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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아 사라


찰리 자일스


러브 트밍
시나리오 시나리오 링크  END
마녀의 고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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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29 시간

-본문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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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6 (GM) 마녀의 고해
 
오늘은 날이 맑습니다.
 
저 높게 연하늘색으로 칠해진 겨울 하늘을 보세요.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한겨울은 맞는지 밖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입가에는 하얀 김이 피어오르고 손끝은 벌써 시립니다.
 
이 맘쯤이면 신의 탄생을 축복하며
 
화려한 축제를 바탕으로 한 잔을 기울여야 하는데
 
이제는 그런 광경을 찾아볼 수 없네요.
 
오직 퀴퀴한 냄새만을 풍기며
 
죽음만이 기다리는 마을로 돌변한 지 오래입니다.
 
마을 중앙에 자리한 성당에는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인간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찰리, 당신은 그들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찰리 자일스:(이상한 일이다. 역병이 한 차례 휩쓸어 병들고 죽는 것은 인간들인데. 정작 나고 자라 정을 둔 이 마을조차 쇠약해지다니. 어느샌가 거리를 배회하는 공기가 악취로 느껴질 무렵. 내뱉는 숨조차도 얕게 쉬었다. 이런 형편에서 믿음으로 상황을 타개하려는 우매한 인간들은 비단 우리 마을뿐만 아니라 역병이 만연한 모든 곳에서도 같은 모습일 것이다. 그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그 자리를 지키는 일. 어려울 수 있겠지. 무심하게 숨을 들이켠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군요.
 
맞습니다.
 
인간들은 언젠가 죽습니다. 사고, 병, 자연사 등등...
 
무심하게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당신
 
한 번 그들을 살펴볼까요?
 
찰리 자일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8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시선을 고정합니다.
 
아, 저것 좀 보세요.
 
수녀의 옷자락을 붙잡고 살려 달라는 인간들이 애처로워 보입니다.
 
생각을 해보면 이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 모든 하루가 틀어졌네요.
 
사람들은 자기 일을 포기하고
 
계속해서 신에게 매달리고 목숨을 구걸하죠.
 
이 무너져가는 세상은 당장 내일 멸망할까요, 오늘 멸망할까요?
 
찰리 자일스:(당장 이 순간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래요.
 
당신은 이 멸망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미래는 아득하고, 알 수가 없죠.
 
우리는 운명의 수레바퀴을 굴리고
 
앞을 향해서 걸어나갈 뿐이니까요.
 
저런 풍경을 자주 보아서 그런 것일까.
 
요즈음 당신은 참 묘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혹시 기억하시나요?
 
찰리 자일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흐릿한 기억을 붙잡고 기억을 되짚어봅니다.
 
그들의 매달림과 곡소리
 
...
 
그래요.
 
저 수녀가 아니라 모든 이들이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살려 달라고, 제발 우리를 살려 달라면서 울부짖는 꿈입니다.
 
그 눈을 본다면 꼭 지옥에서 볼 법한 그런 광경이었죠.
 
한 발자국만 잘못 디뎌도 끝없는 무저갱에 떨어질 것만 같은
 
그런 모습들… 사람들은 발끝에서부터 점차 시체처럼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잿더미처럼 사라집니다.
 
그리고 그 사라지는 순간까지 당신의 옷자락을 놓지 않았죠.
 
이 꿈은 지속해서 당신의 밤을 노크 없이 들어와서 괴롭힙니다.
 
벌써 몇 달째 이 꿈을 꾸고 있나요?
 
/r1d 12
 
찰리 자일스:
rolling 1d12
 
(
4
 
)
 
 
=
4
 
4 달째 이 지옥같은 꿈을 꾸고 있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정확히 이 꿈이 언제 시작이 되었는지 기억하나요?
 
찰리 자일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래요.
 
그날부터 일 것입니다.
 
엘리시아가 당신 앞에 다시 나타났던 그날이요.
 
엘리시아가 이 마을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나타난 현상이었죠.
 
이상한 일이죠.
 
당신과 7년 동안 같은 학교, 같은 교실, 같은 방을 쓰고
 
동거오락을 하면서 즐겁게 지내다가
 
어느 순간에 당신과 멀어지고
 
졸업식 이후에는 당신을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졌죠.
 
무심하게도 당신을 남겨둔 엘리시아는 무슨 이유인지 이 마을로 돌아왔죠.
 
신을 절실히 믿던 아이는 아니었고
 
누군가를 독실하게 모실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수녀복을 입고 전염병으로 생을 끝 맺힌 신부를 대신해
 
그 빈자리를 대신하러 왔다고 말을 했습니다.
 
오랜만에 본 그녀. 그때 당신은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찰리 자일스:(먼 곳에서 보인 너는 수녀복을 입은 탓인지 완전한 낯선 이가 되어 있었다. 너와 비슷한 생김새를 한 타인일 것이라 여겼으나... 네 얼굴을 비교적 가까이 목도한 후 나는 어느샌가 네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돌아왔구나, 엘리시아. 그래, 이러한 반색과. 왜 하필 이런 때에, 너는. 이러한 책망. 뒤섞일 수 없는 감정이 한 군데서 가만히 요동칠 때. 못내 너에게서 눈길을 돌리고는 했었다.)
 
그런 당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시 만난 그녀는 종종 성당 서재에서 당신에게 책을 빌려주기도 하고
 
온실에서 같이 식물을 돌보기도 하였죠.
 
그때 당신을 두고서 가버린 것은 잊었는지
 
아니면 신경을 쓰지도 않는 것인지 당신에게 친절히 대해주었습니다.
 
...
 
무언가 이상하지 않나요?
 
어쩐지 엘리시아에게 기묘하고
 
꺼림칙함을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왜 하필 이럴 때에 돌아온 것인지
 
말로 표현하기에 어려운 복잡한... 그런 감정들이 듭니다.
 
하지만 그 감정은 자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질감이죠.
 
그래… 이질감
 
즉 생리적인 거부감입니다.
 
4달 동안 같이 지낸 당신은 지금 엘리시아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찰리 자일스:(매일을 거듭하는 악몽. 이 마을을 온통 잠식해버린 역병. 사라진 일을 없었던 것처럼 대하는 너. 교도의 일원으로 수녀가 된 너. 기묘한 마법처럼 타이밍이 맞는 모양새가 영 범상치 않다. 반복되는 꿈으로 일상적인 대화조차 내게는 버겁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이 실상에서, 나는 외려 네가 궁금해졌다. 너는 이 순간을 나처럼 버티고 있는가, 엘리시아. 그게 아니라면....)
 
그런 감정을 느끼는 당신의 생각과 별개로
 
무언가를 강요라도 당하는 것 마냥
 
엘리시아를 향한 거부감은 욕지기처럼 치밀어 오르다가 가라앉습니다.
 
세상이 너무 흉흉해져서 그런가봐요.
 
악몽과... 역병...
 
아무래도 이유는 오리무종이죠.
 
당신은 반복되는 꿈과 엘리사아에게 든 기묘한 거부감을 무시하고
 
오늘도 성당을 향해서 걸어갑니다.
 
성당에 가서 당신은 주로 무엇을 하나요?
 
찰리 자일스:(빈자리에 앉아 조각상을 바라본다. 드문드문 놓인 낡고 해진 성경을 구태여 열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문자를 읽다가, 구절을 반복하다가, 불현듯 잠에 들어 버린다면... 옷자락을 붙잡고 놓지 않는 그들의 뒤에서 괴상한 기도문이 들려올 것도 같았다. 마치 연주라도 하듯이 말이다. 불빛이 일렁이는 촛대에 멍하니 시선을 둔 채 무거운 눈꺼풀을 끔뻑인다.)
 
당신은 오늘도 빈자리에 앉아 조각상을 보기 위해서 갑니다.
 
손을 뻗어서 잘 조각된 나무문을 연다면 고요한 성당 안쪽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연주하는 곡은 없었지만
 
마치 누군가 연주하는 것처럼 잔잔한 음악이 들리는 착각이 듭니다.
 
지금 이곳에는 다른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십자가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여자
 
그리고 당신
 
이 둘만이 이 성당을 채우고 있습니다.
 
검은 베일에 흘러내려 온 백금발의 머리카락
 
저것만 봐도 당신을 알 수 있죠.
 
엘리시아입니다.
 
수녀복을 입고 있는 엘리시아는 느껴지는 인기척에 기도를 마치고 일어납니다.
 
당신 외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베일을 벗습니다.
 
그 안에 감췄던 호박색 눈동자로 당신과 눈을 맞추고 입을 엽니다.
 
엘리시아 사라:(기도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저 유리에 투과되어서 날리는 작은 먼지들과 햇살을 등지고 십자가를 안고 있는 천사의 석상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너와 눈을 마주하며 웃었다. 어쩐지 오늘따라 굼뜬 웃음과 행동들은 평상시답지 않았다.) 찰리. 기도하러 왔니? 아니면... 오늘도 멍하니 조각상을 보려고 온 거니?
 
찰리 자일스:기도는 네 몫이고. (나지막이 내뱉으며 짧게 그리는 미소. 무릎꿇어 기도하는 모습을 지켜보다 네 모습을 찬찬히 살폈다.) ...무슨 일이니, 엘리시아? 답지 않게 기운이 없어 보이네.
 
엘리시아 사라:(제 손을 매만지면서 웃어 보였다.) ... 아, 그래 보여? (제 머리카락을 귓등으로 넘기면서 잘 모르겠다는 듯 넘긴다. 내가 기운이 없어 보이던가?) 요즘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그런가 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것밖에 없어서 미안할 뿐이지. 너에게도, 모두에게도. (종식되지 못할 역병. 그저 지켜보는 천사. 하늘은 너무 무심하다.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내리는 이유를 알 턱이 없으니까.) 너무 별일은 없으니까 걱정 마. 너도 일이 있는 거 아니지?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
 
찰리 자일스:...그래? (이것이 미안할 일인가? 도무지 헤아릴 수 없다는 눈빛이 너를 향한다. 애초 네가 그 가슴으로 교도를 품게 될 줄도 몰랐는데. 하는 짓도 꺼내는 말도 완전한 성인이 아닌가. 이리도 깊게 신앙이 스며든 네가 아직도 낯설다.) 식사는 마쳤니? 아무리 이런 상황이더라도 밥은 챙겨 먹어야 해. (안주머니에서 잘 동여둔 감자빵을 꺼내어 너에게 건넨다.) 부담 말고, 너는 지금처럼 하던 일을 해.
 
엘리시아 사라:(몇 년이 지나고, 우리는 많은 것이 바뀌었음에도 너는 나를 챙겨주었다. 밥을 잘 챙기지 못하고, 무언가에 매달려 공부를 하고 있었을 때에도 내 끼니와 건강은 모두 네가 챙겼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조금은 말라버린 팔과 손가락. 자신에게 건네준 빵을 받고는 싱긋 웃어 보이지만, 무언가 슬퍼 보이는 웃음이었다.) 고마워. 그래... 내가 하던 일을 하면 되는 거지? 네가 그렇게 말한 거니, 나도 노력해 볼게.
 
대화를 나눠보니 엘리시아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 번 자세히 살펴볼까요?
 
찰리 자일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3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어쩐지 그녀는 피곤해 보입니다.
 
건조해 보이는 피부
 
말라버린 입술
 
그리고 뼈가 살짝 두드러집니다.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했나 보네요.
 
엘리시아 사라:찰리... 괜찮다면 휴게실에 가서 이야기할래? 차 마시면서 이야기하자.
 
그래요. 찰리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그녀를 위해서 휴게실에 가서 차라도 타주는 것이 어떨까요?
 
찰리 자일스:...그래. (야윈 네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너를 따라 휴게실로 걸음을 옮긴다.)
 
휴게실
 
휴게실 안쪽으로 들어가면 그녀의 휴식공간이 보입니다.
 
세상은 죽어가지만, 이곳은 마치 새싹이 가득한 봄과 같습니다.
 
창가에 들어오는 햇살 아래에 있는 식물들과 잘 정돈된 책장과 서류들
 
깔끔하게 정리하는 습관을 지닌 그녀를 또 다르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작은 서류 책장 위에 피로를 풀 수 있는 찻잎과 간식이 놓여있습니다.
 
찰리 자일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저건 라벤더 꽃잎이네요.
 
다른 꽃차 외에도, 여러 말린 잎들과 약초도 보입니다.
 
그 옆에는 주민이 선물로 준 것인지 쿠키도 놓여 있네요.
 
이것들을 챙기려는 찰나
 
의자 아래에 떨어진 종잇조각을 발견합니다.
 
이상하네요.
 
잘 정돈된 이곳에 떨어진 종이라니.
 
찰리 자일스:(...뭐지? 떨어뜨려 놓고 미처 보지 못했나. 허리를 굽혀 종잇조각을 집어본다.)
 
저주?
 
전염?
 
성당에 있기엔 적합한 내용은 확실히 아니네요.
 
찰리 자일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9
판정결과: 실패
 
이유는 모르겠지만...
 
성당에 있기엔 적합한 내용은 확실히 아니네요.
 
확실한 것은 이 종이 조각은 성당 지하에 있는 책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죠.
 
그렇다면 성당 내부 이와 관련된 책이 있다는 것일까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죠?
 
찰리 자일스:(...무슨 말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 내용 을한 번 더 훑어보다 스스럼없이 손으로 구겨 쓰레기통에 넣는다.)
 
엘리시아 사라:찰리, 뭘 보고 있어? (너를 따라서 뒤늦게 휴게실로 들어온다.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한 네 모습을 살펴본다.)
 
찰리 자일스:너 청소 제대로 안 한 모양이더라. (건조한 농담을 뱉으며 자연스레 주전자 뚜껑을 열어 남은 물을 확인했다. 스토브에 올려놓고 불을 지피는 느린 손길이 이어졌다. 휴게실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따금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늘 눈길이 가는 곳이 있는데, 그것은...) 이 애들... 물은 줬어? (두말할 것 없이 창가에 놓아둔 화분이다. 자연스럽게 잎새를 매만지며 깔아둔 흙에 손을 넣었다.)
 
엘리시아 사라:물은 당연히 줬지. 어제는 흙갈이도 해주었는걸? 잎들을 보면 노란 잎도 없이 파릇파릇하잖아. (기숙사에서부터 너에게 배웠던 식물을 돌보고, 사랑하는 방법을 쉽게 잊을 수는 없었다. 왜 잊을 수 없었는지, 왜 식물을 나도 키우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이 끓는 소리와 따스하게 내려오는 햇살 들. 바깥과 단절한 이 풍경이 퍽으로 마음에 든다.) 청소는 오늘 아침에 했는데, 뭐 떨어진 것이라도 있었니?
 
찰리 자일스:(물을 주었다는 말에 느리게 화분에 손을 떼며, 흙갈이라는 말에 미소를 품었다. 그래, 충분하구나. 덧붙이는 말투는 만족감이 서려 있다. 하얀 김이 새어나오는 주전자를 가져와 라벤더 잎을 우린 후 찻잔에 느리게 붓는다. 일련의 과정이 평범하고 고요했다. 우릴 위협하는 것의 실체가 잠시나마 가리워지는 것도 같았다.) 어떤 책에서 찢겨 나온 종잇조각이 있길래... ...특별하지 않아 보여서 내가 버렸어. (기숙사에서 함께 지낼 때에도 나는 네게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종종 무심코 버리고는 했다. 자국처럼 새겨진 오랜 습관이었다. 늘 그랬었듯 여상하게 어깨를 으쓱였다. 따스한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을 네게로 내밀면서. 나는 말이지. 중얼거림과도 같은 짧은 말.) 사랑해. 이 평안함을. (코끝을 스치는 라벤더 향과 주인 없는 다과들, 되찾은 너의 모습이.)
 
엘리시아 사라:(저 역시 이 평안함을 사랑했다. 영원히 이 시간에 머물렀으면, 너와 나 이렇게만 머물고 싶지만 세상은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건네주는 찻잔을 받고서 한 입을 마신다. 익숙하게도 받아넘기다가 네 말에 행동을 멈춘다.) 잠시만 방금 책...이라고 했니? (눈을 느리게 깜빡거리고는 너를 바라보았다. 난 이 휴게실에 책을 가져온 적이 없었다. 아니면 내가 제대로 치우지 않고 흘려버린 조각이 있다는 뜻인가? 다 먹지도 못한 차를 두고서 쓰레기통에 버려진 종잇조각을 확인하였다.) 너 이 내용을... (무언갈 말하려다 입을 꾹 다물고 너를 보며 부자연스럽게 웃고는) 찰리. 집으로 돌아가. 나 좀 피곤해서 자야 할 것 같아.
 
오랜만에 그녀와 같이 잡담 시간을 즐겼네요.
 
하지만 티타임은 즐겁게 끝을 맺지 못했습니다.
 
엘리시아는 당신에게 바로 집에 갈 것을 당부합니다.
 
당신은 쫓겨나듯이 성당에 빠져나옵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요.
 
아까 그 종이를 보면 안 되는 것이었나요?
 
하긴 성당에 있을법한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찰리 자일스:(막 우려낸 차를 몇 모금 마실 새도 없이 성당 밖으로 나왔다. 바깥으로 다다르자 기다렸다는 듯 우중충한 공기가 사방에 만연하다. 무슨 일로 저렇게 다급하게 굴까. 제멋대로 버린 것이 잘못이었나. 한 번도 내게 그런 적 없었는데..... .....너는 정말 내가 아는 엘리시아 사라, 네가 맞을까? 고갤 돌려 성당 쪽을 응시하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짧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84
판정결과: 실패
 
아까의 종이 내용… 찝찝합니다.
 
이대로 돌아가기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당신은 당연히 지금 상황이 헷갈릴 겁니다.
 
지금 문뜩 떠오른 생각
 
성당 지하실
 
그곳에 가면 왜 엘리시아가 그렇게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당신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당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그렇게 이끄네요.
 
찰리, 지하실로 갑니까?
 
찰리 자일스:(이유도 없이 지하실로 향하다 누군가를 마주하면 곤란할 것이나,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 같다. 그리 대단한 것이 숨겨져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별 일 아닐 거야. 그렇겠지. 집으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천천히 성당 지하실로 옮겼다.)
 
당신은 엘리시아에게 말을 하지 않고
 
뒷문을 통해서 성당 지하에 있는 서재로 들어갑니다.
 
이유는 많았지만
 
집으로 돌아가기엔 아직 날이 저물지 않았거든요.
 
그렇게 나무문을 열고 들어오면 먼지 하나 없이 잘 관리된 서재 안이 보입니다.
 
별 일 없을거라는 믿음과 다르게
 
하지만 평상시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몇 개의 책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꽤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입니다.
 
당신이 올 때면 언제나 이곳은 책들로 가득 찼는데… 무슨 일일까요?
 
찰리 자일스:(누군가 이곳을 헤집어 놓은 건가. 그 종잇조각을 찢은 자의 소행일까.)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서재를 살펴보면 이질적인 감각을 주던 이유를 찾았습니다.
 
몇 가지의 책들이 사라졌고, 한 열이 통째로 비어져 있습니다.
 
항상 잘 정리하던 엘리시아는 무슨 이유로 이곳을 이렇게 내버려둔 것일까요.
 
당신은 빈자리를 살펴보던 도중에 나무 책장 틈 사이에 끼워진 종이를 발견합니다.
 
필기체를 살펴보면 책으로 인쇄된 것이 아니라 타인이 직접 쓴 문장입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종이의 질감을 만져보면 꽤 오래된 종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 고서에서나 있을 법한 누렇고 변색되어버린 버석한 느낌이었죠.
 
전에도 이런 책이 있었나요?
 
분명히 없었습니다.
 
당신은 어딘가 깊은 곳에서 울렁거리는 것을 느낍니다.
 
확실하지 않지만...
 
공포입니다.
 
찰리 자일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6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 이후에 탁자에 놓인 편지를 발견합니다.
 
읽어보나요?
 
찰리 자일스:(종이를 품 속으로 챙기고 탁자에 놓인 편지를 읽는다.)
 
이게... 무슨 내용이죠?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입니다.
 
지하실의 계단 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은 이곳에서 숨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서 엘리시아를 기다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행동하시나요?
 
찰리 자일스:(누구지? 불현듯 울리는 발걸음 소리에 위를 올려다본다. 제대로 파악할 틈도 없다. 편지를 구기듯 잡아 주머니에 넣고서 주위를 둘러본다. 나무 책장 뒤를 향하는 발걸음이 성급하게 바닥에 끌렸다. 시선은 계단을 향한다. 좁은 틈에 어깨를 최대한 굽히고 밀어넣었다. 숨이 턱 막혀 입가를 손으로 막으면서.)
 
당신은 어딘가에 숨고서 상황을 지켜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엘리시아 혼자가 아닌
 
젊은 남성과의 대화 소리가 함께 섞입니다.
 
꽤 흥분한 남성과
 
귀찮다는 듯 급하게 서재로 내려오는 엘리시아는
 
어떤 종이가 담긴 보고서를 들고서 남자의 가슴에 던지듯 건네줍니다.
 
그리고 조용히 하라는 듯 제스쳐를 취합니다.
 
의문의 남자: 그래. 엘리시아, 이야기나 들어보자. 답답하게 굴지 말고 이야기를 해봐. 왜 지금의 상황이 된거지?
 
엘리시아 사라:하- (비웃는듯하게 웃으면서 의자에 앉는다.) 언제 내 말을 들어줬다고?
 
서재에 들어온 남성을 노려보는 엘리시아의 눈이 서늘합니다.
 
당신이 알던 엘리시아가 아니었죠.
 
탁자 서랍에 숨겨져있던 편지를, 촛불 위로 얹혀 태워버립니다.
 
그리고 어떤 서류더미를 남자에게 보여주고는 말하죠.
 
엘리시아 사라:방해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어. 다음에는 이런 편지 보내지마. 누가 보면 어쩔려고.
 
의문의 남자: ... 너답지 않아. 엘리시아, 하나 물어보자. 그 방해물이 무엇이지?
 
엘리시아 사라:관심 꺼줄래?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아버지에게는 그렇게 보고해. 이번에 진행할 거라고.
 
무언가를 챙기고 나가는 엘리시아와 남자는 곧 문을 닫고 나갑니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사라지면 당신 역시 서재 밖으로 나옵니다.
 
기분이 이상합니다.
 
대체 저게 무슨 상황이죠.
 
엘리시아가 맞나요?
 
이 상황을 목격한 당신은 지금 어떤가요?
 
찰리 자일스:(숨죽여 호흡하던 숨소리가 책장 사이의 틈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동시에 거칠게 터져 나왔다. 비집고 들어갔던 두 어깨를 거센 손길로 털어내며 태워버린 편지를 확인하려 몇 걸음 걸어갔다.) 대체 무슨 일이야.... (방해물이라니. 이번에 진행한다는 건 또 무엇일까. 무엇보다, 생전 목도한 적도 없는 그 서늘한 미소가... 몰려드는 피로함에 잠깐 이마를 짚는다.)
 
무언가가 당신에게 경고하는 듯합니다.
 
저 여자는 위험하다고
 
가까이 하면 안된다고
 
그렇게 성당에서 빠져나와 마주한 마을은 휑합니다.
 
과거의 잔여물을 볼 수도 없죠.
 
버석버석해진 땅과 동물의 주검
 
그리고 의사들은 죽은 전염병 환자들을 병원으로 옮깁니다.
 
그래요. 이게 현실이죠.
 
정말로 사람이 사는 땅이라고 말하기 어려웠죠.
 
듣고 싶어서 들었던 대화는 아니겠지만, 기분이 이상합니다.
 
그런 기분이 드는 것도 당연하겠죠.
 
그 기분은 오로지 당신의 기억과 감정으로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당신은 성당을 완전히 떠나기 전 한 번 더 뒤돌아봅니다.
 
미련일까요?
 
아니면 아까의 괴리감 때문인지 이유는 다양합니다.
 
성당을 바라보면, 고딕 건물들의 벽에는 생기를 잃은 담쟁이덩굴들이
 
툭,
 
툭,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햇볕을 받아 흡수해 스테인드글라스로 무장한 이 성당만이
 
생명을 품은듯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참 이질적입니다.
 
당신은 죽은 자들이 있는 병원이나 생존자들이 모인 마을 회관으로 가볼 수 있습니다.
 
찰리, 어디로 가나요?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의심을 찾으러 가시겠나요?
 
찰리 자일스:(품에 챙겨둔 종이와 편지를 한번 더 읽어보았다. 사망자들의 단서. 생존자들의 방증. 속단할 상황이 아니다. 감히 나설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행동할 필요를 느낀다. 지하에서 보았던 네 얼굴이 자꾸만 어른거렸다. 요량껏 파헤쳐 주마, 엘리시아. 언제까지 내게 전부 숨길 수 있을 것 같지? 느린 걸음걸이는 점차 성급해져 걸음마다 묶어둔 머리가 조금씩 흔들렸다. 향하는 곳은 마을회관이다.)
 
마을 회관
 
마을회관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그 수가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그들은 마을을 버리고 떠날 것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이는 중입니다.
 
한구석에는 꼬마 아이들이 여러 명 웅크려서 놀고 있지만
 
아이들도 전염병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네요.
 
당신은 마을 어른들에게 다가갈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 갈 수도 있습니다.
 
찰리 자일스:(대화가 통할 이들에게 다가간다. 몇 걸음 걸어가 마을 어른들을 마주했다.)
 
어른들에게 다가갈수록
 
그들의 목소리와 표정은 공포에 질려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들은 자신들끼리 논의를 펼치고
 
언성을 높이느라 당신이 다가오는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이곳을 당장 떠나야 한다는 주장합니다.
 
하지만 당신을 포함해서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죠. 어디로 도망가죠?
 
전염병은 이 마을뿐만 아니라 이 나라 전역에 퍼지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찰리 자일스: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7
판정결과: 보통 성공
 
마을 주민1: 그거 들었어요?.. 뱀의 저주라고... 그 저주가 한 번 마아악, 퍼지면 사람들을 막 죽이고, 어? 말을 멸망시킬 수가 있다고 그런다네
 
마을 주민2: 아,.. 악마야. 분명 악마가 이곳에 들어온 게야! 악마가 저주를 퍼트리고 있어!
 
마을 주민3: 이상한 소리 하지 말어! 악마가 어디있다고!
 
마을 주민1: 아니, 누가 알아요! 우리 중에 있을지!
 
악마
 
이 단어를 듣는 순간 당신의 생각이 꿈틀거립니다.
 
찰리, 무슨 생각하고 있나요?
 
찰리 자일스:(성당 지하에서 보았던 낡은 종이가 떠오른다. 삼삼오오 모여 허무맹랑한 소리로 떠들어대는 건 틀리지 않으나, 왜인지 그 종이만큼은 예사 내용이 아닌 것만 같다. 악마. 하나둘씩 머릿속을 채워가는 이 의심이 확신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양가 없는 소리들이 저마다 회관에 뒤섞여져 절로 미간이 구겨진다.)
 
찰리 자일스: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2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허무맹랑한 소리입니다.
 
그래요. 세상에 악마가 어디있나요?
 
하지만 검은 수도복의 끝자락만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누군가 그려놓은 것처럼..
 
아까의 엘리시아 표정이 눈에 보이네요.
 
어둠 속에서 유영하며 당신을 죽일 것만 같은 기시감과 공포감이 듭니다.
 
왜?
 
더 생각이 복잡해지기 전 저 멀리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이네요.
 
아이들은 조용히 저들끼리 놀고 있습니다.
 
찰리, 아이들에게 다가가나요?
 
찰리 자일스:(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아이들에게로 다가간다.)
 
조용히 다가가면 한 아이가 울먹이면서 당신에게 옵니다.
 
세리 루스턴 :(큰 눈망울에 눈물을 뚝, 뚝, 떨구면서 너에게로 온다.) 흐윽,, 흑,... 어..언니. 우리 죽어요?... 히끅, 어. 어른들이 그랬어요. 우리는 악마에게 흑, 다, 다 죽을거라고...
 
찰리 자일스:(울먹이는 아이가 저에게 다가오는 것을 멀거니 응시하다, 말을 걸어오면 느리게 고개를 떨구어 그 얼굴을 마주했다. 두려움에 비롯된 본연의 눈물이 미처 닦을 새도 없이 흐른다. 자연스레 주위를 둘러보며 어른들을 찾았다.)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세리 루스턴 :어,,엄마, 아빠, 모, 모두 죽었어요. 저기 저 병원에ㅅ 흑, (눈물을 참던 아이가 결국 서러움이 터져 나온다.) 흐아아앙-!!
 
저런 아이가 너무 우네요.
 
아이는 무어라 이야기를 하지만
 
울음소리에 뭉개져서 제대로 알아듣기 힘드네요.
 
이거 골치 아프군요.
 
뭉개진 말을 들어보면 아이가 무엇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심하게 겁을 먹어서 제대로 말을 못하네요.
 
당신은 말재주, 설득, 대인 기능 롤을 사용해 진정시킬 수 있습니다.
 
위협도 가능합니다.
 
어떻게 하시겠나요?
 
찰리 자일스:(귓가에 들려오는 울음소리와 함께 한숨이 터져 나온다. 권태로운 눈빛으로 한번 더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들의 안위에 바빠 이 아이 하나 달래주지 못하는가. 미욱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 그래. 재앙이라는 이름의 현실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어린 아이다.) 알고 있어. 마음이 많이 아플 거야. 언니도 엄마 아빠가 없었으니까.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망연히 우는 아이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보지만 귓가를 찌르는 새된 목소리에 자꾸만 말투에 노곤함이 섞인다.) .....괜찮아..
 
찰리 자일스:
설득
기준치: 10/5/2
굴림: 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이는 금세 울음을 멈추고 당신을 말똥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세리 루스턴 :어,언니... 혹시 수녀님하고 친해요?
 
찰리 자일스:(수녀님. 불현듯 반쯤 뜬 눈매가 커진다.) .....그래. 오랜 친구였어.
 
세리 루스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너에게 속삭이듯이 말한다.) 이거 비밀인데요..
수녀님이 그랬어요. 꼭 구원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밤마다 우셨어요.
어떻게 알았냐면...저는 매일매일 기도하러 갔어요. 특히 밤마다 갔어요. 우리를 구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했는데 수녀님이 안아주면서 전부 괜찮아질 거래요. 근데 계속 저한테 미안하다고 했어요. 수녀님이 슬퍼 보였어요.
언니. 혹시 수녀님... 오늘도 슬펐어요?
 
찰리 자일스:(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의 말을 들었다. 구원이라. 오늘 기도하는 것도 틀림없이 그 내용이었을 테다.) 그래 보였어. 기도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거든.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아이는 무언가를 더 말하려고 하다가, 동네 어른이 부르는 것을 듣고는 손을 흔들며 사라집니다.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이것은 일방적인 전염병이 아닙니다.
 
마을 회관을 나서려고 당신을 발걸음을 옮깁니다.
 
그러다 구석에 중얼중얼 알 수 없는 내용의 기도를 흘리는 늙고 비쩍 마른 사내가 보입니다.
 
그는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대뜸 외칩니다.
 
마른 사내: 히이익..!!! 아, 악마가 왔어! 여기에 악마가 왔어! 악마가 저주를 퍼부은 게야! 그, 그래서 우리가 다 이 모양이 된거라고!!
 
공포에 경직된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시야에 담깁니다.
 
당신을 보면서 남자는 삿대질을 하면서 악마라고 외칩니다. 당신 어떻게 대처하나요?
 
찰리 자일스:(출구를 향하던 중 갑작스러운 외침에 한 걸음 물러선다. 방황하는 시선. 두려움에 먹힌 눈빛. 저를 향하는 의미 없는 말에도 물러선 그 걸음 그대로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악마. 저주. 역병. 이 마을에서 수도 없이 오르내리는 언어들이건만, 쉽게 지나칠 법한 여상한 상황인데도, 왜인지 조그만 속삭임이 입 밖으로 새어나온다.) ...누가요? (사내의 외침 가운에 나지막한 제 목소리가 기저에 섞여든다. 악마가 왔어, 누가요. 악마가 저주를 퍼부은 게야, 누가 그랬어요. 허울뿐인 물음과 대답. 소모가 짙어지는 대화. 좀체 끝을 볼 기미가 보이지 않자, 말투에는 강한 힘이 스며든다.) 그게 누구죠?
 
악마가 무엇이느냐고 물으면 남자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당신의 두 팔을 붙잡고 악을 씁니다.
 
마른 사내: 악마를 죽여야 해! 악마를 죽여야 한다고!! 서, 성서를 읊고.. 그, 그래! 칼을 들어! 그를 두고 죽이겠다고 선언해야만 해!!! 이게, 이게 우리들의 사명이지! 이름을 부르고 사형을 선고해야만!!
 
도저히 대화가 안되는 사람입니다.
 
찰리 자일스:(두 팔이 붙잡히자 앞을 향하려던 시야가 가로막힌다. 사내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순간. 온전한 시선이 맞닿은 순간. 절로 힘줄이 솟는 것은 순식간이다.) ....놓아주세요. (힘을... 쓰고 싶지 않다. 아니, 무엇도. 무슨 말도 듣고 싶지 않다. 말하고 싶지 않다.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아. 이들의 방증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보다 명확한 단서를 확인해야 한다. 팔을 잡은 손목을 그러쥐며 떼어내려 희미하게 힘을 주었다.)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당신은 가볍게 남자를 압도해버립니다.
 
남자의 악에 받친 목소리를 들은 회관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옵니다.
 
마을 주민2: 아이고! 저 양반 또 저러는군!
 
마을 주민4: 어서 잡아!
 
마을 주민1: 아이고, 아가씨... 미안해서 어째. 미안해요, 저 인간이 지금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이상한 말을 하네.
 
찰리 자일스:괜찮습니다. 마저 일 보세요. (짧게 인사를 건넨 후 출구로 걸음을 옮긴다.)
 
마을 주민들은 남자를 제압하고 당신에게 사과를 합니다.
 
탄식하는 소리와 다급한 움직임들이 곧 사내를 당신에게서 떨어트립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사내는 당신과 눈을 마주합니다.
 
너무나도 또렷한
 
너무나도 선명한
 
너무나도 굳건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바로 이 공포에 사로잡힌 사내의 것이었습니다.
 
마른 사내: 이봐, 저주가 사라질 방법은 주체를 죽이는 것뿐이라고...
 
찰리, 당신 지금 누가 생각나나요?
 
찰리 자일스:(사내의 속삭임을 듣고 곧바로 고개를 돌린다. 느리게 바닥을 짓밟는 발걸음마다 비릿한 미소가 스며든다. 어느새 만면은 완전한 웃음으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지금, 너희가 감히 헤아리지도 못할 이를 머릿속에 담고 있다. 심지어는 나조차 짐작하지 않았던. 생각해서는 안 될 사람을. 도려내야만 하는 이 생각을 안으려 하자 머릿속이 욱신거린다. 보다 명확한 단서를, 완전한 확신이 필요하다. 곧바로 병원으로 향한다.)
 
당신은 누군가를 생각합니다.
 
감히 입에 담아도 될지 모르는 그 사람을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면 병원에 도착합니다.
 
병원의 문을 열기 전부터 음산함이 가득한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그 장면은 '참담하다' 이 단어 말고 어울리는 것이 없었죠.
 
그 안에는 환자들의 곡소리만 가끔 들리고,
 
생명의 숨소리는 희미했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분주하게 구석구석 소독하고 있고
 
이 와중에도 죽은 환자들의 얼굴을 흰 천으로 끝까지 덮어주고 추모를 해주고 있습니다.
 
당신은 여기서 무엇을 하나요?
 
찰리 자일스:(조용히 주위를 둘러본다.)
 
찰리 자일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입구에서 기웃거리는 당신을 발견했는지 한 간호사가 다가옵니다.
 
주변을 둘러보려는 당신을 방해하네요.
 
이 이상 들어오면 위험하니까 돌아가라고 경고합니다.
 
그래요. 더 들어가면 위험한 것은 당연합니다.
 
당신과 그들에게 이로운 일이 아닐 테니까요.
 
둘러보고 싶지만 결국 간호사의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립니다.
 
나갈려는 찰나, 당신은 병원에 나가기 전 얼굴에 하얀 천이 덮어지는 시체와 눈이 마주칩니다.
 
찰리 자일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찰리, 보이나요?
 
어쩐지 시체들은 모두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아까 천으로 얼굴 가리기 전 시체와
 
다른 시체들 모두 무언가를 보고서 겁먹은 표정과 하나같이 기괴한 표정이라는 것이죠.
 
그래,..
 
꼭 무언가에 미친 것처럼
 
저주를 받은 것 마냥
 
두려워하고 죽었습니다.
 
전염병이라면 특유의 반점이나 괴사한 부분이 있어야 하지 않았나요?
 
그런 특징 하나 없이 깨끗한 시체지만 그래요…
 
겉이 말끔하다고 우리가 속까지 알 수는 없으니까요.
 
입구에 나오면 선선한 겨울바람이 당신을 반겨주네요.
 
찰리, 이런 광경들 어떤가요?
 
누가 이렇게 만든 것 같나요?
 
찰리 자일스:(성급하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전염병이라기엔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다. 무엇보다 시신들에게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저 표정들. 저주라. 이 광경을.... 역병처럼 번진 저주라고 할 수 있는 걸까. 확실히 이 마을에 전염병이 퍼지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음에도 의료인들 역시 뚜렷한 병리적 증상을 공포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숨기는 것이라면 알아내면 될 일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헤아릴 수 없는, 말 그대로의 저주 같은, 그런 환란이라면.....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은 채 미간을 매만졌다. 도저히 생각이 정립되지 않는다.)
 
그렇군요. 당신은 지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면
 
벽에 붙은 전단들과 익숙한 수도복을 입은 사람을 발견합니다.
 
역시 엘리시아네요.
 
의사와 대화를 하는 모습이 유려하기만 합니다.
 
낮에 피곤한 표정은 어디 갔는지
 
자신보다 아파하는 환자들을 더 걱정하고 슬퍼하는 표정입니다.
 
근데...
 
찰리 자일스: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1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1
 
이상합니다.
 
진심으로 걱정하고 슬퍼하는 표정인데
 
당신은 마치 배우가 연기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어디에서부터 흘러나온 공포일까요.
 
마치 엘리시아 주머니에 리볼버나 칼, 작은 무기를 숨기고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기묘한 감정은 등줄기를 훑고서 당신에게 경고합니다.
 
저 여자는 당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저 검은 옷이 오늘따라 시커멓게 느껴지네요.
 
누군가 계속 엘리시아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심어주는 것 같습니다.
 
깊은 곳에서부터…
 
그가 마치 악마처럼 보입니다.
 
천사 같은 얼굴 뒤에 그렇지 못한 행동을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은 전단지을 보거나 엘리시아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찰리 자일스:(가만히 걸어가 벽에 붙은 전단지를 확인한다.)
 
전단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광고물이 아니라 성서의 구절을 따온 종이네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상하네요.
 
병원에 붙어 있을 만한 내용이 아니지 않나요?
 
이럴 때일 경우…
 
더 희망적인 구절을 적어두는 것이 보통일 텐데
 
마치 누군가를 지목하는 것 같습니다.
 
찰리 자일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음? 이 전단 뒤에... 뭐가 더 적혀있네요?
 
찰리 자일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아직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게 누군가를 지칭하는 것인지
 
아니, 사실은 부정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요...
 
당신이 생각하는 누군가가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이 전단지를 읽은 당신은 지금 어떤가요?
 
찰리 자일스:(머리가 자꾸만 어지럽다. 신앙과 관련한 내용은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짧게 고개를 가로젓고는 그대로 엘리시아를 바라본다.)
 
엘리시아를 쳐다보면 그녀와 눈이 마주칩니다.
 
당신을 발견한 엘리시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천천히 다가옵니다.
 
엘리시아 사라:찰리. (무언가를 망설이는 듯 손가락을 꼼지락 거린다. 그러고는 이내 환하게 웃으며 눈을 내리깔았다.) 아까 쫓아내듯이 나가라 해서 미안해. 사실 내가 잠을 잘 못 자서 그런지 기분이 많이 안 좋았어.
 
찰리 자일스:엘리시아. (다가오는 네 모습에 조금은 억척스럽게 화답했다. 네게 웃음짓는 일이 지친다. 왜일까. 나는 자꾸만 네게 속고 싶었다. 이 상황들이 너를 자꾸만 단정짓게 하면서도.) 병원은 무슨 일로 왔어.
 
엘리시아 사라:...환자들이 아프잖아.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어. 내가 도와줘야 하는 게 당연한 거잖아?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이곳에 온 이후에 여자는 꾸준히 병원에서 환자들을 한 명, 한 명 살피면서 정성스레 돌봐왔다. 무언가 억지스러운 웃음에 너를 바라보고는) 찰리. 안색이 안 좋아. 왜 그래?
 
찰리 자일스:괜찮아. 마을 회관에 잠깐 다녀왔거든. (시선을 마주하자 덜컥 고개를 돌렸다. 너를 두고서 단 한번도 시선을 회피한 적이 없다. 형언할 수 없는 행동에 절로 심장이 내려앉는다. 후회는 물 밀듯 스며들었다. 느직한 한숨을 뱉고서, 다시 네 얼굴을 바라보았다.) 얘길 좀 할래? 둘이서만.
 
엘리시아 사라:마을 회관에 다녀왔구나. 피곤할 텐데 바로 집에 가지. 왜 병원에 왔어. 설마 어디 아픈 거 아니지? (내 눈을 피한다. 무언가를 알아낸 것일까?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는 너를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그 제안을 생각하듯이 두리번 거린다. 둘이서만...) 그래. 어떤 이야기하고 싶은데?
 
찰리 자일스:무슨 얘기든. (무슨 얘기든 하자. 어디에서든지. 보채는 듯한 말투가 이어진다. 누군가 무슨 소리를 해도 상관없다. 당장에 나는 네가 필요하니까. 손목을 잡고 병원 근처의 숲으로 향했다. 길을 잃지 않을 만큼의 내부로 향하고 나서야 잡은 손을 서서히 놓았다. 앞서 가던 걸음이 멎고, 네게서 등 돌린 그대로 우두커니 선 채 앞을 바라보았다. 건조한 흙과 풀잎의 공기가 도처에 맴돈다. 머리가 욱신대는 탓에 자꾸만 눈이 감긴다.)
 
찰리 자일스: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82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억지스럽게 엘리시아를 붙잡고 숲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런 당신의 행동이 당황스러운지 엘리시아는 조금씩 뒷걸음질을 합니다.
 
찰리 자일스: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결국 당신은 엘리시아의 손목을 잡고 근처의 숲으로 향합니다.
 
이곳은 사람들도 없고, 오직 당신과 엘리시아 둘만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응... 상관은 없지만 (자신의 볼을 긁적이면서 너를 바라본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딱 한 가지의 상황만 안 나오면 되는 것이다. 그래도 너무 멀리 가지 말고 이곳에서 이야기하자고 말하려는 찰나, 숲으로 빠져버린다. 억지스러운 행동. 무언가 불안한 그 표정. 모든 것이 당황스러웠다.) 찰리! (숲에 어느 정도 들어왔을 때 네 손을 뿌리친다.) 무슨 이야기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거야? 대체 무슨 일인데 그렇게 행동해?
 
찰리 자일스:왜 돌아왔어? 이 마을에. (당혹스러운 네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속히 말끝을 잡았다. 각자 언어가 잠깐이나마 섞인 채 숲 속에서 퍼진다. 물음을 가장한 증명. 증명으로 말미암을 확신을 위해서. 목소리는 강한 울림으로 주위를 맴돌았다.) 내게 한 번도 말해 준 적 없었지. (다시 돌아온 이유. 듣고 싶어. 여전히 너를 마주하지 않은 채 바라보는 곳은 외딴 방향이다.)
 
당신의 말을 들은 엘리시아의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찰리 자일스: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확실하진 않지만
 
엘리시아는 당신에게 무언갈 숨기고 있습니다.
 
불안한 듯 눈동자를 내리깔고, 손가락을 매만지는 저 행동
 
어릴 적부터 지내온 당신은 알고 있겠죠.
 
엘리시아는 거짓말하고 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그냥, 그... (말을 하려다가 결국 입을 다문다.) 그냥 내가 내 고향에 돌아오고 싶어서 온 거야...
 
당신 기억하시나요?
 
찰리 자일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엘리시아는 이곳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이사 왔고, 당신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입학 하루 전에 당신과 친밀하게 다가와서 인사를 나누었죠.
 
우연... 이 맞을까요?
 
찰리 자일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1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 -0
 
엘리시아 사라:찰리. 그 이유를 꼭 지금 들어야 해? (살짝 두려운듯한 눈으로 너를 바라본다. 강압적이고, 의심하는듯한 네 태도가 겁을 주고 있다.) 찰리. 나 네가 조금 무서워. 왜 그래? 돌아오는 것에 대해서 이유는 필요 없잖아.
 
찰리 자일스:...그래. (흐트러지지 않은 기억 속의 네 모습과, 지금의 너를 겹쳐보려 한다. 당착이 심하다 해도 요지는 너를 향한 믿음이 앞서 있다는 것이었다. 거듭하는 질문에서 어쩐지 너를 향해 시험하려는 듯한 관찰이 이어진다.) 네 어릴 적 꿈이 뭐였는지 기억해?
 
엘리시아 사라:(입을 뻐끔거리면서 눈을 이리저리 돌린다. 갑자기 왜 여기서 그런 질문이 나오는 건지 이해를 못 한 시선으로 너를 바라보며 조금씩 뒤로 물러난다.) 나 어릴 적에 꿈이 확실하지 않았잖아. 그냥.. 난 공부만 했는걸? 의학에 대해서 공부하고... 그리고 항상 네 옆에 있었잖아.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찰리 자일스:
심리학
기준치: 50/25/10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겁을 먹은듯하지만, 엘리시아는 지금 거짓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찰리 자일스:(흙길을 밟는 듯한 소리에 재빨리 뒤를 돌아 너를 마주본다. 두려움이 섞이긴 했으나 그 대답은 진실이다. 그래, 하지만 네게 걷혀야 할 장막이 아직 존재하는 이상. 이곳을 벗어날 생각은 말아야지, 엘리시아.) 나를 믿지 못하는구나. 근심이 있다면 말해주면 될 일인데.
 
엘리시아 사라:근심이라니... 항상 너에게 모두 말했잖아. 내 근심은 이 역병이 멈추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바로 자신과 마주 보자 걸음을 멈춘다. 입꼬리를 조금씩 올리며 네 기색을 살핀다.) 찰리,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나를 시험해?
 
찰리 자일스:너 이 병 못 멈춰. (자신의 눈치를 보는 네 행동에도 스스럼없이 가시가 돋친 말을 내뱉는다. 더욱 삿된 형태로 이어지는 목소리.) 우리의 일상은 끝났어. 너도, 나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다시 물을게. 왜 이곳에 돌아온 거니? 역병으로부터 안전할 거라 생각했다면 사태가 터졌을 때 곧바로 떠났어야지. 왜 아직도 남아 있지? (성큼, 한 보를 네게 다가가 붙잡는 것은 네 손목이다. 커다랗고 새까만 두 눈이 너를 향하고,) 말을 해, 엘리시아. 답지 않은 수녀 노릇이나 하면서 이 썩어가는 땅에 무슨 볼일이 남았지? 왜 이곳을 버리지 않지?
 
엘리시아 사라:(뒤로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사라지고, 손목이 잡혀버린다. 억지로 웃던 미소는 끝까지 유지를 하지 못하고 풀어져 버린다.) 아니야, 멈출 수 있어! (순간적으로 발끈한 듯 너에게 성을 내버린다. 한 번 언성을 높이고는 바로 사과를 하려다가 네 추궁에 미간을 찌푸리며 억지 부리듯이 입을 열었다.) 그래, 내 근심이 그거라고. 역병이 멈추고 일상이 돌아오는 것. 방법은 있어. 할 수 있는 일도 있어! (억지로 잡힌 손목을 몸을 비틀면서 빠져나오려고 시도한다.) 넌 바보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엘리시아 사라:
근력
기준치: 40/20/8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엘리시아는 당신에게서 벗어나려고 이리저리 몸을 비틉니다.
 
찰리, 엘리시아를 놓아주나요?
 
찰리 자일스:(내게서 벗어나려는 네 손목을 한 손으로 단단히 부여잡고서 반대편으로 비틀어 제 쪽으로 끌어당긴다.) 가만히 있어. 네 다리 부러뜨리게 하지 마. (귓가에 내려앉는 나직한 속삭임. 이곳에 남은 자는 두 사람뿐이다. 그러나 뼛속까지 집어삼킬 위협적인 목소리는 너만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귓속말과도 같은 모양새였다. 맹목이 깔린 눈동자에는 점차 선연한 집착이 드러난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는가.) 너 애당초 나에게 알려준 것 하나 없잖아. 말도 없이 떠나고 돌아와 놓고서 아무렇지 않게 대하면, 내가 다 받아줄 줄 알았지. 내가 모르길 바랐니? 멍청하게 속아주기를 원해? (그렇다면 해 줄게, 다만. 짙은 숨결이 공기 중에 퍼진다.) 나 네가 무슨 짓을 벌이는지 관심 없어. 그것이 선의일지 악행일지도 가려낼 생각 없어. 역병이 더 심해지기 전에, 이곳에서 사라져.
 
엘리시아 사라:(단단히 부여잡고 힘을 가하자, 마른 손목이 드러난다. 피가 통하지 않을듯한 위협과 고통이 밀려오지만 입을 꾹 다물고 신음을 참는다. 더 이상 무언가를 말하고 싶지 않은지 눈을 꾹 감고서 네 눈을 피해버린다.) 나도 떠나고 싶었어. 나도 여기가 무서워. 근데 미안해. 그럴 수는 없겠어.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지만 미심쩍은 글귀와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엘리시아의 태도가 당신의 신경을 긁습니다.
 
당신이 엘리시아를 계속 추궁하지만
 
엘리시아는 그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습니다.
 
찰리 자일스:(네게서 눈을 돌리지 않은 채 잡은 손목을 서서히 놓는다. 창백한 낯빛은 짙은 어둠으로 먹혀들었다. 입안에 무언가 머금은 듯 한동안 말이 없다가, 가까스로 숨을 뱉었다.) .......그래. 가도 좋아.
 
엘리시아는 당신이 놓아주자 바로 자리를 뜹니다.
 
당신도 엘리시아를 따라서 숲에서 나옵니다.
 
숲에서 나오면 아직도 바쁘기 움직이는 간호사와 의사들이 말하는게 들리네요.
 
간호사: 대단하신 분이죠? 매일 와서 환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일도 도와주고...
 
의사: 그러니까요. 의학 부문에서도 저희 못지않게 아시고, 근데 최근에 많이 수척해지지 않았나요?
 
간호사: 맞아요. 항상 밤을 새우는 것 같던데... 무슨 고민이 있던 것 같아요. 항상 기운이 없으시고...
 
의사: 일단은 가장 일손이 필요한 시기에 와주신 것도 감사하게 생각하죠.
 
당신은 의료진들에게 말을 걸어볼 수 있습니다.
 
대화를 시도하시겠나요?
 
찰리 자일스:(의료진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대화가 끝날 무렵 조심스레 말을 붙인다.) 혹시 병원 밖 전단에 대해서 아십니까? 누가 붙인 것이죠?
 
제이리스 K. 왓퍼:아, 당신은... (벽에 있는 전단을 보고는 다시 너를 본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저희 마을 사람들은 아니었습니다. 외부인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찰리 자일스:저런 걸... 붙이게 놔둔 이유는요? (외부인이라. 미간을 좁히고서 물었다.)
 
제이리스 K. 왓퍼:하아... 저희가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신경을 쓸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한숨을 짧게 내뱉으며 고개를 내저어 보인다.) 지금 죽어가는 환자들도 얼마나 많은데, 저런 사사로운 것들을 신경 쓰겠나요?
 
찰리 자일스:그렇겠네요. (전단을 보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엘리시아 수녀에 대해서 좀 아십니까?
 
제이리스 K. 왓퍼:아, 그분이라면 모르는 게 이상하죠. (약간은 우호적인 말투로 바뀐 듯, 그녀에 대해서 설명한다.) 항상 일손이 부족할 때 와서 저희를 도와주시고, 구호물품도 어디서 구해와서 항상 나눠주세요.
 
찰리 자일스:(그간 그녀가 해왔던 행적을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환자들 증상은 어떤가요?
 
제이리스 K. 왓퍼:좀 특이하죠... 어떻게 발병하는지는 아직도 모릅니다. 말이 전염병이지, 초기 증상도 없이 갑작스럽게 병이 나타나요.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아픈 사실도 모르고 죽습니다. (천이 덮어지기 전 죽은 환자들을 가리키면서) 보이시나요? 제가 볼 때는 정신적인 병이 강한 것 같아요. 증오하고, 미워하고... 그게 스스로 갉아먹어 불시에 죽는 게 대부분 증상입니다. 당신도 조심하세요.
 
찰리 자일스:.......그렇군요. (무슨 말이지? 아직도 모른다니. 갈피를 잡지 못한 말이 귓가에 닿았다가 스쳐 지나가는 것만 같다. 넋을 놓은 채로 의료인의 말을 듣다가, 자각도 없이 인사를 내뱉는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은연중 떠올린 생각이 사실이었다는 말인가? 이 환란의 원인이, 이 순간까지도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희생자만 늘어간 판국이라고..... 조금 전 보았던 성당 지하의 종이와 편지.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잡고 도무지 놓을 생각이 없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 당신은 생각을 천천히 정리해봅니다.
 
이 전염병은 정신적인 병에 가깝다. 지독하게 저주하고, 증오하면서 스스로 사라지게 만든다.
 
사람들은 대부분 엘리시아에게 우호적이다.
 
그리고 엘리시아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하늘을 보면 해가 피처럼 붉어지면서
 
밤을 맞이할 준비를 하네요.
 
집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온 겁니다.
 
당신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어쩐지 많이 피로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찰리, 알고 싶었던 진실인가요? 아니면 궁금하지 않았던 진실인가요?
 
찰리 자일스:(익숙한 문을 열고 들어와 등을 기대어 닫았다. 긴 한숨이 허파를 통해 샌다. 알아내야 할 필요와 동시에 어떻게든 묻어버리고 싶다. 기억만 멀쩡히 남겨둔 채 존재하는 상황을 지워내 버리고 싶었다. 현관에 기댄 채 마른 세수를 했다. 내려온 머리칼이 이리저리 뒤엉키면서, 더욱 짙은 한숨을 뱉게 한다.)
 
당신은 생각에 깊이 잠깁니다.
 
그런데 누군가 문을 두드립니다.
 
찰리 자일스:(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그대로 천천히 문을 열었다.)
 
당신은 문을 엽니다.
 
엘리시아 사라:(네가 문을 열자, 너의 상태를 한 번 훑어본다. 그러고는 안도의 숨을 내뱉고는 입을 열었다.) 찰리. 아까 그...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어...
 
가쁜 숨과 흐트러진 옷차림
 
아무래도 급하게 온 것 같습니다.
 
당장 낮에 당신을 쫓아낸 사람은 엘리시아가 아니었던가요?
 
찝찝한 마음으로 엘리시아를 맞이하면
 
엘리시아 사라:(망설이던 여자는 손을 뻗어서 너를 천천히 끌어안는다. 말도 없었고, 이유도 없었다. 그저 말없이 너를 끌어안고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말도 없이 이런 행동을 하는 엘리시아가 아닙니다.
 
그리고 조금의 침묵을 유지하고는 말을 꺼냅니다.
 
엘리시아 사라:찰리, 이기적이지만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찰리 자일스:(너를 끌어안지 않고 망연히 안긴 채 서 있는다. 몇 년 만일까. 이러한 포옹은. 아마 졸업식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문고리를 잡던 손을 놓아야 할지. 너를 품에 안아야 할지. 외려 밀어내야 할지. 왜 이러냐며 따져 물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더운 숨과 파우더 향이 품 너머에서 예고도 없이 스며든다. 그래, 확실한 것은. 나는 이 상황이 참.... 재미있다.) ....응.
 
엘리시아 사라:(턱 밑까지 차올랐던 숨을 네 품에서 천천히 가다듬는다. 왜 이렇게까지 찾아왔지. 내가 왜 그랬지. 스스로에게 끝이 없는 질문을 던져보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너와 눈을 마주할 자신도, 고개를 들 자신도 없었기에 그저 품에 얼굴을 감추고 입을 열었다.) 찰리, 만약에... 우리 둘 중에... 한 명이 죽어야 한다면 어떻게 행동할 거야?
 
찰리 자일스:왜 그런 걸 물어. (품에 고개를 묻은 너를 내려보며 말했다. 이제와 죽음을 논하고 싶은가. 이런 상황에.) 그럴 일 없어, 괜찮아. (외려 가벼이 이야기하고는 문을 닫았다. 이어지는 손짓으로 두 어깨를 잡아 내게서 떨어뜨려 그 얼굴을 보았다.) 전염병 때문에 걱정이 되었구나. 감동 받아도 되는 걸까..... 네가 나를 이 정도로 신경쓸 줄은 몰랐는데.
 
엘리시아 사라:... ... 그냥, 너무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그래. (좋지 않은 예감, 우리들을 덮쳐오는 이 파도가 거칠게 휩쓸고 무엇이 남을지 예상이 가지도 않았다. 잔해라도 남아있을까, 아니면 아무것도 남지 않고 모두가 사라질까. 네 품에서 떨어져 얼굴을 푹 숙여보지만, 눈가가 붉어진 모습을 모두 감추지 못했다. 울었던 것일까? 손등으로 자신의 눈가를 비비면서) ... ... 난 항상 신경 쓰고 있어.
 
찰리 자일스:무슨 예감이 드는데? (손등을 비비는 눈가를 다시금 제 손으로 닦아준다. 부드러운 손길이 살결을 스치며 어쩌면 상냥할 수가 없는, 초연한 말투가 이어진다.) 우리는 다 죽을 거야. 엘리시아. 말해 보렴, 이곳에 아직도 희망이 남았니? (흐트러진 네 옷을 정돈해주며 내뱉는 말과 달리 매끌한 웃음을 짓는다.)
 
엘리시아 사라:... ... 우리는 언젠가 모두 죽지. 맞아. (부드럽게 자신의 눈가를 닦아준다. 하지만 눈물은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생기를 잃은듯한 눈빛만이 그녀의 무거운 짐을 알려주는듯하였다. 하지만 여자는 쉽게 네게 말을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야. 불길한 예감.. 이곳에 희망이 남았냐고? (어쩐지 네 표정이 말과 달랐다. 말없이 너와 눈을 마주하고는) 응. 남았지. 당연히... 어느 세상이든 희망은 있어. 이런 역병이 돌아도, 세상이 무너져도 말이야.
 
찰리 자일스:그게 어디에 있다고 생각해? (그 희망이라는 게. 지금 이곳에. 손을 거두고 너를 멀거니 응시했다. 이 시선에 의심이 좀먹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너는 내 유일한 사람이자 친구인 거죽을 쓴 악마에 불과했을까. 이 물음이 너에게, 혹은 나에게 독이 될까. 핵심을 짚지 못해 좀체 겉돌기만 하는 대화. 거듭한 피로감에 이마를 짚은 채 미간을 구긴다.)
 
엘리시아 사라:있지. 우리가 어떻게 움직이는 것에 따라서 희망은 생길 거야. (자신을 바라보는 너의 시선이 심상치 않았다. 피곤한 듯 제 앞에서 미간을 구긴 너를 보고는 손을 뻗었다가 이내 거둔다. 닿지 못한 손길, 마음, 억척스럽고 한심하다.) 피곤해 보이네. 미안해 멋대로 찾아와서. (너에게 마지막으로 활짝 웃으며 마주한다.) 나도 이제 돌아가서 자야겠어. 너도 잘 자. 좋은 꿈... 꾸길 바래.
 
의문스러운 대답을 던지고, 엘리시아는 문을 열고 나갑니다.
 
엘리시아를 보내고 침대에 누웠습니다.
 
하지만 침대에 몸을 뉘여도 마을에서의 일이 떠나가질 않습니다.
 
엘리시아의 모습… 악마, 저주, 주체,……..
 
그리고 무엇보다 수상쩍은 행동들.
 
주체를 죽여라.
 
악마를 죽여라.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련 지요.
 
그러면 이 모든 끔찍한 상황들은 종결할 수 있을까요?
 
당신은 이 사태의 주체가 누군인지 갈피를 잡고 있나요?
 
찰리 자일스:(깊게 박힌 생각이 있으나 도저히 확신할 수 없다. 머릿속을 헤매는 온갖 상념은 좀체 누그러들지 못하고 뒤척거림을 반복하게 한다. 그 악마가 무엇인지, 주체가 누구인 건지, 관심 두고 싶지 않다. 그저 엘리시아, 너가 아니라면 그 누구든. 나는 상관하지 않을 텐데. 여과 없이 찾아들 악몽에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해답 없는 밤이 길기만 하다.)
 
당신은 딱 한 명을 부정합니다.
 
엘리시아 어쩌면 이 일의 원흉일지, 아닐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만약에 엘리시아가 원흉이라면..?
 
이야기하는 당신을 믿어줄 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병원에서 보았듯이 엘리시아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신뢰가 두텁기 그지없었습니다.
 
분명 당신은 이단자로 몰릴 것입니다.
 
즉, 이 일의 결정권은 오롯이 당신에게만 있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렁거립니다.
 
그 여자는 위험하다고...
 
아,.. 슬슬 잠이 몰려오네요.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엘리시아를 찾아가봅시다.
 
...
 
...
 
...
 
몽롱하고
 
몸이 나른합니다.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그 나른함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무언가 당신의 목덜미를 부드러이 감싸 쥐더니
 
손에 무언가를 쥐여줍니다.
 
찰리 자일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차갑고, 날카롭네요.
 
흐릿한 시야를 바로잡아서 다시 봅니다.
 
이건...
 
단도입니다.
 
한 번에 숨통을 끊어 놓을듯한
 
아주 날카로운…
 
당신이 고개를 들어 올리면
 
눈앞에는 엘리시아가 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눈물을 흘리고 있네요.
 
그리고 당신을 보고 두려워하네요.
 
당신의 귓가에서 누군가 속삭입니다.
 
저 여자의 심장을 노려.
 
저 여자의 숨통을 끊어.
 
그래야 살아남아.
 
알잖아, 저건 악마야.
 
푹,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면
 
바닥에는 피가 떨어지고
 
엘리시아는 당신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가슴에 칼이 꽂힌 엘리시아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찰리, 기분이 어떤가요?
 
찰리 자일스:(혈흔이 떨어진 바닥을 바라본다. 왜 이런 곳에 피가. 흐르는 곳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이유도 없이 칼이 찔린 네가 나를 향하고 있다.) 엘리시아.... (누구의 소행인가? 이 피를 말미암은 자가 나라는 말인가? 희미하게 떨리는 손으로 나에게 뻗는 네 손을 잡는다. 이건 옳지 않은 일이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어째서 네가... (그리고, 어째서 내가. 살인을 종용하던 귓가의 속삭임이 이제서야 떠오른다. 때는 이미 늦었다. 찔린 가슴에서 흐르는 피가.) 아니라고 해. (내가 한 게 아니라고. 옷에 배어드는 피를 막으려 가슴을 누르며 네 얼굴을 바라본다. 방황하는 시선. 흐트러지는 호흡.) 아니라고 해...
 
엘리시아 사라:(이유는 모른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방관을 하고 있었다. 동공이 커졌다가, 작아졌다 불규칙적으로 변화되면서 네 옷을 붙잡고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잘 차려입었던 옷은 붉은 피로 물들어지고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ㅊ... 찰리. (네 볼을 천천히 손으로 부드럽게 만져주며 웃었다.) 미안해.
 
두려움
 
혼란스러움
 
그런 당신의 기분과 상관없이 무언가 느껴집니다.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그런 욕망
 
아, 그래요.
 
이건 자유입니다.
 
저 여자가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당신은 이것으로 오롯이… 자유가 됩니다.
 
자유….
 
...
 
...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탄내가 당신의 코를 찌릅니다.
 
어렴풋이 눈꺼풀을 들어올리니
 
방안 가득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고
 
공기 중에 열기가 떠다닙니다.
 
마을 주민1: 불이야!!!!
 
마을 주민3: 어서, 물을 가져와!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봤자
 
이곳에 화재를 진압할 인원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마을의 몇 안 되는 생존자들이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
 
양동이에 물을 퍼서 불을 진압하기 위해 노력하네요.
 
이리 시도를 하지만 턱없이 적은 수입니다.
 
탈출 할 수 있을까요?
 
시도라도 해볼까요?
 
찰리 자일스:
기준치: 86/43/17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운이 좋게 문 앞까지 불길을 뚫고 나왔습니다.
 
덜컹,
 
덜컹,
 
이게 왜 이러죠?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불길은 거세게 휘몰아치면서 당신을 집어삼키려고 합니다.
 
폐부를 가득 차는 열기
 
점차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쾅!
 
쾅!
 
누군가 문을 부수고 있습니다.
 
나무 문이 조금씩 조각나면서 바깥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 번 더 힘을 주면 부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찰리 자일스: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74
판정결과: 실패
 
쾅!
 
완전하게 문이 부서지고 누군가 당신을 끌고 나갑니다.
 
마을 주민들일까요?
 
당신 주변으로 소란스럽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
 
그리고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누군가 나를 죽이려고 했어.
 
당신은 점차 정신이 차려지고
 
신선한 산소가 폐부에 차고 나서야 죽을 듯이 기침을 내뱉습니다.
 
여전히 불에 타오르는 집이 보이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앞에는 엘리시아가 있었습니다.
 
재애 그을린 모습과 오랜만에 보는 사복차림
 
그리고 너무나도 복잡한 표정이었습니다.
 
엘리시아 사라:(물이 가득 찬 양동이를 들고서 네 앞으로 온다. 강하게 기침을 하며, 다친듯한 너의 상태를 살펴보고는 수건을 적신다. 그리고 네 피부를 천천히 닦아준다.) ... ...
 
찰리 자일스:(마른 기침을 연거푸 쏟아내다 겨우 고개를 들었다. 여전히 시야가 어지럽다. 축축한 수건이 살갗에 닿자 이 상황이 보다 명확해지는 것 같다. 대체 무슨 일이....) 엘리시아, 왜 이곳에...
 
엘리시아 사라:... 불이 나서 왔어. (불길에 휩싸여 타오르는 너의 집을 등지고 있는다. 보고 싶지도 않고, 마음만 더 심란해질 뿐이니까. 너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바닥에 떨군다.) 물이라도.. 줄까?
 
찰리 자일스:왜, 갑자기 불이.. (휘청이며 상체를 일으켜 네 어깨를 한편으로 밀었다. 가리워진 시야가 완전해지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불타 사라지는 과정에 놓인 내 집이다. 헉. 탄식과도 같은 숨이 빠르게 터져 나온다. 역병마저 침식하지 못한 이곳이었는데. 어느새 화마가 번져 송두리째 작란에 말려들고 있다. 피부로 실감하는 이 끔찍한 감각. 종말이다. 아주 완전하게. 돌이킬 수 없이 완벽하게. 탈출에 급급해 미처 눈길 주지 못한 채 불타버릴 화분과 심어둔 작물들이 떠올랐다. 그건 안 돼. 불길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엘리시아 사라:(네 질문에 완전히 답을 해주지 못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일부로 네 시야를 가리고 있을 뿐. 하지만 가림막 역할을 하던 몸이 힘없이 밀려난다. 한탄하는 너를 위로해 주지 못하고 말없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분함인가, 억울함인가, 복잡한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제 옷을 꽉 움켜쥐고는 작게 떨었다. 네가 불길로 들어가는 것을 차마 막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서야 달려가 네 뒤를 끌어안고 말린다.) 너 가면 죽어. 안돼. 가지 마. 가면 죽어. 가면 안돼.
 
찰리 자일스:안 돼. 화분들이 전부... (전부 타서 사라질 거야. 넋이 나간 듯한 중얼거림이 이어진다. 너로 인해 걸음이 멎었으나 시선은 여전히 불타오르는 집을 향해 있다. 가면 죽어. 가면 안 돼. 등 뒤의 간절한 음성에 발을 떼려다 천천히 몸을 말고 고꾸라진다. 갈라진 숨이 자꾸만 터져 나온다.) 안 돼...
 
엘리시아 사라:(쌓아두었던 추억들이 사라진다. 한순간에 없어지는 것이 너무 부질없었고, 그 마음을 모두 헤아릴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몸을 앞으로 말아 쓰러지는 네 등을 보며, 겨우 놓아준다. 아아, 이런 일이 왜 와야 하는 것일까. 벅차오르는 감정을 참으려 입술을 꾹 깨문다.) ... ... 찰리. 여기에 더 있으면 안 돼. 마을 회관으로 가서 쉬자. 여기에 있으면... 다칠 거야. (감정을 참은 목 매인 목소리로 너를 달래본다.)
 
찰리 자일스:(허무한 웃음이 샌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수 있었던, 나만의 온전한 안식처가 이리도 쉽게 무너지다니. 바닥에 손을 짚고 몸을 일으켰으나 여전히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다. 발밑의 그림자가 일렁이는 것이 꼭 열기를 띠며 춤을 추는 것 같다. 불길이 진압되고 나면 무엇하나 건질 것 없이 잿더미만 남아 있을 내 집을 상상한다. 그나마 저 안에서 타죽지 않은 이 상황에 감사해야 할까. 겨우 부지한 목숨에 만족해야 하는가. 마을 회관으로 가자는 네 목소리에 말 없이 등을 돌려 느린 걸음을 옮긴다.)
 
떠나는 당신을 바라보던 엘리시아는 말없이 다른 방향으로 갑니다.
 
적어도 같이 마을회관으로 가줄 수 있지 않은가요?
 
그런 것도 없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부스럭
 
당신은 마을회관으로 가려던 중 무언가를 밟았습니다.
 
찰리 자일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건... 성냥입니다.
 
다 타버린 성냥 하나가 떨어져 있습니다.
 
마을 회관 근처에는 성당이 있습니다.
 
우연일까요?
 
아니면... 일부러?
 
그렇다면 왜… 기껏 죽이려 해놓고 도대체 왜?
 
아, 하지만 이것으로 정신이 들지 않나요?
 
당신의 모든 것을 앗아가려던 사람이 있습니다.
 
정성스레 키웠던 식물.
 
받았던 선물들과 옷들
 
당신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마을 회관에 도착합니다.
 
당신은 여기서 무엇을 하나요?
 
찰리 자일스:(혼자서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 주위에 사람이 있는지 둘러본다.)
 
마을 주민들이 보이네요.
 
그들은 당신을 잠시 바라보더니 다가옵니다.
 
마을 주민1: 아이고... 아가씨, 괜찮은가? 그.. 뭐냐... 아가씨 물품 몇 개 가져왔어. 불에 건질 수 있는 건 가져와야 하지 않겠는가?.. 이거 받고 그 기운 내고...
 
주민은 당신의 물품 몇 개를 건네줍니다.
 
위로와 응원을 약하게나마 전달도 하네요.
 
문득 짐을 바라보면 처음 보는 것이 있습니다.
 
물건 사이에 껴있는 종이.
 
찰리 자일스:
지능
기준치: 60/30/12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이게 무슨 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나는 것은 마을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때가
 
엘리시아가 성당에 도착한 날과 같음인 것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도 미약하게 돌지 않았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바닥에 누워서 잠을 청합니다.
 
새벽이 무르익지만 잠은 오지 않습니다.
 
또각
 
또각
 
그런 당신의 곁에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누군가의 떨리는 한숨 소리.
 
얇고 낮은 한숨 소리 어딘가 익숙합니다.
 
찰리 자일스: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94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입니다.
 
무어라 중얼거리는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어쩐지 울분에 찬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그 순간
 
누군가 당신의 목을 조릅니다.
 
찰리, 어떻게 행동을 하나요?
 
찰리 자일스:(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으나 무어라 말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숨통이 짓눌리는 기분나쁜 감각. 인상을 구긴 채 눈을 뜨고 상대를 바라본다.)
 
흐릿한 시야로 당신은 상대를 바라봅니다.
 
길게 내려온 백금색의 머리카락
 
설마 엘리시아인가요?
 
그녀는 당신의 위에서 있는 힘껏 목을 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한 가지 말만 반복합니다.
 
엘리시아 사라:... ... 네가 날 방해해. 네가 날 방해해. 네가 날 방해해....
 
찰리, 이제 어떻게 행동을 하나요?
 
찰리 자일스:엘리시아... (목울대의 비좁은 틈새로 앓는 듯한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방해하다니. 내가 너를? 호흡이 너무나 버겁다. 이러는 이유를 설명해. 손목을 잡고 떼어내려 힘을 준다.)
 
찰리 자일스:
근력
기준치: 70/35/14
굴림: 71
판정결과: 실패
 
점점 숨이 막힙니다.
 
머리의 산소가 없어지네요.
 
그리고 갑작스럽게 손이 떨어집니다.
 
미미한 흐느낌이 들려옵니다.
 
당신의 몸을 짓누르던 무게가 사라지고
 
인기척이 사라졌습니다.
 
꿈이었을까요?
 
하지만 이 감각은 너무나도 선명합니다.
 
정말로, 나를 죽이려고 했어.
 
그것도 두 번이나.
 
끔찍한 기분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고
 
당신은 이 밤을 마무리합니다.
 
겨우 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다.
 
언제 깨어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말세라며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성당에 기도를 하러 사라졌습니다.
 
집을 잃은 지금으로선
 
당신도 몸을 의탁할 곳이 회관과 성당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 성당엔 엘리시아가 있죠.
 
시간은 미사가 시작되기 30분 전.
 
딱 이 시간부터 엘리시아가 자리하고 기도를 올리고 있죠.
 
엘리시아와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고해...
 
고해성사라...
 
당신은 해본 적이 있나요?
 
찰리 자일스:(고해성사. 지은 죄를 뉘우치고 용서받는 일이라고 들었다. 이전에도, 앞으로도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지. 뉘우친다고 용서받는 일이란 게 실존하기는 하는 걸까. 내게는 헤아리고 싶지 않은 것들뿐이다.)
 
당신의 귓가에 누군가 목소리가 들립니다.
 
저주를 몰고 다니는 주체를 죽이라는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악마를 죽이라는…
 
그를 위해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던…
 
아,
 
이건 당신의 의지가 맞나요?
 
만약에 고해를 해야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하죠?
 
찰리, 고해를 하러 가나요?
 
찰리 자일스:(귓속을 요동치는 주인 없는 목소리가 이제는 익숙해질 무렵, 자리에서 일어나 성당으로 향한다. 그래, 고해를 해야겠지. 죄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해주세요, 가 아닌, 죄를 저지를 겁니다. 용서는 바라지 않겠어요. 라는 형태의 고해가 될 것이다. 한평생 귓가를 헤집는 괴로움을 감내하며 살아왔다. 이런 같잖은 구슬림에 응해줄 마음은 없다. 가벼이 무시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나를 해칠 것이라는 확신은, 단 한 순간도, 위협으로 다가온 적 없어. 내 목을 조르고 숨을 죄어치니 만족스러웠니, 엘리시아? 거처를 잃고 소중한 물건들이 사라져도 왜인지 이 기꺼움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솟구쳐 오른다. 괜찮아. 나의 두 발이 이 땅을 밟고 있고. 내 두 눈이 여전히 네 모습을 담을 수 있는 한. 너는 나를 휘두를 수도 무너뜨릴 수도 없어.)
 
그래요. 당신은 선고를 하러 갑니다.
 
그렇게 길을 나서면 성당 앞에 익숙한 물건이 있습니다.
 
저건, 꿈에서 봤던 단도입니다.
 
누가 여기에 놓은 것일까요?
 
찰리 자일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5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단도 손잡이 문양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마치... 뱀과 같네요.
 
찰리, 이것을 챙기나요?
 
찰리 자일스:(이 단도는 분명... 꿈에서 본 게 아니었던가? 누구의 것인지 모를 단도를 챙긴다.)
 
당신은 단도를 챙깁니다.
 
성당에 도착해 고해소로 향하면
 
작은 공간이 나옵니다.
 
신자가 들어가는 장소에 몸을 욱여넣으니
 
닫힌 고해창 너머 엘리시아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엘리시아 사라:...(잠시 말이 없다가) 고해 성사를 하러 오셨나요?
 
자, 말해보세요.
 
당신은 무엇을 고백하기로 했나요?
 
찰리 자일스:그렇습니다. (닫힌 창 너머로 네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지막이 응답했다. 주머니에 넣어둔 단도의 존재를 다시금 떠올리며 잠깐의 공백 이후 입을 열었다.) 오늘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수녀님, 사람을 죽이기로 마음먹는 것이 죄가 됩니까?
 
엘리시아 사라:(잠시 동안 침묵이 유지된다.) 어찌 생명을 해치려고 합니까. 아마 당신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하늘께서는 원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은 그저.. (짧은 숨을 내뱉는 소리가 들린다.) 헤매고 있는 것 같네요. 무언가에 휘둘리는 것 같습니다.
 
찰리 자일스:글쎄요, 모르겠습니다. (고개를 기울이며 건조한 조소를 내뱉는다. 이어 진심인지 아닌지 모를 법한 말이 이어지고) 이게 휘둘리는 건지. 본연의 자아를 찾는 과정에 놓인 건지. (이것이 죄라면,... 덧붙이고서 깊은 숨을 들이켠다. 흉부가 내려앉을 정도의 숨소리가 허공에 퍼졌다.) 저는 어떤 벌을 받게 될는지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엘리시아 사라:(창을 넘어 옷깃을 매만지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온다. 네 말에 흔들리는 것인지, 불안한 것인지 숨소리가 길어진다.) 왜 그것이 자아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 생각이 듭니다. (낮은 너의 숨소리가 허공이 울려 퍼지는 것을 듣고는 한 템포 느리게 대답을 한다.) 벌은 누구나 감당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벌이 궁금한가요?
 
찰리 자일스:어쩜 좋죠. 궁금하지 않는데요. (망설임 없이 대답한 목소리는 너와 다르게 희미한 웃음이 섞여 있다. 필벌이 두려워 죄를 피한다면 세상은 이 꼬락서니로 쇠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죄를 저지르겠다 단언한 이가 제 앞에 놓일 벌을 헤아려야 하는가? 닫힌 창 너머를 꿰뚫어 직시하듯이, 내뱉는 음성은 점차 담대하고 강한 울림으로 변모한다.) 칼을 찌르게 된다면 상대는 얼마나 아파할까요? 목을 조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당해본 차라, 그대로 의식이 끊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거든요.... .... 그것보다 시신 처리가 순탄하게 이루어져야 할 텐데요. 묻어버리는 것은 들킬 염려도 있고, 힘과 시간이 적잖이 소모될 텐데, 근처 폐공장 소각로까지 끌고 가기에는 다소 무모하고요...
 
엘리시아 사라:(망설임 없고 웃음이 섞인 저 목소리.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직면한다. 고개를 들어 나무 천장을 바라보고 눈을 질끈 감는다. 내 미래일까, 아니면 네 미래일까. 차분함을 유지하려 옷깃을 꽈악 매잡고 입을 열었다. 담담하고, 평온한 그런 말) 많이 아프겠죠. 피를 흘리고, 살갗이 찣기는 것 중에 아프지 않은 것이 어디 있나요. (잠시 말을 들어주고는) 누구를 죽일지 모르지만, 사람을 죽이는 것은 당신 스스로 상처 입히는 일입니다. ... 시신 처리까지 생각하셨다면 상대는 이미 정해져 있나 봐요.
 
찰리 자일스:그렇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 않나요? (죽이겠다 선언한 사람과, 그 표적이 이곳 이 순간에 함께 맞대고 있다. 그럼에도 도리어 남 일처럼 되묻는 것이다. 물음은 끊이지 않는다.) 그 상대는 기분이 어떨까요. 제가 목숨을 빼앗아 가겠다고 한다면. (슬퍼할까요, 분노할까요. 어쩌면 기꺼울 수도 있겠습니다.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다가, 문득 주머니에서 단도를 꺼내 제 앞에 내려놓는다. 단단한 쇠가 책상에 맞닿은 소리가 퍼졌다.) 마침 여기에 좋은 무기도 있거든요.
 
엘리시아 사라:(이곳에서 구하기 힘든 단도가 작은 구멍 틈으로 보인다. 날카로운 날붙이가 곧 목숨을 앗아가겠지. 손을 올려서 자신의 얼굴을 한 번 마른 세수를 하듯 쓸어내린다.) 잘 모르겠네요. 그 상대는 아마도 슬퍼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당신을... 동정하겠죠.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기에 남의 일처럼 이야기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세상의 끝에서 서로 만나는 이유가 죽음에 가까워서라니.) 꼭... 해야만 하는 일인가요?
 
찰리 자일스:해야만 하는 일이죠. (네 작은 움직임과 내쉬는 한숨에서도 거울 비치듯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지만, 재미있네요.... 제 앞에 결정권이 놓였다는 사실이. 저는 이런 걸 휘둘러본 적도, 휘두를 필요도, 바란 적도 없는데.... 칼을 빼 드는 것도 놓아버리는 것도 전부 제가 결론지을 수 있다니. (한편으로는 놀랍네요. 때를 가리지 않는 개구진 웃음이 별안간 튀어나온다. 아하하, 아하하... 고해실은 나의 교악한 웃음으로 메워진다. 한참을 웃어넘기고, 숨을 고르는 순간. 파악할 틈도 없이 건네는 말.) 수녀님. (흔들림 없이 강직한 음성. 이 목소리에 지금 내 모습이 있다. 내 표정이 담겨 있다. 자, 네 귀로 들리는 것을 넘어 똑똑히 보인다면, 대답해봐...) 제 목을 졸라보니 기분이 어떠셨나요?.. 저의 집을 송두리째 태워놓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너, 흔들리고 있지. 그렇다면 당장 이 문을 열고 나와. 겁먹은 그 모습을 드러내. 나와 정면으로 맞서서 똑바로 말해봐. 이 사단을 벌인 이유가 무엇인지.)
 
고해창 너머에서 침묵이 흐릅니다.
 
그 어떤 대답도 들리지 않습니다.
 
찰리, 자리에서 일어날까요?
 
찰리 자일스:하... (결국 나가 버렸나. 비겁하기 짝이 없는 너다. 단도를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독을 뱉은 입안에서는 자꾸만 쓴맛이 맴돌았다.)
 
일어나 이곳에서 뜨려고 할 때 무언가 소리가 들립니다.
 
찰리 자일스:
듣기
기준치: 70/35/14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기도문을 중얼거리는 엘리시아의 목소리.
 
엘리시아 사라:Angus EDI, qua Hollis peccata Mundt, miser ere Nobie. Angus EDI, qua Hollis peccata Mundt, dona Nobie pacem.
 
당신에게는 그저 웅얼거림이 들립니다.
 
엘리시아 사라:찰리, 예배당으로 와.
 
고해창 너머로 엘리시아는 당신에게 말 한마디 하고 완전히 인기척을 숨깁니다.
 
예배당으로 가시겠나요?
 
찰리 자일스:(그녀의 말대로 예배당으로 걸음을 옮긴다.)
 
예배당
 
고해소를 빠져나와 성당의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신자 석이 텅 비어 있습니다.
 
찰리 자일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주변을 둘러봅니다.
 
어디 간 거지?
 
먼저 오라 해놓고서
 
엘리시아는 이곳에 없습니다.
 
그렇게 성당 내부를 살피면 단상 위 제대에 놓인 일기장이 보입니다.
 
찰리, 이것을 읽겠습니까?
 
찰리 자일스:(일기장을 손에 들고 한 장을 넘긴다.)
 
당신은 일기장을 읽습니다.
 
찰리 자일스:(엘리시아의 일기장인가? ...마녀라니. 다음 장을 넘겨본다.)
(그 아이...라면. 누구를 말하는 거지? 글씨를 읽는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 무언가에 홀리듯 다음 장으로 넘긴다.)
무슨... 무슨 말이야.
(다음 장을 빠르게 넘긴다.)
엘리시아. 지금 어디에 있지?
어서 나와. 모습을 드러내란 말이야.
 
찰리 자일스:이상한 말을.. 왜 이리 길게도 적어놨지? (헛웃음을 내뱉으며 다음 장을 넘긴다. 어째서인지 웃음이 멎질 않는다.)
(일기장을 쥔 손이 주제할 수 없이 떨리기 시작한다. 다음 장을 펼치려던 손을 떼서 두 손을 맞잡았다. 역설적으로 새어나오던 웃음이 한순간에 흐느낌으로 변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야. 억척스레 고개를 저으며 반항하듯 다음 장을 넘겼다.)
하하.....
(다음 장을 넘겨본다.)
이런 어리석은.... 멍청한 짓 하지 마. (중얼거리는 목소리에서도 두 손과 다름없이 떨림이 섞여든다. 아니야. 이런 마음 가지지 마. 고개를 저으며 종이를 넘긴다.)
(멸망. 추스를 수 없는 마음으로 쓴 네 글씨가 쇄도하듯 내 가슴에 틀어박힌다. 그렇구나. 불타오르는 내 집 안에서 너는 나를 구하지 말았어야 했어. 잿더미가 될 때까지 내버려둬야 했어... 다음 장을 확인한다.)
 
찰리 자일스:하하...... 엘리시아.
엘리시아. 어서 나와. 이런 멍청한 짓 하지 말고, 어서 나와. 내 모습을 똑바로 봐.
내가 악마같은 짓을 해야 정신을 차리겠어?.. 이제 그만해, 감당할 수 없으니까, 이런 짓은 그만 해, 제발.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떨리는 목소리를 주체할 수가 없어 두 눈을 감았다. 네가 이러면 안 되잖아... 이런 마음으로 일기를 적어서는 안 되잖아. 입가를 감싸쥐던 손을 내리고 눈물을 훔치며 떨리는 목소리를 다잡는다.) 멍청한 여자 같으니. 나더러 바보라고 했으면서, 정작 너는 이 정도로 약해 빠졌던 인간이었어? (분노에 휩싸인 손길로 다음 장을 넘긴다.)
(종이를 넘기던 손을 꾹 쥐어 일기장을 보란듯이 구겨 버린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구겨진 종이를 펼 생각도 없이, 다음 장을 확인한다.)
 
신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그대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신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신이시여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찰리 자일스: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70
판정결과: 실패
 
/r1d4 +1
 
찰리 자일스:
rolling 1d4
 
(
4
 
)
 
 
=
4
 
/ -5
 
너무나도 확실한 단 한 가지의 생각이 듭니다.
 
그래요.
 
찰리 자일스
 
당신이 마녀입니다.
 
이 모든 전염병의 일으킨 장본인
 
뱀의 저주를 받은 사람
 
세상을 집어삼키는 자.
 
아 그래요.
 
당신이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악마입니다.
 
제단 앞에 서 있는 당신이 등을 돌리면
 
스테인드글라스의 빛과 성당문 입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든 빛을 온몸으로 받고 서 있는 엘리시아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결심했지만 공허한 눈이 이제 당신을 응시합니다.
 
찰리 자일스:
관찰력
기준치: 75/37/15
굴림: 45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의 손에 칼이 쥐어져 있습니다.
 
어떤가요.
 
자신이 죽어야 세상이 구원받게 된다는 사실을 안 기분은?
 
어떤가요.
 
눈앞에 떨어진 당신의 운명을 마주하게 된 기분은?
 
모든 사실을 당신이 알았다는 것을 알았는지 엘리시아는 웃습니다.
 
엘리시아 사라:(싱긋 웃으면서 너에게 천천히 걸어간다. 평상시와 같던 검은 수도복이 아닌 하얀 수도복으로 갈아입었다. 십자가 형태를 닮은 단검을 손에 꼭 쥐고서 너를 바라본다.) 네 마음속에 들리는 그 목소리는 네 것이 아니야. 그건 네 의지가 아니야. (가까이 다가올수록 웃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울고 있었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조용히 숨죽여 눈물을 떨구고 네 앞에 선다.) 반가워. 내 사랑. 이제서야 인사하네.
 
당신 마음 깊이 들리던 목소리가 뇌리를 스칩니다.
 
저 여자는 악마야.
 
일족을 멸망시킨 여자야.
 
죽여라.
 
저 여자의 심장을 가져와라.
 
찰리
 
이건 당신의 의지가 맞나요?
 
찰리 자일스:(하얀 수도복을 갈아입은 네 모습. 정갈하고 가지런한 그 옷을 입은 너. 뺨에 울음이 번진 너를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버린다.) 입 닥쳐. (너를 향하지 않은 날카로운 말을 내뱉는다. 귓가에 내내 들려오는 목소리는 늘 형체가 없었다. 내재한 악을 설명하려 한들 변명밖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에 이 삿된 말이 향할 자는 너밖에 없었다. 너를 외면하자 치솟는 것은 지긋지긋한 구역감. 늘 이루고자 하던 숙원이 사실은, 이 세상을 파멸로 몰고 가던 재앙이라는 것이 참,... 우습다.) 거기서 이야기해. 가까이 오려 하지 마. (내게서 떨어져. 어쩌면, 너와 내가 만난 아주 어릴 적 첫 만남부터 해야 했을 말. 돌이키기에는, 너무나도 오랜 시간을 지나왔다. 네 마음이 담긴 일기장에서도, 너는 그 시간 동안 나를 위해서 참고 견뎌왔을까... 차오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어 손으로 눈을 짚었다.)
 
엘리시아 사라:(네 경고에도 걸음은 멈추지 않고 어느 순간 네 앞까지 오게 되었다.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결국에 바닥으로 놓아버리자 이 성당에 날카로운 파열음만이 울린다. 높게 장식된 파이프 오르간, 천사의 석상. 무엇 하나도 너를 지켜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기만이겠지.) 처음부터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어. 미안해... 사랑하면 안 되는데. (손을 뻗어서 네 뺨을 조심스레 만져본다.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아주고는 너와 시선을 천천히 맞춰본다.) 찰리. 어떻게 하고 싶어. 살고 싶니?
(너를 해칠 생각은 없다는 뜻이었다. 당연하다. 두 번이나 너를 죽일 기회를 버리고, 나는 혼자 이곳에 걸어왔다. 당연하게도 외쳐야 할 사형선고도 하지 않고 나는 무방비하게 이곳에 온 것이다.) 있잖아. 정말 날 죽이고 싶니? 그게 네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니라, 네 의지가 맞는 거니?
 
찰리 자일스:(서슴없이 나에게 다가오는 너를 바라본다. 뒷걸음질로 이곳을 벗어나려다, 어리석은 짓이라는 것을 직감으로 알았다. 그래,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 어떤 결과를 이루든. 끝을 맺어야 할 순간은 바로 이곳이다. 네 앞이다. 힘없이 손에 쥔 칼을 바닥에 떨어뜨려 버리자, 당혹스러운 얼굴로 너와 시선을 마주한다. 내 의지가 맞는 것이냐고 묻는가. 나에게도 그런 게 잔존하긴 했을까. 세게 깨문 이빨 탓에 턱 근육이 씰룩댄다.) ...뭘 하는 거야. 어서 칼을 들어! (허리를 굽혀 떨어뜨린 칼을 쥐어 네 가슴으로 세게 내밀었다. 분노 섞인 손짓에 네 상체가 휘청인다.) 지금 네 앞에 있는 자가 누군지 모르겠니? 이렇게 분별없는 멍청한 여자였어, 네가?
 
엘리시아 사라:(크게 상체가 휘청이고 칼이 제 앞에 있지만 줍지 않았다. 억지로 제게 칼을 잡으라고 건네는 네 행동에 떨어트린 단도를 붙잡지만, 너에게 겨눌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래. 멍청해서 이렇게까지 끌고 왔겠지. 이곳에 돌아왔을 때부터 너를 바로 죽여야 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두 번이나 실패했어. (원망과 분노가 섞인듯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여보지만 힘없이 빠져버린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찰리 너야. 나는 네가 마녀로 보이지 않아. 그런 내가 어떻게 너를 죽이겠어? (울컥 쏟아져 나오는 말이 가슴에 상처를 내고 새어 나온다.) 죽일 수 없으니까 이러고 있잖아. 나도 멍청하게. (칼을 들고 있지 않는 빈손으로 자신의 미간을 꾹 누른다. 이런 표정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이런 말 하고 싶지 않았기에 감추고 있었던 감정을 내뱉고 숨어버린다.)
 
찰리 자일스:(더 들을 것도 없이 미련한 네 대답. 나는 네가 마녀로 보이지 않아. 그 말을 마지못해 부정하듯 강한 힘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제발, 제발... 더는 어리석은 소리 하지 마! (급기야 네 두 어깨를 휘어잡고 마구 흔들었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듯이. 상체가 강하게 앞뒤로 흔들리자 어깨에 내려앉은 백금색 머리카락이 난잡하게 흩날렸다.) 방화를 저지르고, 교살할 목적으로 굴어 놓고, 네 바닥이란 게 고작 이런 거야? 내가 방해된다고 하지 않았니? 사라져야 할 존재인 걸 잊었어? (단도를 쥔 네 손을 잡고 제 심장에 약간의 틈을 둔 채 가져갔다. 첨예한 날의 끝에 시선이 닿는다. 귓속을 잠식하는 속삭임은 어느새 외침으로 변했다. 이게 아니잖아. 이 칼이 이곳을 향할 순 없는 거잖아. 그래. 나 역시 너만큼이나 미련하고 어리석구나. 한탄스러운 웃음을 내뱉었다. 서로를 향한 망설임에 세상은 기다릴 수 없다는 듯 멸망을 낳았고. 우리는 서로만으로 영속하길 허락받지 못했다. 나 역시 너를 멍청하게 사랑하는구나. 끓어오른 피가 점차 식어가고 차분한 낯빛이 그려졌다.)
 
당신의 머릿속의 울림이 강해집니다.
 
저 여자를 죽이라고
 
이성이 점차 갉아먹히고 있습니다.
 
엘리시아를 죽이고 싶다는 강렬한 생각에 점차 사로잡히기 시작합니다.
 
엘리시아 사라:내 일기장을 보았으면 알잖아! 대체 왜, 네가 죽어야 세상이 평화를 되찾는 거지? 너는 네가 받는 벌이 궁금하지 않을 거지만 난 평생을 의문을 가지고 너를 만났어! (억지로 쥐어진 칼이 네 심장을 향하자 있는 힘껏 반항을 한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조용히 살아가던 아이가 왜 마녀가 되고, 뱀의 아버지에게 미움을 받는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신조차 너희에게 고개를 돌린 것인가? 모두가 너희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나만이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널 죽이고 싶지 않아 찰리. 어리석지만 네가 살아줬으면 좋겠어. 이런 벌은 너하고 어울리지 않아. (이미 굳은 결심을 내린 눈으로 널 본다. 이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너에게 죽음을 각오하고 들어왔다. 뱀의 입으로 스스로 걸어들어와 너와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죽음이 두려운가? 두렵지 않다. 내 두려움이 무엇인가 물었을 때 그것은 네가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었다.) 죽지 마 찰리. 이기적으로 살아가. 이런 세상을 구원하지 마.
 
찰리 자일스:(네 말처럼 일생을 억울한 아이처럼 살았다. 잘못한 적이 없는데도 벌을 받는 듯한 나날들. 바라고 원해도 허락되지 않았던 상황들의 연속. 이런 세상을 구원하지 말라고? 물론 그럴 생각 없다. 나 역시 멸망을 내심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땅에 태어나 멋대로 살아 숨 쉬며 삶을 갉아먹는 이기적인 모든 존재가 무척이나 거슬렸다. 수확의 때가 되어 날카로운 낫에 성큼 베어지는 곡식에서. 조심성 없는 발길에 짓밟히는 새순에서. 눈길 주지 않아 말라가는 화분의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작은 불씨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산불에서. 그 타오르는 숲 속의 중심에서. 입이 없어 소리치지 못하고. 발이 없어 뜀박질도 못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내 희망이 도려내 버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향하는 모든 곳에는 그 희망을 헌신짝으로 다루는 이들이 만연했고. 초대받지 않은 사람처럼 홀로서는 시간이 지속할 무렵. 거듭한 상처에 피가 배어들어도 그것을 아픔이라 여기지 못하게 될 때. 손쓸 방도 없이 잠식하는 이 환란이 실은 기꺼웠다고, 소리 내 말하고 싶었던 것을 너는 모른다.) 내게 이리도 어리석은 이유가 뭐야. 바로잡을 수 없는 일에 골몰해 놓고 칼을 버린 건 너야. 너를 잃고, 이런 세상을 이기적으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것들이 내게서 얼마나 떠나갔는지 너는 짐작해 봤어? (억울함 섞인 목소리에 점차 힘을 잃어간다.결국에 이마를 부여잡는다. 아... 부디, 더 이상은.) 조용히 해. 제발, 내게 더는 요구하지 마. 그럴 수 없어. 나 너를 찌를 수 없어. 너희는 어떻게 그리 말할 수 있지?.. 대체 왜, 내 전부를 다해 지키고 싶은 사람을... 해치라고 할 수 있지? (고개를 저으며 몇 걸음 걸어가 좌석을 붙잡고는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한다. 울분이 섞인 한숨이 잘게 터져 나온다. 터질 듯 몰아치는 심장. 온몸이 물 먹은 듯 무겁다. 흉질 새도 없이 아픔이 길다. 이어지는 말은 그 고통에 상처를 더한다.) 사실 네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었어. 입을 맞춘 것도, 살고 싶은 몸부림이었고. 반반한 얼굴이니까, 데리고 놀기 좋았을 뿐이야.... (욱, 순간적으로 입을 틀어막다 다시 힘에 겨운 숨을 뱉는다.) 모두가 나를 마녀라고 여기는데, 너만이 다른 이유는..... 네가 그만큼 어리석어서 그런 거야. 이번만큼은 네 판단이 틀린 거라고. (그러니까, 제발.... 두 눈을 힘주어 질끈 감아 버린다. 내게도 고통스러운 독이 섞인 말. 더는 이런 말을 네게 향하게 하지 마.)
 
엘리시아 사라:(비틀거리며 좌석을 잡고 헛구역질하는 너를 지켜본다. 너를 향했던 시선을 옮기면 햇빛을 받아 생긴 신성한 금빛이 모든 성당 안을 감싼다. 나도, 너도 그 빛 아래에 있지만 우리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마치 죄인처럼 말이다. 조용히 네 옆에 앉아 무릎을 꿇고 석상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죄를 지은 자여, 고개를 들지 못할지어다. 신이시여, 그렇다면 우리의 죄는 무엇입니까.믿지도 않는 신을 찾으면서 이 불쌍한 아이를 구원하기를 바랐다. 이럴 거면 너를 죽여야 했는데, 어쩌면 그게 너한테는 진정한 구원이었을지도 몰랐는데. 내 이기심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난 거짓된 인간이다.) 짐작할 수 없지.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사랑하는 것들을 가질 수가 없었거든. (정해진 운명. 바로 된 질서를 위해서 계획적으로 너에게 접근해 죽이기 위한 용도로 태어난 내가 무엇을 알겠는가. 사소한 것에 숫기 어리게 웃고, 사람보다는 식물을 좋아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너에게 이렇게 빠질 줄 알았다면...) 나 역시 태어나지 말아야 했어. (네 독설을 조용히 옆에서 받아낸다. 신의 대리인처럼 행동한 죄일까. 어리석은 인간이 무엇을 안다고 마녀를 죽이겠는가. 데리고 놀기 좋은 사람. 이용하기 좋은 사람. 어쩌면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를 이곳에 보냈을 거라 생각하자 잔잔한 호숫가 같은 가슴이 일렁인다.) 내 판단이 틀린 것을 알아. 그래서 네가 상처를 받았겠지. (내가 이리도 어리석은 이유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너를 멋대로 사랑해서였을까. 말 못 할 감정을 품고 떠나서, 네게 큰 비수를 꽂기 위해서 돌아왔기에 어리석어진 걸까. 나를 죽이지 못하면 너는 평생 그 머릿속의 울림과 함께 살아갈 거야. 네 주변엔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고... 저주는 더 강한 힘을 키워서 풀까지 메마르게 하겠지.) 미안해 찰리. 끝까지 너에게 상처만 줄 수밖에 없어서.
 
찰리 자일스:(천천히 고개를 들자 눈물로 범벅진 뺨이 드러났다. 걸음마다 스며드는 눈물에 시야가 안개처럼 흐려졌다. 산란한 풍경에서도 빛을 받은 네 모습만은 내게 완전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을까. 우린 서로를 그릴수록 죄가 되는 나날을 보낸 걸까. 휘청이는 걸음이 네 앞에서 완전히 멎어 들고, 무릎 꿇은 그 모습 앞에 조각상을 가린 채 섰다. 부유하는 먼지 사이에서 가지런히 두 손을 모은 너를 향해, 그 어깨에 천천히, 손을 얹는다. 엄숙한 의식을 진행하듯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가 주변에 맴돈다.) 내게 죽을 수 있어? (그러고 싶어? 부드러운 물음이 네게 향하는 것과 동시에, 어깨를 매만지던 한 손이 네 목으로 움직인다. 자석처럼 그 목을 움켜잡는 내가 지독스럽다. 이 본능이 외치는 곳을 제 발로 향하는 나를 증오한다. 목을 죄던 손짓이 점차 뒤편으로 넘어가, 너를 완전히 쓰러뜨릴 때에는 두 손을 모아 그 숨통을 움켜쥐고 있는 손끝의 감각이 느껴졌다. 비릿한 입안을 머금고 미소를 띤다. 온몸을 뒤흔드는 외침. 귓가에 제멋대로 내지르는 누군가의 탄성. 이 두 눈에 차마 담을 수 없는 실상. 떨리는 두 손과 입꼬리. 살갗을 찢고 피가 배어들 것만 같은 눈물. 나는 네 삶을 빼앗을 것을 선택한다.)
 
엘리시아 사라:네가 그럼으로써 구원받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받아들일게. (빛을 등지고 어둠을 향해서 무릎을 꿇었다. 고해성사. 나 역시 한 번도 하지 않은 행위. 신에게 참회를 하기 위해서 비는 그런 어리석은 행위를 나는 죽기 전에 한다. 신이시여. 세상을 등지고 이 아이를 선택함으로써, 부디 벌을 내려놓게 해주세요. 커다란 손이 제 목을 움켜잡고 뒤로 넘겨지자 백금발 머리카락이 바닥에 흩뿌려진다. 몸 위로 천천히 올라와 제 숨통을 천천히 조여온다. 내가 너에게 행했던 죄. 참을 수 있을 거란 마음과 다르게 죽음은 두려웠다. 목에서 빠르게 요동치는 맥박이 네 손끝과 맞닿았고, 몸은 멋대로 저항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 스스로 선택한 벌, 스스로 선택한... 눈물로 범벅진 그 뺨을 타고 내려와 내 얼굴 위로 물방울이 떨어진다. 네 눈과 마주한다. 스쳐 지나가는 어릴 적의 기억들. 혼자 아이들과 동떨어져 작은 꽃을 돌보고 물을 주고 있던 그 모습이 떠오른다. 작은 고사리 손으로 제게 선물을 하고, 천천히 마음을 열었던 너. 같은 방을 쓰면서, 같은 공부를 하고, 같은 밥을 먹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를 하면서 커왔다. 어느 순간 훌쩍 커버리고, 의젓해진 너와 다르게 나는 어린 마음을 품고 너를 보고 있었다. 언젠가 너는 죽겠지. 더 마음을 주면 안 되는데, 저 아이는 악마인 것을 알면서도 나는 끝내 너를 뿌리치지 못했다. 내 생활에 네가 뿌리내렸다. 관심도 없던 식물을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히는 순간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나는 너에게 물들어갔던 것이지. 10년의 공백에서도 너를 생각했고, 다시 돌아오면 망설임 없이 너를 죽인다는 마음은 네 얼굴을 보자 무너지고 말았다. 이것은 내 필벌이고, 내 죄악이다.) 사랑했어. 찰리. (우리가 다음에 만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평범하게 살아가자. 너는 식물을 돌보고,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 여행하고.. 그리고 평범하게 사랑하면서 살아가자. 이렇게 가혹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나지 말고 다른 사람들처럼 울고, 웃고 서로 함께 지내면서 느끼자. 시야가 흐려지면서 동공이 풀린다. 마지막 숨을 다해서 너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들은 모두 전해진 걸까? 내 이기적인 마음은 여기서 끝인 걸까? 두렵다. 나는 네 그림자에 가려져 아무도 없고, 혼자만의 벌을 받으며 죽지 않을까. 그게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기꺼이.. 나는...)
 
당신은 엘리시아의 목을 조릅니다.
 
알게 무엇이란 말입니까
 
어쨌든 그는 자신을 죽이러 온 게 맞았는데!
 
결국 그는 당신에게는 악마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데
 
하지만 나에게 죽임을 당하기 위해서 왔어.
 
아니야! 그는 너를 죽이기 위해서 온 거야.
 
분노와 슬픔이 당신의 머리를 뒤흔듭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입니다.
 
손끝의 감각이 선명합니다.
 
그 하얀 목에 붉은 손자국이 생기고
 
엘리시아는 당신의 손에서 숨을 멈춥니다.
 
당신 머릿속에 울려 퍼지면 목소리가 거짓말같이 사라집니다.
 
이성이 끊겼던가요
 
정신을 차려보면 정말로 엘리시아가 죽어있습니다.
 
감정이라곤 일말도 남지 않은 머릿속이 차갑게 식어갑니다.
 
성당 내부로 들어오는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이 당신을 비난합니다.
 
이 악마!
 
악마!
 
넌 저주 받은 악마야!
 
하지만, 당신에게 벌을 내릴 천사도 신도 이제는 없습니다.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진실을 아는 사람은 죽었습니다.
 
당신은 자유가 되었네요.
 
그래요 자유.
 
세간의 모순을 한데 그러모아도 이처럼 엄청나진 못할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제 혼자입니다.
 
남은 것은 칼, 제단, 시체가 된 구원자, 그리고 마녀.
 
KPC 로스트, PC 생존 여부는 PC의 오너가 결정
 
END 4. 거짓된 신의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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