허무한 웃음이 섞인다. 야윈 뺨에는 여전히 보조개가 패였다.) 아가씨는 무엇으로 이 삶을 지속하나요? 이런 하루에 어떤 값어치가 있나요?
엘리시아 사라:글쎄, 저 멀리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나라로. 그곳에서 다른 세상을 보고 느끼고 싶어.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이런 신세계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돌아가고 싶다는 네 말을 듣고 조금은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본다. 말을 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많이 겪은 그 눈은 서글퍼 보였다. 조심스레 네 옆으로 다가와 앉아서 네 손등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쳐잡는다. 나를 위해 죽고, 태어나서 다시 나에게로 와준 너는 그 하늘이 두려웠구나.) 네가 있어줘서 가능했던 거라고 생각해. 화가 나도 꽃밭에서 직접 기른 꽃으로 차를 우려서 건네주고, 무슨 일이 있으면 달려와주는 네가 있는데 내가 무엇이 두려웠을까. (너를 잃는 게 가장 큰 두려움이었겠지. 차마 말하지 못하는 두려움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나를 위해서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이 너에게 공포로 다가올지 몰랐다. 나처럼 살면 너도 편안하게 살고, 다치지 않았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은 결국 오만이었다.) 나라고 뭐... 별거 있었을까? 정말 네가 없었으면 지쳐가서 언젠가 스스로 사라졌을 거야. 태어나 보니 귀족 집 딸이고, 몸이 약했고... 조금 살다 보니까 어머니와 언니는 죽고... 그렇게 버티고 살다 보니까 네가 나한테 와준 거잖아? 값어치는 스스로 정하는 거라고 생각해. 그 모든 순간을 위해 내가 고통을 받아야 했다면 기꺼이 달게 받지 않았을까.
찰리 자일스:(마주 잡은 손을 망연히 내려다본다. 자신의 삶을 느리게 꺼내놓는 네 목소리에 나는 어쩐지 가슴이 뭉그러지는 것만 같았다.) ...이런 아픔을 여태껏 간직해온 당신은 얼마나 힘들었나요? (이 오페라하우스에서 어느덧 이틀째의 날이 지나간다. 밤이 내리면, 이 순간이 지나면. 결혼식이 찾아오면 우리는...) 제가 당신의 무엇이 되어줄 수 있을까요, 엘리시아. (당신의 사용인으로서 곁을 지켰고, 살인자로서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고, 같은 귀족의 신분으로 시선을 마주했고. 그 일련의 과정을 거쳐온 지금, 나는.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나로서, 어떻게 당신을 대해야 할까.)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어떤 것이든... (마주 잡은 너의 손을 천천히 매만지며 맞닿은 살결의 감촉을 느낀다.) 하지만 만일 당신을 지키는 일을 더 잘해낼 수 있었다면.... (너에게 주어진 고통을 응당 받아낼 것이라는 가슴 아픈 다짐을 들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저 너는 예정된 결혼식을 손꼽아 기다리며, 축복 속에서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고, 사랑해 마지않는 배우자와 함께 여생을 보내고. 봄이 오면 꽃구경을 함께하자는 약속을 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바다 한가운데서 서로에게 사랑을 외치고. 고즈넉한 가을을 지나, 서로를 품에 안고서 겨울의 찬기를 잊을 수 있었다면. 그 아름다운 과정을 네 삶에 그려낼 자가, 애초부터 내가 될 수 있었더라면...) 엘리시아... (엘리시아 사라. 입에 담으려는 그 이름이 다시금 마음속에 무겁게 내려앉았다.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한 눈짓에는 물기가 어린 채다.) 미안해요. 하지만.... 나 당신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내가 욕심을 내도 괜찮은가요? 덧붙이는 목소리에 떨림이 섞인다.) 나는 당신을 바라고 원해도 괜찮은 사람인가요?
엘리시아 사라:파도에 돌이 깎이면서 모래가 되는 과정을 누가 알아주겠니. 그저 부드러운 사람으로, 나라는 사람으로 만드는 시련이었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이 제일 놓여. 사람은 늘 행복하게 살아갈 수는 없잖아? 너와 나도 그렇고. 우리는 싸우고 화해하고 그렇게 더 서로 깊이 알아간 거야. 나는 그 고통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 파도가 비록 너이기에 받아낼 수 있던 것이니까, 기꺼이 그 고통을 감내하고 삼켰다. 그게 너라서 가능했던 것인데 내 마음을 아직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확신이 들지 않는지, 무엇이 될 수 있음을 물어보는 네 눈을 바라보았다.) 찰리. 우리는 비록 신분이 다르게 태어났지만, 나는 언젠가 신분을 넘어서, 국경을 넘어서 서로 사랑하는 사람끼리 살 수 있다고 생각해. 나에게 무엇을 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값비싼 장신구랑 화려한 집을 사주지 않아도 괜찮아. (물기 어려 흘러내리지 못한 그 눈가를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서 그 뺨을 조심스러 만져준다. 그리고 잔잔하게 미소를 머금고서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그런 것들보다 네가 나를 위해 타준 라벤더 티, 손 편지, 그리고 나를 생각해준 그 마음이 더 좋아. 그거면 충분한 거야. 사람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이 죄는 아니잖아? (그리고 손을 더 깊이 뻗어서 작은 몸으로 너를 품에 안았다. 달래주는 듯 등을 쓸어만 지며 토닥여준다.) 떠나지 마. 나를 바라고 원해줘. 그리고 사랑해줘. 그거면 나는 된 거야. 그 어느 고백보다 더 멋진 거야.
찰리 자일스:(라벤더 티와 편지, 소중한 마음을 하나씩 이야기하면 천천히 고개를 내젓는다. 당연하게 했던 일들이다. 어떠한 이유도 목적도 없이 너만을 위해 이뤄냈던 과거. 그것으로 어떻게 충만함을 논할 수 있는지.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내어주고 또 내어주어도 모자랐는데. 늘 한편으로 미련을 품었었는데. 어루만지는 손길에 지그시 눈을 감는다. 입가에는 부드러운 웃음이 그려진다.) 결혼식이 끝나고 이곳 오페라하우스를 떠나게 된다고 해도, 부디 이 시간을 그리워하지 말아 주세요. 어둠이 내리고 밤이 찾아온다 해도 나는 당신의 곁이에요. (무언가를 향하는 손짓에도, 허공에 내뱉는 숨에도 당신을 바라고 원할 테니 더는 어디선가 나를 찾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 어느 곳보다도 너의 품 안에 머물러 있으니까.) 나쁜 악몽을 꾸어도 괜찮아요. 잠을 잘 수 없는 새벽을 맞이해도 좋아요. (너라는 명목 하나에 나는 그 불면마저 끌어안을 자신이 있다. 품에 안긴 채 속삭임이 이어진다.) 당신이 나 있는 날에 늘 머물렀으면 해요. 함께하기를 바라요. 그러니 당신의 밤보다, 나의 날을 사랑해줘요. 내 모든 자리에서 당신을 찾을 수 있도록.
전망대를 내려와 시내의 거리를 걸으면 얼마나 고즈넉한지 모릅니다.
엘리시아 사라와 찰리 자일스는 감시 당하는 위치인데도,
이 평화로움에 취해 있자면 평범한 일상이 가능할 것만 같습니다.
꽃향기를 맡는 가운데 문득 찰리 자일스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 밤이 지나면 두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됩니다.
어쨌든 이 웨딩 로드 위 당신의 곁에 있을 사람은 찰리 자일스입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들이 이 성대한 결혼식의 피로연이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이번 피로연의 컨셉은 가장 무도회라 했던가요?
가면을 쓴 사람들, 가면을 쓰지 않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웃고 떠들며 잔뜩 들뜬 얼굴로 오페라 하우스에 입장합니다.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거대한 홀은 완전한 축제 분위기로 꾸며졌습니다.
정숙함은 완벽하게 소거된 이 호화로운 파티 안에서 당신은 1층 홀 계단에 단 한 사람이 내려오는 것을 목도합니다.
맨 얼굴의 찰리 자일스는 피로연을 위한 연회복 차림으로 한껏 가꾼 채 당신과 시선을 마주합니다.
결혼식의 주인공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들끼리 떠들던 사람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주시합니다.
이 무수한 시선에는 감시의 목적이 섞여있음을 압니다.
찰리 자일스:엘리시아, 당신의 첫 춤을 함께할 영광을 주시겠어요.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이 공식적인 부부가 되는 일은 현재로서는 없을 겁니다.
황홀한 음악이 울려퍼지고 모두가 결혼을 축하한다 말한다면 꼭,
부부의 연을 맺게 될 듯한 착각이 들어서…….
아주 지독하게 얽힐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입니다.
이 피로연의 주인공들이 홀로 나가 춤을 추는 건 당연한 일이죠.
결국 그러한 감각을 고수하고서라도 당신은 찰리 자일스의 손을 잡아야 합니다.
타인의 온기가 이토록 뜨겁게 느껴질 일인가 모르겠습니다.
찰리 자일스와 엘리시아 사라는 홀 정가운데에서 춤을 춥니다.
엘리시아 사라:(주변을 둘러보지 않아도 모든 시선이 자신들을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얼굴은 불확실한 미래 같으며, 화려하게 꾸며둔 이 무도회에서 너의 손에 의지해서 무대로 따라 올라간다. 가문들은 자신들의 위상을 위해 축배를, 또 다른 자들은 결혼의 성공을 위한 축배를 들어 올리겠지. 두렵냐고 누군가 물어보다면 대답하지도 못할 불안감을 지닌 눈으로 쳐다만 보겠지. 그럼에도 자신을 바라보는 네 눈에 가득 찬 자신을 거울처럼 마주하고는 발을 맞춰서 춤을 춘다. 정원에서 몰래 손을 잡고 추는 것이 아니었다. 무대 뒤편에서 숨어서 주인공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조명이 우리를 향하고 너는 나를 이끌어 이 무대로 올려 시선을 집중 시켰다. 아무것도 모르고 춤을 추고 싶었다. 자신을 잡고 있는 이 손은 나무뿌리처럼 옭아매는 올가미 같기에 말없이 너에게 기대어서 춤을 춘다.)
찰리 자일스:(느린 스텝으로 너를 천천히 이끌었다. 흐르는 노래에 맞춘 질서정연한 궤적이 홀의 중심을 끌어당긴다.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너의 얼굴이 시야를 채우고, 허공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손끝을 간지럽힌다. 못 박은 듯 너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뒤편의 정경이 무턱대고 움직이는 것만 같다. 이 공간에 존재하는 이들과는 별개의 순간에서, 별개의 호흡을 하고 별개의 풍경을 눈에 담아내는 것처럼. 말없이 기대어 있는 네 모습을 보며 입을 작게 벌린다.) 부담스럽나요, 엘리시아?
엘리시아 사라:(아무리 많은 무대 위에 올라가 보고, 누군가랑 춤을 추어도 이렇게 어깨가 무거운 것은 처음이었다.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한참을 망설이던 시선을 올려서 너를 본다. 어두운 배경 뒤에 밝은 조명이 후광으로 빚 춰질 때 자신만을 바라보는 그 시선에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눈을 내린다. 마치 무언가를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오랫동안 같이 있었으면서, 깊게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만을 저리 본다면 누구나 눈을 제대로 못 맞출 것이다.) 기분이 조금.. 이상해. (마치 부부가 될 것만 같은 착각을 만들었다. 자신이 망쳐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어쩐지 싫은 모순적인 마음이 불쑥 나타나 자신의 머리를 헤집었다.) 정말 결혼하는 것만 같아.
찰리 자일스:그래요, 내일입니다. (정말 결혼하는 날이에요. 바로 내일. 느리게 대답을 잇고서 부드러운 웃음을 짓는다. 조금은 느슨해진 템포로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살포시 힘을 싣는다.) 제 목을 더 껴안으세요. 조금 더 편안하게 보이도록. (손가락 마디 사이를 비집고 마주잡은 손에 깍지를 꼈다. 목소리가 점차 줄어들어 속삭임으로 변하면서 내쉬는 숨결이 더욱 깊어진다. 시선을 피한 네가 어쩌다 마주한 얼굴에는 여전히 친근한 눈짓을 하고 있다. 짧은 순간 비릿한 미소가 스며들었다.) 당신이 왜 그렇게 긴장했는지 궁금해. 하퍼 린튼과는 잘만 추더니. 그새 동작을 잊으셨나요? 아닐 텐데요. (누그러든 분위기를 원치 않는 듯, 미묘한 격려이자 은근한 부추김이다. 서로 맞물린 손을 제 볼게 가져가 살며시 문지른다.)
엘리시아 사라:... 그래. 내일이면 다 끝나는구나. (잠시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불쑥 네가 들어온다. 자존심을 살살 건드리며 둘 사이의 공간을 좁히며 왔던 그 체온을 느낀다. 입술을 약간 달싹이며 은근히 비릿한 미소를 보고는, 너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왜 긴장했는지 궁금하니? 정말 네가 그것을 모를까? 내 행동을 하나하나 관찰을 해온 네가 왜 내가 이러는지 모를 일은 없을 것이다. 살살 문지르며 무언가를 집어삼킬듯한 그 눈동자를 바라본다면 그래. 고혹적인 분위기에 타들어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다.) 너 가끔 알면서 묻는 것이 정말... (차마 얄밉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숨을 내뱉었다. 말을 아끼고 리드를 따라가듯이 네 목을 조심스레 껴안았다. 어느 순간부터 주위의 시선이 차단되고, 너만이 시야에 고정된다. 더 가까이 다가오면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낄까 쑥스러워 은근히 너에게서 떨어졌다.)
찰리 자일스:맞아요. 알고 있죠. 당신이 알면서도 나에게 말해줬으면 좋겠어. 아니면 제가 추측해야 할까요, 왜 그러는 건지.... (지속적인 눈 맞춤과 함께 동작을 이어간다. 이 순간이 아니었더라면 네게 감히 꺼내지도 못했을 법한, 대담하고 오만한 언어가 주를 이룬다.) 왜냐하면... 당신 앞에 있는 사람이 당신의 사용인과 같은 얼굴이라서. 에리카 정원에서 춤추었던 이와 같은 목소리를 하고 있어서. 당신의 벗은 몸을 씻기고, 옷가지들을 입히고, 그 머리칼을 빗어주고, 식사를 내어주던 그것과 같은 손길이라서.... ....아닌가요? (아니라면, 안되었네요... 가볍게 중얼거리며 네 허리춤을 안은 채로 바닥을 향해 천천히 눕힌다. 상체의 무게가 한쪽 팔에 집중되었음에도 허리를 받치는 손은 단단하고 묵직했다. 반쯤 누울 듯한 너를 위에서 마주한다. 빛을 받지 못한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그려진다.) 그가 이런 것도 할 줄 알던가요? (검은 머리칼이 목선을 타고 네 뺨에 닿을 듯 흘러내린다.) 당신을 이런 식으로 다루던가요?
엘리시아 사라:(스텝을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면, 따라오는 듯 다가오고 긴 치마에 가려졌던 다리를 축으로 한 바퀴를 돌면 얇은 레이스들이 주변을 맴도는 듯 따라 춤을 춘다. 겉으로만 보면 낯선 이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운명을 함께 타고날 이와 맞추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 안에느 농후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도 모르고 바라보겠지. 거만스럽게 웃으며, 속을 깊게 파고드는 그 말로 신경을 분산시킨다. 다른 생각을 허용하지 않는 것처럼 천천히 뒤로 넘어가는 순간 모든 시야가 암전되고 네 눈만을 바라보게 된다. 검은 머리카락 끝이 제 살결을 간지럽히듯 흘러내리자 움찔 떨고는 작게 웃으면서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그 남자의 자리를 질투하였구나. 어떤 식으로 다루었는지, 어떤 식으로 사랑하였는지 너에게 중요한 걸까? (눕혀졌던 몸이 일으켜지며 어둠에 가려진 시야가 빛을 마주한다. 절렬함을 유지하던 그 심장에 금이 가고 안에 품고 있던 욕망을 바라본다. 강하게 자신을 끌어안으면서 네게 가까이 붙었을 때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다.) 궁금하면 직접 네가 찾아봐. 나를 통해서 말이야.
찰리 자일스:(제 귓가에 속삭이는 네 목소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따라 고개를 숙였다. 완전히 상체를 세운 너와 다시 시선을 마주했다. 홀을 가득 채운 음악은 끝을 향해 흘러간다.) 나쁘지 않네요. 그런 귀중한 기회를 저에게 주신다니. (빠른 스텝으로 음악에 맞추어 마지막 동작을 유도한다. 몸짓은 커지고 머리카락은 허공에 둥글게 퍼진다.) 이제 그만두어야겠습니다. 파티의 주인공 역할은... 제 입맛에 별로 안 맞아요. (한 바퀴를 도는 사이, 가장자리에 모여 있는 가문원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하나같이 가면 뒤에 숨어서 우리를 바라보는 꼴이, 참.... 시선 끝에 다시 네가 닿으면 희미한 권태가 서렸던 눈이 사라진다. 자, 이제...) 작별 인사입니다, 엘리시아. 어느 곳에 키스해주길 바라요? (웃음을 짓게 하는 노골적인 질문. 다정함을 가장한, 은근한 두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어진다.)
엘리시아 사라:하지만 너만큼 이 역할에 어울리는 사람은 없을 거야. (주인공도, 내 옆에 있을 사람도 말이다. 비록 너 자신은 입맛이 맞지 않다고 하지만 이런 자리에 오래 있던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네가 싫다면 강요할 수는 없었기에 가볍게 웃으며 아쉬움을 표했다.) 네가 부담스럽다면 아쉽지만 말이야. (자신의 가문원을 보는 걸까? 입꼬리가 조금 내려가고 생각에 잠긴 그 눈을 살펴보고는 따라서 시선을 옮겨본다. 세뇌당한 줄도 모르고 떠드는 멍청한 가문원과 감시하는 자들. 어제 보았던 오페라와 다를 바가 없다고 단정을 짓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현실을 부정하고 앞에 있는 너를 보면 다정히 웃으며 물어보는 그 질문은 그 웃음과 정반대였다. 보통이라면 손등에 키스를 마무리하겠지. 지금 이 순간이라면 입을 맞춰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 마음과 별개로 나는 연기를 해야 하기에 오른 손등을 네게 보이며 건네주었다.) 그런 장난 어울리지 않아. 찰리. 마무리하자.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면 이 세상에 두 사람만이 남은 듯한 기분이 듭니다.
아닌 게 아니라 홀에서 춤을 추는 사람은 단 둘 뿐인 걸요.
분명 음악이 흐르는데도 서로의 숨소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찰리 자일스의 시선은 집요할 만큼 당신에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달밤의 정원에서 춤을 추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렇죠,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남몰래 춤을 추어야 했던 그 때 말입니다.
세간의 주목을 온몸으로 받고도 그 누구보다 당당하게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찰리 자일스는 당신의 요청대로 오른쪽 손등에 입을 맞춥니다.
찰리 자일스가 입맞춰올 때마다 느껴지던 정신이 개운해지는 감각이 이번에는 들지 않습니다.
일종의 보호막이 덧입혀지는 듯한 안정적인 감각도, 들지 않습니다.
이건 그 어떤 이유나 명목이 붙은 입맞춤이 아닙니다.
찰리 자일스의 눈동자 아래에 깔린 지독한 열망.
정중히 당신에게 인사를 한 뒤의 찰리 자일스가 가문원들의 부름에 이끌려 그 틈으로 사라집니다.
문득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본 눈길은 지독하리만치 고요했습니다.
새 음악이 흘러나오며 다른 사람들이 다시금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홀 내에 구비된 음료와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게스트 중 한 명이 당신에게 아는 체를 합니다.
누군가 보았더니 낮에 함께 식사를 했던 당신의 숙부입니다.
시내 구경은 즐거웠느냐는 간단한 인사와 함께 멀리에 있는 찰리 자일스를 바라봅니다.
알프레드 사라:저 자가 너에게 큰 호감을 표하고 있다지? 그런데도 결혼식을 성사시키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가끔 보인다는 유언비어가 돌더군. 신경 써야겠어, 엘리시아.
엘리시아 사라:그럴 리가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었다. 숙부와 함께 찰리를 바라보고는 다시 자신의 숙부를 보았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군요. 어떻게 성사시키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신 거죠?
알프레드 사라:단 이틀을 이곳에서 지냈다고 하지만, 듣는 귀와 떠드는 입이 워낙에 많으니 말이야. (짐짓 진지한 눈빛으로 제 팔을 감싼다.) 하지만 뭐, 걱정할 게 있겠나. 이 성대한 피로연도, 어제의 공연도, 3일간의 결혼식 축하 기간도 모두 자일스 가문 쪽에서 계획했다는데. 이 어마어마한 규모를 보게. 대체 돈을 얼마나 쓴 건지….. 그래, 엘리시아. 네가 입을 웨딩드레스는 확인했나? 주문 제작을 했다는데 실로 엄청나다는군.
엘리시아 사라:저희 쪽에서도 움직이는 일이 없으면 좋겠네요. 괜히 불안해하는 짐승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군요. (입지를 세우는 것처럼 말을 하지만, 가문에서 움직이지 않아야만 이 결혼식을 망칠 수 있었다. 웨딩드레스라. 내가 확인을 하였던가? 잠시 생각을 해보고는 자신의 숙부를 향해서 웃었다.) 걱정 말아요. 확인하지 않아도, 제게 어울리지 않은 옷이 어디 있나요?
알프레드 사라:...그래, 소문은 소문일 뿐이니 너무 괘념하지 말아라. 내일이 결혼식이니까. (괜한 이야기를 꺼냈나 보군, 덧붙이며 콧수염을 느리게 쓸었다.) 기대하마, 엘리시아. 내일은 네가 이 세상 누구보다 가장 아름다울 테니.
간단한 대화가 끝난 후 숙부는 자리를 뜹니다.
그래요. 오페라 하우스에 올 때부터 느낀 그 집요한 시선입니다.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면 구석진 자리 어둠이 내리깔린 곳에서 누군가 눈을 형형히 빛내며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대답을 할 새도 없이 당신의 손목을 강하게 낚아챕니다.
내뱉는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빨랐고 모독적인 주문처럼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게이먼 자일스:우리 같이 지하 동굴로 갑시다. 나의 거래자가 되어주세요. 기꺼이 환영해 드리겠습니다. 사라 영애.
엘리시아 사라:(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다른 가문원에게 인사를 할 틈도 없이, 제 귓가에 들리는 무언가를 듣고는 오싹함을 느낀다.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손목을 뿌리쳐 뒤로 물러난다.) 거래자..?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갑자기 왜 동굴로 가는지, 그리고 허락도 없이 손목을 잡는 것은 예의가 없는 것 아닙니까? (눈살을 찌푸리며)
게이먼 자일스:부탁입니다. 나와 함께 갑시다.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리다 돌연 목소리를 높인다. 두 눈을 커다랗게 치켜뜬 채 너를 바라보며, 마침내 그 입에 담은 것은...) 나의 강림을 맞이할 새로운 아이호트의 숙주가 되어주세요!
엘리시아 사라:싫습니다. (이 결혼식장에 많은 눈과 귀가 있다. 그런데 대뜸 이곳에서 숙주가 되어달라고? 어떤 미친 자가 좋다고 따라가겠는가.) 다른 사람 찾으세요. 아이호트인지 그런 건 전 모르겠고, 그런 사이비 같은 거 믿지 않아요. 어서 가세요.
게이먼 자일스:아, 내 눈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죠? 눈치챘지, 너야. 엘리시아 사라. 그 망할 것 때문에 당신이 내 눈에서 빠져나가려 하잖아! 그 빌어먹을 것이 너를 내게서 꺼내려 하고 있어! 무슨 수작을 부린 거지?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거야? 쓸모가 없어. 쓸데없는 짓이야! 쓸데없는 짓이야!
눈을 희번뜩 뜨며 무어라무어라 속삭이던 가문원은 곧 인형처럼 그 자리에 정지해있다가 삐걱거리며 걸음을 옮깁니다.
등과 머리를 잇는 목의 관절이 이상한 각도로 휘어집니다…
엘리시아 사라:
SAN Roll
기준치: |
60/30/12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을 해할 요량이었다면 진즉 행동에 나섰을 것입니다.
엘리시아 사라:(혹시 저 사람도 조종당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가문처럼 세뇌를 당한 사람이라면 누군가는 나서서 도와줘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가본다.)
그의 뒷모습을 따라 걸음을 옮기는 그 즉시, 사방에서 시선이 꽂힙니다.
어둠 속에 표정을 감춘 찰리 자일스의 가문원들입니다.
엘리시아 사라:
정신
기준치: |
65/32/13 |
굴림: |
7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가문원을 당당하게 따라갑니다. 동시에 시선이 거두어집니다.
가문원은 한 복도로 이어지는 코너를 돌아 사라집니다.
함께 그쪽을 따라가면 어디로 증발했는지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복도에 길게 늘어진 카펫 아래에 상자가 놓여 있음을 발견합니다.
엘리시아 사라:... 이곳에 왜 갑자기... 상자가 있지? (상자를 열어본다.)
상자를 열어보면 지팡이와 종이 쪽지를 발견합니다.
엘리시아 사라: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이 지팡이는 애초부터 당신의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엘리시아 사라:
지능
기준치: |
75/37/15 |
굴림: |
6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세뇌 주문은 찰리 자일스를 아는 집안 전체에 걸려 있다 했죠.
그들의 세뇌를 모두 풀기에 하나 하나 찾아가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을 것입니다.
모두가 모여 있는 결혼식장에서 이 주문을 사용한다면……?
엘리시아 사라:(지팡이는 무엇이고, 이 주문이 왜 여기 있지. 아까 그 사람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혼란스러움만 가득하였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이 주문으로 세뇌를 풀 수 있다면 기회를 내일 한 번뿐이라는 것이다. 종이와 지팡이를 챙긴다.)
욱신거리는 손목의 통증을 느끼다보면 문득 발목도 함께 부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휴게실에 들어간 사람은 없는 듯 하니 그곳에서 쉬면 되겠네요.
엘리시아 사라:(이제야 아픈 것을 보니까, 얼마나 긴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휴게실로 들어간다.)
한 구석에서는 잔잔한 음악이 틀어진 상태입니다.
푹신한 소파와 티 테이블, 턴 테이블이 눈에 들어옵니다.
엘리시아 사라:(티 테이블에 뭐 마실 것이라도 있는지 살펴본다.)
티 테이블 위에는 다 마신 찻잔과 티포트가 놓여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어린이 손님도 있었나? (동화책을 읽어본다.)
마지막 장은 어째서인가 찢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엘리시아 사라:이게.. 무슨 말이지? (마지막 장이 없네.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턴 테이블도 한 번 살펴본다.)
엘리시아 사라: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6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동화책에서 찢겨져 나온 듯한 종이가 턴 테이블 아래에 깔린 것을 발견합니다.
엘리시아 사라:... 누가 이렇게 깔아둔거지? (조심스럽게 꺼내서 마지막 장을 읽어본다.)
엘리시아 사라:... (잠시 곰곰히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마법이 무엇이고, 마녀는 누군지 어떻게 알겠는가. 고개를 내저으면서 창문을 한 번 본다.)
창문을 바라보면 오페라하우스 바깥 풍경이 보입니다.
엘리시아 사라:... 이렇게만 보면 정말.. 아름다운 곳인데. (너무 아쉬웠다. 조금 더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 어쩌다가 내가 그들의 눈에 걸린 것일까. 신세를 한탄하기에는 이미 지나온 일이다. 발목도 아프겠다. 소파에 앉아서 마지막으로 살펴본다.)
앞서 누군가 왔다 간 듯한 자국이 남아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엘리시아 사라:(착각인데 그냥 무시할까. 피곤해서 헛것을 본 것이라 넘어가기엔 찝찝해서 다시 한번 살펴본다.)
소파 틈새에 끼어 있는 종이 쪽지를 발견합니다.
엘리시아 사라:(누가...이곳에 끼워둔거야. 그러니까 내가 못봤지. 속으로 투덜거리며 쪽지를 읽는다.)
조사를 마치고 나면 휴게실 문이 벌컥 열립니다.
황급히 문을 닫고 당신에게 다가오는 이는 찰리 자일스입니다.
찰리 자일스:(걱정 섞인 눈으로 소파에 앉은 너에게 걸어온다. 성급한 몸짓이다.) 아가씨, 아까 무슨 일이 있었나요? (가문원들과 대화를 하던 도중 범상치 않은 자가 너를 향하는 것을 보았기에, 영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짧은 뜀박질을 한 듯 희미하게 숨을 고른다.) 괜찮으세요?
엘리시아 사라:(쪽지의 내용에 적잖은 충격을 먹었을 때 벌컥 누군가 오자 황급하게 쪽지를 숨겼다. 하지만 너라는 것을 확인하자 놀란 마음을 안도하듯이 숨을 내뱉었다.) 놀랬잖아... 아니, 아까 게이먼 자일스라는 사람이 같이 지하 동굴로 가자고... 숙주가 되어달라고 그랬어. 그리고.. 자신의 눈에서 피비린내에, 눈에서 빠져나가려고 한다고 그런 대화였어. (그래도 네가 온 것이 제일 다행이었다. 그나마 추악한 곳에서의 유일한 내 편이자, 나의 태양. 조심스럽게 너를 허리를 끌어안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응 난 괜찮아. 여기서 찾은 건데 이 쪽지 좀 읽어봐. (네게 쪽지를 건네주며)
찰리 자일스:(가만히 이야기를 꺼내놓는 네 목소리를 듣다 말고 감싸안은 손을 벗어나 창문으로 나아간다. 밖을 살펴보다 말고 닫은 문을 향해 한번 더 시선을 두었다가, 대꾸 없이 너를 다시 응시했다. 걸음을 좁혀와 건네는 쪽지를 말없이 읽었다. 글씨를 확인하는 두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 ....이걸 여기에서요..? (되묻는 눈동자가 쪽지 너머 네 발목에 다다른다. 퉁퉁 부어 있는 한쪽 발목을 확인하고서야 굳어 있던 표정에 당혹감이 밀려든다.) 어쩌다가 이런 거예요. 일단 제 방으로 갑시다. 거기서 이야기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네 어깨에 손을 얹은 채 무릎을 숙여 다리 사이에 손을 끼웠다. 짧지 않은 순간에 네 몸은 공중으로 붕 뜬다.)
엘리시아 사라:응. 정말 이상하지? 대체 이 근처에 지하 동굴이 있는 것을 못 봤는데. (방으로 가자는 말에 좋다고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욱신거리는 진통을 느끼고는 얼굴을 찌푸린다. 옅게 신음을 내뱉으면서 자신의 발목을 꽉 잡고서 옅게 웃음을 띠었다.) 미안해. 오랜만에 높은 굽을 신어서 그런가 봐. 아가는 긴장해서 몰랐는데, 끝나고 보니까 좀 아프더라.. (자신은 괜찮다며 너를 달래보지만 순식간에 몸이 붕 떠오르며 네게 안겨진다. 당황한 얼굴로 내려달라고 말을 해보지만, 이렇게 말을 하여도 네가, 들어줄 사람은 아니기에 고개를 네 어깨에 푹 묻어버린다.) 나.. 걸을 수 있는데. 창피하게 정말..
찰리 자일스는 자신의 방으로 당신을 데려옵니다.
찰리 자일스:(너를 안은 채 숙소 안으로 들어와 방문을 등으로 살며시 닫는다. 몇 발자국 내딛지 않아 안고 있던 너를 침대에 살며시 앉혀주었다.) 기다려요. (이내 느린 걸음으로 화장실에서 은그릇에 담은 수건을 가져온다. 네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따뜻한 김이 뿜어져 나오는 수건을 그릇에 비틀어 짜냈다. 거추장스러운 머리칼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정갈하게 묶어 놓았다.) 제가 너무 몰아붙였나요, 아가씨를... (부은 발목을 살며시 들어 제 앞으로 가져온다. 손에는 따뜻한 물기가 어린 채다.)
엘리시아 사라:나 정말 괜찮은데... (말릴 틈도 없이 화장실로 가버리는 네 뒷모습만 바라본다. 나는 왜 맨날 사고 치는 거지. 잘 해보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 마음에 한숨을 내뱉었다. 아까 복도에서 찾았던 지팡이가 생각났는지 조심스레 꺼내서 매만진다. 누가 세공을 한 걸까. 이렇게 조각을 깊게 만들기 힘들 텐데.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을 내가 과연... 풀어줄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은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흔들린다. 곧 이어서 따뜻한 수건을 자신의 발목에 감싸며 살펴봐주는 너를 내려다본다. 머리 풀어헤친 것도 예뻤는데. 아쉬운 마음을 가리지 못한 채 그런 너를 바라보았다.) 난 정말 괜찮아. 내가 실수한 것인데, 어떻게 그게 네 탓이겠어. 그리고 이름 불러도 괜찮아. 찰리.
찰리 자일스:(따뜻하게 젖은 수건으로 발목을 닦아주며 슬며시 웃음을 짓는다. 깨닫지 못한 새 때아닌 추억이 자연스레 밀려드는 모양이었다.) 기억하시나요? 저희가 어렸을 때요. 늦은 새벽에 아가씨가 갑자기 열이 오르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가족분들을 부르기엔 네가 나만을 찾았고, 떠나지 말아달라 이야기했기에...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네 이마에 수건을 얹어 열이 내리길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막연한 시간에도 초연한 눈짓으로 나만을 바라보던 유년의 네가 목전에 그려졌다. 정말 괜찮아. 그때도 그리 얘길 했는데...) 아가씨는 언제나 제 아가씨일 모양이에요. (우리 앞에 놓일 상황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나는 어쩐지 그날의 네가 자꾸만 눈앞에 겹쳐서... 애틋한 눈빛을 하고서 짧게 그 발목에 입을 맞춘다.) 아프지 말아요. 당신이 아프면 나 역시 아프니까요.
엘리시아 사라:(네 이야기를 듣고는 기억을 되짚어 본다. 그래. 자주 아팠지만 항상 내가 너만 찾았었지. 의사도 아닌데, 자신이 아픈 것도 아니면서 새벽까지 기도를 하고 빌었던 네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비록 지금 우리는 많이 변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자신을 걱정하는 그 마음은 변하지 않은 너를 바라보기만 하였다. 발목에 키스를 하는 너를 보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입에다가 해주는 것이 좋았는데. 차마 직접 말을 하지 못하고는 미련하게 입술만 깨물었다.) 미안해. 조심할게. 그러면 나도 아프지 마. 너를 잃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찢어지는지, 심장이 사라진 기분이었어. 다시는 그런 무모한 짓 하지 마. 특히 내일 결혼식에서 말이야.
찰리 자일스:(환부를 찜질한 후, 나는 식은 수건을 그릇에 얹어 놓고 네 옆에 앉았다. 결혼식.) 이제는 전부 이야기할 수 있어요. (바닥을 내려다보며 말을 계속했다. 첫날밤, 외부의 시선에 필요 이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내뱉을 언어를 고르는 듯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당신은 아이호트에게서 안전해요, 마침내... (겨우 그렇게 된 거예요. 만족스러운 웃음이 허공에 퍼져 갔다. 희미한 안도감이 섞인 목소리다. 너를 이렇게 만들기까지 얼마나 오랜 과정을 거쳐왔는지... 일말의 허탈함이 밀려온다.) 알고 있죠. 이 결혼식을 물거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 (눈꺼풀을 느른히 깜빡이며 고개를 돌려 너와 시선을 맞추었다.) 아이호트의 세뇌. 당신과 제 가문 사람들에게 가해진 저주를 풀어내는 게 가장 큰 숙제겠네요.
엘리시아 사라:아이호트... 그것은 대체 무엇이길래 나를 노리는 것일까. 내가 무엇을 잘못한 것은 아니겠지. (괜히 내가 인질이 되는 바람에 너가 고생을 하였다. 옆에 앉은 너를 바라보고는 괜스레 미안함 마음을 알렸다.) 찰리, 미안해. 그리고 너무 고마워. 항상 곁을 지켜줘서 말이야. (숙제라는 말을 듣고는 뒤늦게 생각이라도 난 듯이 복도에서 챙겼던 지팡이와 주문을 네게 보여주었다.) 이것봐봐. 내가 아까 그 사람을 쫓아가다가 발견한거야. 이거라면 세뇌를 풀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잠시 망설이는듯한 표정으로 지팡이를 보았다.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지. 그것이 제일 큰 걸림돌이었다.) 성공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찰리 자일스:(네가 건넨 지팡이와 주문이 적힌 쪽지를 보았다. 조심스럽게 그 지팡이를 매만지다가, 문득 입을 열었다.) 왜... 망설이는 건가요? (제가 옆에 있을 텐데요. 당연하게도 내뱉는 말투는 약간의 책망이 섞여 있다.) 잘해냈잖아요, 엘리시아. 이제 와 그런 말은 어울리지 않아. 내 심장을 권총으로 쏴 놓고서... (침대에 얹힌 그 손을 가져와 이전처럼 제 가슴에 얹었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있어요. 미약하게 느껴지는 심장 박동과, 낮은 속삭임이 귓가에 퍼진다.) 그러니 괜찮아요. 내일 모두가 모인 그 자리에서, 영원을 맹세하라는 주례의 말이 지나고 나면.... 나는 당신을 믿고 달릴 거야. 그곳을 벗어날 생각이야.... (평소의 제 태도와는 달리, 가다듬지 못한 심장의 고동이 거세진다.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결연하고 부드러운 낯빛으로 네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손끝에 닿는 이 느낌. 나를 바라보는 그 눈동자를 지키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후퇴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해 줘요, 엘리시아. 행복해 마지않은 결혼식의 장면을 연기하고 나서, 보란 듯이 물거품으로 만들어 줘요. 나를 위해서요.
엘리시아 사라:(숨을 크게 들이키고는 너를 총으로 죽였던 기억을 떠올린다. 겁에 휩싸이기 전, 네 심장박동이 손끝에서부터 느껴지자 그때의 기억이 물 밑으로 가라앉는듯 사라진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는 생각을 정리해본다. 자신을 위해서, 이 결혼식을 망쳐달라는 네 부탁을 곱씹으며 용기를 낼 시간이라고 스스로 다그친다. 나를 위해서 몇 번이고 죽었던 사람, 대가를 바라지 않고 희생한 너를 위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지팡이를 꽈악 움켜쥐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나를 믿고 달릴 너를 위해서 망칠 것이다.) 알았어. 나를 믿고 달려줘. (머리칼이 넘겨지면 하얀 이를 보이며 해맑게 웃어 보였다. 지금 와서 후회를 하기엔 늦었다. 망설임은 독이 될 테니 끝에서 웃기 위해 지금 웃는 연습을 해본다.) 나를 지켜준 것처럼 이번엔 내가 너를 지킬게. 찰리. 모든 것을 끝내고 나도 너를 쫓아갈게.
무엇을 위한 결혼식인지는 정말 아무도 알지 못하나,
적어도 웨딩 로드의 곁에 서 있는 이는 당신과 찰리 자일스일 테고…….
그 끝에 존재하는 건 완벽한 행복이 되지 못하리란 사실을 압니다.
그러나 당신은 자유로워질 준비가 되었잖아요. 그러니,
절벽 위에 핀 꽃들은 달빛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방 안 찰리 자일스와의 시선이 마주치고 당신은 그 눈빛이 무엇을 위한 맹목을 띠는 지를 압니다.
비록 당신이 감당하기에 무척이나 괴벽할 지 모르는,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은 예식복을 가지고 옵니다.
장인의 손에 손수 주문 제작되었다는 예식복은 과연 아름다움의 극치를 달립니다.
가족들은 연달아 당신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어제 성대한 피로연이 열렸던 오페라 하우스의 1층 홀은 어느 새 결혼식이 진행될 식장으로 장식되었습니다.
대기실이 된 휴게실에서 사용인들의 돌봄을 받으며 앉아 있으면,
저도 모르게 심장 박동 소리가 귓가에 울립니다.
사용인들이 휴게실을 나가고 나면 문득 숙소로 이어지는 계단을 통해 누군가 내려옵니다.
찰리 자일스:(원칙상 식을 올리기 전까지 너를 만나는 것은 금지된 일이지만, 부득이하게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전날 밤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에 관해, 마지막 절차를 밟을 때가 왔으니까.) 예쁘네요. (긴박한 낯빛을 한 것과는 다르게, 역설적인 여유를 품고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너를 향해 말했다.)
엘리시아 사라:(어느덧 웨딩드레스로 갈아 입혀지고 화장이 끝났다. 눈 화장이 끝났을 때 감았던 눈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금빛의 눈으로 거울을 본다. 그곳에서 비친 너와 모든 사람들을 바라보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고마워요.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요? 찰리? (아무것도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려 너를 바라본다.)
찰리 자일스:장난 치지 말아요. 그럴 시간 없으니까. (때아닌 여유를 부리는 건 너도 마찬가지였나. 짧은 웃음이 새어나오고, 다가가 거울 앞에 앉은 네 손을 그러쥔다. 린튼과의 결혼식 전날 피로연에서, 말 못할 사정을 안고 너를 바라보았던, 그때의 망연한 내가 아니다. 더는 너에게 숨기지 않는다. 그럴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더는 서로를 달리 생각하지 않아. 다른 곳에 눈길을 주지 않아. 그러니...)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나와 함께 도망치겠어요?
엘리시아 사라:(장난쳐서 미안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곧 굳건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너와 눈을 마주했다. 자신 또한 너와 같은 마음이라는 듯, 결심을 한 것처럼 꽃 한 송이만 들어있던 꽃병으로 손을 뻗었다. 어제 꽃집에서 자신의 귀 위로 꽂아주었던 그 꽃. 대답을 대신해서 그 꽃을 네 귓가에 꽂아주고서 웃었다.) 메리 골드. 보이지 않는 행복이라죠. 우리 그 행복을 찾아 떠나요. 우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복을 찾아가는 거니까.
긴급한 대화 이후 휴게실의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찰리 자일스:(노크 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귓가에 꽂힌 메리골드의 향내가 진하게 퍼져간다. 미소 띈 낯으로 너를 다시 마주해, 그 뺨을 양 손으로 감싸안았다. 짧게 입술이 맞물리고 고개는 빠르게 떨어진다.) 그 행복 찾을 수 있게 해줄게. 나를 믿어.
문을 나서며 찰리 자일스가 마지막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들러리가 다가와 곧 웨딩 로드를 걸어야 한다 속삭입니다.
엘리시아 사라:(짧은 입맞춤을 아쉬워하지만 웃어넘겼다. 저것만큼 멋진 대사가 어디 있을까.) 믿을게. 그러니 너도 날 믿어. (곧 자신을 부르는 노크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피부가 따가울 만큼 쏟아지는 관심 사이 하객석을 향해…
엘리시아 사라:
관찰력
기준치: |
75/37/15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끄트머리에 앉아 있는 찰리 자일스의 가문원들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모두 당신을 잡아 먹을 듯이 응시하고 있습니다.
활짝 웃는 시동들이 당신의 앞길에 꽃잎을 수놓습니다.
탈출에 실패한다면 당신은 이곳이 아닌 전혀 다른 장소로 이끌릴 게 분명합니다.
웨딩 로드의 끝에서 찰리 자일스가 당신을 바라보았습니다.
오로지 당신만이 필요했다는 절절한 편지를 기억하나요,
찰리 자일스의 곁에 다가오면 주례가 시작됩니다.
평범한 결혼식의 절차에 따라 그가 당신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고,
물음에 떨리는 목소리로 찰리 자일스가 대답합니다.
엘리시아 사라:맹세합니다.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이 하나의 서약이 끝나면 찰리 자일스가 입모양으로 속삭입니다.
주례사:“이 시간부로 엘리시아 사라와 찰리 자일스는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그리하여 직후에 일어난 일은 이 모든 무대를 뒤집어버릴 사건입니다.
주례사의 문장이 끝나기 무섭게 찰리 자일스가 당신을 이끌고 웨딩 로드를 달립니다.
허공에 부케가 흩날리고 방금까지 웃던 하객들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표정을 짓습니다.
일련의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하객석 구석에 앉아 있던 찰리 자일스의 집안 사람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이 보입니다.
정신 지배를 받고 있는 이들이 당신을 잡으려,
그 존재에게 당신과 찰리 자일스를 바치려 움직입니다.
찰리 자일스는 고개를 돌려 당신의 얼굴과 너머의 무리들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사정없는 뜀박질에 그 눈빛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드레스 자락을 붙잡고 아픔을 입술을 꽉 깨문 채 버틴다. 평생을 뛰어본 적 없던 사람. 누군가를 위해 희생을 해본 적 없는 사람. 그리고 아픔을 버티면서까지 살아본 적 없었던 사람. 나는 네게 소리친다. ) 찰리! 나를 믿고 뛰어!
찰리 자일스:(너와 함께 손을 잡고 입구를 향해 달려간다. 고통 섞인 네 거친 숨소리가 제 앞까지 닿았다. 그럼에도 앞을 바라보며 강하게 외친다.) 지팡이를 들어요, 엘리시아!
엘리시아 사라:(네 말을 듣고는 품에 숨겨두었던 지팡이를 꺼낸다. 우리를 향해 수많은 손들 이 뻗는 것은 꼭 지옥에서 올라온 자들만 같았다. 모든 시선이 우리를 향해있고, 우리를 보고 있다. 너를 등지고 지팡이를 그들을 향해 뻗었다. 두려운가? 두렵다. 하지만 이젠 그 두려움을 짓밟고 간절한 마음으로 마력을 뿜어낸다. 한 번도 자신의 원함을 말하지 못한 울분. 내 행복을 돌려달라는 간절한 희망을 담아서 말이다. 처음에는 중얼거림, 그리고 두 번째는 확신이 찬 목소리로) 바다의 폭풍이여, 우리가 데이지 꽃밭으로 갈 수 있도록 저들을 자유롭게 하소서!
섬광이 터지며 일대가 데이지 꽃잎으로 채워집니다.
휘날린 꽃잎이 저마다의 움직임으로 식장을 메우고…
당신과 찰리 자일스를 쫓아오던 무리는 두 사람이 오페라 하우스 입구를 통과하기 무섭게 행동을 멈춥니다.
또한 찰리 자일스를 잊고 있던 사라 집안 사람들이 일제히 꿈에서 깨어난 표정을 짓는 것을 발견합니다.
눈앞의 상황을 당최 헤아릴 수 없다는 듯한 당혹스러운 얼굴들.
꽃잎과 함께 연기처럼 사라지는 자일스 가의 얼굴들.
그리고, 지팡이 끝을 바라보는 찰리 자일스의 얼굴까지…
두 사람은 멈추지 않고 절벽을 거쳐 달립니다.
작열하는 노을빛을 등에 이고 당신은 그와 함께 들판을 가로질렀습니다.
절벽 위에 핀 히스 꽃과 들풀이 바람에 휘날리고 꽃내음이 코끝을 지배합니다.
한참을 달리던 찰리 자일스가 당신을 돌아봅니다.
찰리 자일스:(한참을 지속하던 뜀박질을 멈추고 너를 마주한다. 잔뜩 떨리는 숨을 가다듬지 않은 채로 말한다.) 엘리시아, 내가, 내가 말했죠. 다시 돌아오겠다고.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뺨을 타고 흐른다. 거친 숨결에 쇳소리가 섞여도, 머리칼이 아무렇게나 흐트러져도 상관없다. 이것이 너와 나의 모습.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그렇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우리의 모습....) 나는 당신이 필요했어요. 당신만을 필요로 했어요. (그러니, 그러니...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며 너를 바라본다. 터질 듯한 심장에서부터 치솟는 이 감정은 너에게 전할 문장조차 가벼이 억눌러 버린다. 모두 너를 향한 마음이니까. 오로지 너만을 향한...) ....부디 내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할 수 있나요? 당신이 그럴 거라는 걸 알아. 그렇게 해 줄 거라는 걸 알아..... (두 눈에 맺힌 눈물과 함께 상쾌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 이 감정을 어찌 형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그저 너로서 충분했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엘리시아 사라:(거추장스러운 신발을 벗어 던지고, 긴 웨딩드레스를 핏줄이 보일 만큼 꽉 붙잡고 한참 이 길을 달렸다. 주문을 외운 직후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더 이상은 무리라고 외쳤다. 그 외침을 무시하고, 나는 너를 믿고 뛰었다. 한참을 휘청이고 넘어질 뻔하여도 멈추지 않았다. 모든 것이 내 의지였다. 이제 우리의 미래는 바뀌었고, 우리는 자유를 향해서 뛰어왔다. 네가 앞에서 멈추고 자신을 마주할 때, 너와 부딪침으로써 걸음을 멈췄다. 너무 힘들었어. 너무 무서웠고, 숨이 목구멍을 막아둔 것처럼 아프게 저려졌다. 떨리는 손으로 네 양팔을 잡고서 겨우 이 자리에서 버틴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그 말. 너는 정말 내 옆으로 돌아왔다. 원하지 않는 눈물이 벅차올라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보이고 싶지 않은 이 모습. 네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며 팔을 잡고 있던 손으로 널 끌어안았다.) 응..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야... 네가 살아있어. (내가 한 번 멈췄던 네 심장을 귓가에 담는다. 빠르게 뜀으로써 살아있음을 증명할 때 비로소 참았던 서러움을 토해낸다. 아이처럼 울면서 너를 붙잡았다. 내가 필요한 너와 가슴 깊이 숨겨둔 네 진심을 듣고서 그제야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나, 나라고 네가 필요 없는 줄 알아? 다시는, 다시는 떠나게 두지 않아! 나랑 함께해! 죽어서도 내, 내 옆에 있어야 해. 날 떠나지 마.
찰리 자일스:(나는 내 품에 들어온 너를 감싸안는다. 금세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던 네 얼굴에서 기이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그래, 엘리시아. 너는 그런 모습을 하고. 그 얼굴로 울어도 괜찮은 사람이야. 더는 참지 않아도 되는 거야. 중력으로 무겁게 짓눌렸던 번민에서 벗어나 발밑이 가벼워지면, 곧바로 날아오를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허벅지를 끌어안고 너를 안아 저 하늘을 향해, 저보다 높게 끌어올린다. 너를 여상히 내려보던 시선이 극단으로 변화한다. 치솟은 고개로 너를 올려보며 입을 열었다.) 떠나지 않을게, 엘리시아. 나를 봐, 내 앞에서 죽음을 이야기할 수 있어? 그건 더 이상 두렵지 않아. 그건 더 이상 나를 휘두를 수 없어. (나는 죽음조차 뛰어넘어 삶을 거머쥘 수 있는 사람이니까. 셀 수 없을 부활을 거치고 눈앞의 너를 몇 번이고 사랑할 사람이니까. 결코 깨어지지 않을, 이 만고불변의 중심에서.)
죽음을 너머 육지에 왔으니 우리는 저 수평선으로 향할 겁니다.
그 끝에 당신이 원하던 형태의 영원이 있기를 바랄까요.
문득 당신의 숙부가 꺼낸 말이 머릿속에 스치는 것도 같습니다.
이건 오로지 세 경우에만 성립 가능한 일이지.
그 날 밤 세간에는 본인들의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두 연인의 이야기가 1면에 실렸습니다.
일말의 소동이 있었으나 곧 약간의 해프닝이자 이벤트로 무마된 이 특별한 결혼식은,
찰리 자일스의 가문원들의 자리에 빼곡하게 앉아있던 자들이 그 누구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는 목격자의 증언과,
엘리시아 사라의 가문원들의 ‘찰리 자일스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토대로
달이 밝게 비추는 밤에 나가면 그곳에는 찰리 자일스가 깨끗한 낯으로 당신을 맞이하며 웃고 있습니다.
지나간 모든 일들을 망각하는 일은 결코 허락되지 못할 테지만 찰리 자일스는 맹세하였습니다.
당신만의 사람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두 사람은 완전히 자유의 몸으로 다시금 생을 살아갑니다.
END 4. In the middle of ete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